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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Younha) - Peace, Love & Ice Cream (3집 Part A)

Review 저장고/가요

by mikstipe 2009. 4. 1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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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앨범 발매 소식을 듣고 그녀의 팬의 입장에서 기뻐하긴 했으나, 매우 우려가 되었다. 지난 앨범이 발매된 것이 2008년 9월... 겨우 7개월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한창 일본에서 개봉할 영화 홍보를 해야 될 상황에서 왜 국내용 앨범 발매에 먼저 신경쓰는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송출연에는 예전만큼 휘둘리진 않아서 다행이었으나, 그래도 황찬희와 여러 괜찮은 다른 프로듀서들까지 신경을 쓴 흔적이 느껴졌던 전작에 비해 어떻게 변했을까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그런데, 대부분 우려의 생각만이 맴돌았다. 왜 그랬을까?) 그녀의 일본어 신곡은 열심히 감상하면서도 말이다.

이제 그녀의 음반이 내 손에 들어왔다. 사실 3집 Part A라는 호칭부터 조금 걱정거리였는데, 결국 그 제목부터 이 앨범의 정체성을 망친 주범이란 생각부터 든다. 먼저 내용물이 총 10곡인데, 그 가운데 신곡은 6곡에 불과하다. 수록곡 2개의 연주곡 버전, 2집의 영어 가사곡 <My Song And...>의 한국어버전, 그리고 인터루드에 불과한 <Black Rain>을 빼면 실제 가사, 멜로디가 다 있는 신곡은 6곡이기 때문이다. 이번 음반이 KTF Music(구 도시락 뮤직)의 레이블을 달고 나오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마치 서태지의 '싱글 나눠 내기' 전략을 이 기획사가 답습한 듯한 인상도 준다. 그럴꺼면 제대로 따라해서 3-4곡 싱글 EP로 내지, 왜 '3집 파트A'라 하고 싶었는지 도데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EP같은 구성을 해놓고 그걸 앨범이라고 우기면 어찌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럼 앨범에 수록된 신곡들의 퀄리티를 한 번 살펴보자. 먼저 싱글로 밀고있는 노래인 <1,2,3>는 2집 수록곡에 비교한다면 유연해지긴 했지만 너무 '대중화'되었다는 점을 지우기 힘들다. 물론 1,2집의 록 편곡 방식이 맘에 안들었던 분들도 있을테니, 대중적으로는 이게 더 합리적 선택 같기도 하지만 곡의 멜로디는 괜찮음에도 고급스럽지 못하게 들린다. 게다가 제목과 후렴구 음표 박자의 배치는 다분히 팝 매니아들에게 잭슨 5(Jackson 5)<ABC>를 연상시키기에, 처음에는 '이거 표절?'이라는 오해를 살 소지를 남긴다. (하지만 음반 크레딧에는 4명의 외국 작곡가 팀이자 외국에 저작권이 있는 곡이기에 설사 책임이 있다면 그 쪽에 물 수 밖에 없다.)


 

윤하
- 1,2,3 (Videoclip)

그리고 가장 뜬금없는 두 곡 - <Break Out>, <Luv U Luv U Luv U> - 는 이번 앨범은 물론 현재까지의 윤하라는 뮤지션의 성격을 애매하게 만들어버리는 문제를 낳는 '개인적으로는 앨범에서 지워버렸으면 싶은' 곡들이다. 먼저 80년대 LA메탈 성향을 띈다고 홍보한 <Break Out>의 경우는 역시 외국 작곡팀의 곡인데, 생각보다 덜 헤비한데 폼은 메탈 형식을 띄고 있으니 애매한 밸런스를 가진 곡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편곡 위에서 윤하의 보컬은 다른 그간의 업비트 록 트랙과 전혀 다를바 없이 평이하니... 자꾸 들을 수록 록트랙

인데도 그녀의 옷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Luv U Luv U Luv U>는 설상가상이다. 요새 팝 음악을 즐겨 듣는 이들이라면 당근 이 곡을 듣고 레이디 가가(Lady Gaga)<Just Dance>를 연상하게 될테니 말이다. 윤하가 댄스 팝 트랙을 소화하면 안된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런 첫 시도로서 너무 뻔한 클럽 댄스 트랙을 '이관'이라는 아직 생소한 작곡자가 디렉팅한 곡으로 삼았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누가 표절 시비라도 걸면 어쪄려고 그러는가?

사실 나머지 3곡들의 퀄리티는 그간 윤하의 소프트한 트랙들과 일맥상통하고 잘 이어진다. 첫 트랙 <Peace, Love & Ice Cream>은 2집의 발라드에서 보여준 서정성에는 약간 모자라지만, 무난하게 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윤하의 보컬 호소력도 잘 정돈되어있다. 그리고 그녀가 온전히 작곡한 솔로 연주곡 <She is>나 매 앨범마다 있었던 '보통 피아노 팝 발라드'에 속하는 <사랑하다>도 그녀가 차근차근 작곡가로서의 길에 들어서려 하는 과정에 있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트랙들이다. 그런데, 이번 앨범의 뮤직 프로듀서인 이관과 기획사의 판단 착오(!)는 이런 점을 살리기 보다는 오히려 쉽고 편하게, 저비용으로 외국 작곡가들의 판권을 싸게 사용해 7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을 극복하려고 한 듯 보인다. 

 

윤하 - Peace, Love & Ice Cream (Videoclip)

벌써 국내 데뷔도 3년이 훨씬 넘었는데, 이번 앨범의 경우에는 그간의 앨범과 싱글이 가졌던 방향성에서 그리 크게 이탈하지 않았는데도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상황이 나왔다는 면에서 윤하의 음악적 커리어에서는 '적신호'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이런식으로 후속 앨범들이 계속 꾸며진다면 지금까지 윤하에게 '뮤지션쉽'이 있다고 관심을 가진 진지한 팬들을 다 떠나보내고, 그냥 윤하이기에 환호하는 팬들만 남겨놓게 될까봐 두렵다. 백번 양보하여 '3집 파트 A' 의 명제가 '대중과 친근하기' 라고 생각한 것이라면, 제발 '파트 B' 에서는 윤하의 뮤지션 다운, 좀 더 '숙성한' 음악들이 담긴 앨범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P.S. 사실 음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당혹감과 그 퀄리티에 (음반 제작사측에) 욕나올 뻔 했다. 그녀의 국내 데뷔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가진 한국 기획사에 대한 불만감이 이젠 거의 극에 달한다. 자꾸 이럴거라면 윤하는 현재의 기획사와는 결별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적이라 생각된다. 아니면 윤하의 그릇이 겨우 여기까지인 것일까? 그런 생각은 아직 하고 싶지 않다. 난 그녀의 팬이니까.

< 근데.. 이 모습.. 예쁘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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