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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 Shop Boys - Yes

80팝/80년대 팝앨범리뷰

by mikstipe 2009. 5. 1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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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제가 EMI 국내 라이선스반 해설지로 작성한 글입니다. 음반을 사신 분들이라면 이미 보셨을지도...

신스 팝의 시대, 일렉트로니카의 시대를 모두 평정했던 영국 최고의 일렉트로닉 팝 듀오
펫 샵 보이스(Pet Shop Boys)의 2009년 대망의 새 앨범,「Yes」

  두말 할 나위 없이 신스 팝(Synth Pop)은 1980년대를 대표했던 음악 장르였고, 당대에는 주류 팝 사운드의 다수가 이 계열 사운드의 우산 아래에 속했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일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만 사용해왔던 고가의 장비였던 신시사이저가 기술의 발달로 저가로 구입이 가능해진 후, 포스트 펑크(Post-Punk)를 비롯한 당대의 전 장르에서 급속도로 신시사이저의 위상은 커져만 갔다. 그리고 밴드가 연주할 수 있는 각 파트의 모든 역할을 이 전자 악기가 대체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원 맨 밴드, 혹은 듀오 형태로 신시사이저를 중심으로 음악을 만들어 내는 여러 아티스트들의 등장을 이뤄냈다. 결국 80년대를 대표했던 밴드 중에 하드 록/메탈 계열 밴드들을 제외한다면 오히려 듀란 듀란(Duran Duran), 휴먼 리그(Human League) 등과 같은 뉴 웨이브/신스 팝 계열 밴드들이 주류에서 득세했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던 것이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대중들은 전자음으로 도배된 사운드에 점점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대중적 팝 메탈이나 더욱 대중적인 댄스 팝 트랙들이 주류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많은 신스 팝 밴드들은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그 후 90년대 중반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 트렌드의 붐이 신스 팝의 가치를 재발견해주기 전까지는 80년대 유명 신스 팝 밴드들은 거의 다 개점휴업, 내지는 해체 상태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 가운데 100%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내세운 정통 일렉트로닉 팝을 지향했던 두 밴드 - 펫 샵 보이스(Pet Shop Boys)디페쉬 모드(Depeche Mode) - 는 시대의 흐름과 상관없이, 오히려 나중에는 일렉트로니카 팬들, 아티스트들의 존경까지 받으면서 꾸준히 주류의 정상을 지켰다.
  디페쉬 모드가 그들 사운드의 댄서블한 요소를 줄이고 어둡고 강한 비트와 이펙트를 강조하는 음악적 변화로 프로디지(Prodigy)와 같은 하드코어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팬들까지 포섭할 수 있었다면, 펫 샵 보이스는 신스 팝 고유의 대중적 멜로디를 크게 버리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이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그리고 여러 리믹스 앨범들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클럽 지향적인 면도 포기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궁극적으로 몰락했던 다른 신스 팝 밴드들과 달랐던 점은 그들이 처음부터 자신들의 음악 속에 담아냈던 진지한 메시지와 주제의식이었다. 사회와 자아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 이들의 음악 속 메시지는 이들의 80년대 초기 앨범들에서도 선명했으며, 결국 표면적으로 ‘즐기기 위한 음악’처럼 포장하면서도 동시에 음악적 진지함을 놓치지 않았던 이들의 아티스트로서의 ‘스피릿’이 이들을 20년 이상을 영국 최고의 신스 팝 듀오로 만들어 준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20여년간 일렉트로닉 팝의 최전선에 서있었던 펫 샵 보이스의 음악 여정
  1954년생인 닐 테넌트(Neil Tennant)는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유명한 만화 제작사인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에서 편집 및 교정 일을 했으며, 82년에는 영국의 음악지 스매쉬 히츠(Smash Hits)에서 기자로 활동했었다. 한편, 1959년생인 크리스 로우(Chris Lowe)는 원 언더 디 에이트(One Under The Eight)이라는 7인조 댄스 그룹에서 트럼본을 맡았으며, 리버풀 대학으로 건너가서는 건축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주로 계단을 고안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갔다. 1981년 8월, 두 사람은 우연히 King's Road에 있는 전자제품 가계에서 처음 대면하게 되는데, 두 사람 모두 댄스뮤직에 대한 공통적인 관심이 있음을 알게 되고 함께 작곡을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애완동물 가계를 하는 친구들에게서 밴드명의 영감을 얻었는데, 이들은 “그 어감이 마치 영국식 랩 그룹의 느낌이 나서” 펫 샵 보이스라는 이름이 맘에 들었다고 한

다. 1983년에 닐이 폴리스(The Police)의 취재를 위해 뉴욕에 갔을 때 그는 프로듀서 바비 오(Bobby O)를 만났는데, 닐의 찬사에 감명을 받은 Bobby는 이 듀오와 함께 음반 작업을 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84년 4월에 그들의 대표곡 <West Ends Girls>의 첫 버전이 발매되었다. (그러나 이 버전은 LA와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프랑스에서만 약간의 히트를 거두는데 그쳤다.) 
  다행히 1985년 3월에 이들은 EMI산하 팔로폰(Parlophone) 레이블과 계약을 채결하여 메이저 활동의 기회를 얻었고, 스테픈 헤이그(Stephen Hague)의 프로듀싱으로 <West End Girls>를 다시 제작, 재발매하여 1986년 1월 영국 차트 1위에 오르는 성공을 거두었다. 게다가 4월에는 미국 차트에서도 정상에 오르면서 이들은 세계 시장에서 빠른 스타덤을 얻는 발판을 마련했다. 같은 해 3월에 발매된 데뷔작「Please」는 후속 싱글 <Opportunity (Let's Make Lots of Money)><Suburbia>의 연속 히트로 이들은 영국 신스 팝/댄스 시장에서의 정상의 위치에 단숨에 올라서게 되었다. (11월는 1집 수록곡의 리믹스 앨범인 「Disco」도 발표되었다.)
  그 후 1987년에 발표한 2집「Actually」는 먼저 발표된 첫 싱글 <It's A Sin>의 영국 차트 1위 등극과 함께 발매 전부터 관심을 모았고, 가톨릭 교육 환경에서 자라나며 느끼는 청소년의 정신적인 압박감을 표현한 이 곡의 가사는 당시 영국에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악곡은 마이너 스케일이지만 데뷔작보다 좀 더 댄서블하고 밝은 분위기를 견지했던 이 앨범에서는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와의 듀엣 <What Have I Done to Deserve This?>, <Heart> 등이 히트 행진을 이어갔고, 크리스마스 시즌에 발표된 리메이크 싱글 <Always on My Mind>마저 전 세계적 히트를 거두면서 그들의 인기는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그리고 1년 뒤에 발표된 3집「Introspective」(1988)에서도 라틴 풍의 샘플링이 가미된 싱글 <Domino Dancing>과 독특한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었던 <Left to My Own Devices> 등이 계속 히트를 하면서 다음 해에 첫 번째 월드 투어를 갖는 성과를 이뤄내는 데 기여했다.
  90년대에 들어 이들이 처음 발표한 정규 앨범인「Behavior」(1991)은 프로듀서 겸 연주자 헤롤드 펠터마이어(Harold Faltermeyer)와의 공동 작업으로 만들어졌는데, 이전과는 달리 아날로그 신서사이저를 활용하여 사운드의 약간의 다채로움을 시도하면서 <So Hard><My October Symphony>, <How Can You Expect To Be Taken Seriously> 등을 히트시켰다. 그리고 같은 해 겨울에 발매된 첫 베스트 앨범「Discography」에서는 그간에 싱글로만 발표하고 앨범에 담기지 않았던 리메이크 트랙들(특히 U2의 곡을 리메이크한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 같은 곡들)까지 수록하여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후 80년대에 인기를 얻은 대부분의 신스 팝 밴드들의 해체와 활동 중단으로 치닫던 1993년에도 이들은 5집「Very」를 통해 빌리지 피플(Village People)의 히트곡 <Go West>를 히트시키면서 하우스-클럽 뮤직이 부각되던 시기에 무난히 적응했다. 기존의 노선에 비해 좀 더 밝은 멜로디가 강화한 덕분이었다. 이어진 두 번째 리믹스 앨범「Disco 2」(1994), B-Side 트랙 및 미발표곡 모음집인「Alternative」(1995), <Before><Se a Vida E (That's the Way Life Is)>의 히트를 이어간 6집「Bilingual」(1996)과 <I Don't Know What You Want But I Can't Give You Anymore>와 디스코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New York City Boy>를 히트시킨 7집「Nightlife」(1999)까지 이들의 90년대 음악들은 80년대에 못지않은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받아냈다.
  90년대의 왕성했던 활동에 비해 2001년 이들이 제작한 뮤지컬「Closer to Heaven」이후 이번 신보가 발매될 때까지 이들은 <Home And Dry>, <I Get Along> 등을 히트시켰던 「Release」(2002)와 <I'm With Stupid>, <Minimal> 등의 싱글이 나왔던「Fundamental」(2006) 등 단 두 장의 정규 앨범만을 내놓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창작력이 예전보다 감소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들은 그 사이에 2CD 베스트 앨범「Pop/Art : The Hits」(2003)와 함께 영화사의 고전인 무성영화 ‘전함 포템킨(Battleship Potemkin)’을 위한 새로운 사운드트랙을 제작하기도 했으며, 2006년에는 BBC 콘서트 오케스트라와 여러 게스트와 함께 그들의 최초 라이브 앨범「Concrete」를 통해 클래식 연주와 신시사이저 연주의 훌륭한 조화를 이뤄내기도 했다.

펫 샵 보이스표 신스 팝의 노련함에 초기 시절의 향수를 되살리는 새 앨범「Yes」
  펫 샵 보이스의 3년 만의 새 정규 앨범이 되는「Yes」의 발매 계획이 발표되면서 가장 특별했던 소식은 바로 근래 영국 트렌디 댄스 팝의 대표적 여성 걸 그룹들인 걸즈 얼라우드(Girls Aloud)슈거베이브즈(Sugarbabes) 등을 키워냈던 프로듀서 팀인 제노매니아(Xenomania)와 공동작업한 곡들이 수록된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이들은 함께 작곡 팀을 구성해 다른 아티스트들의 4장의 싱글을 제작한 경력이 있었으며, 그 최근작(2009년 1월)인 걸즈 얼라우드의 <The Loving Kind>는 영국 차트 Top 10에 진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미 고유의 색깔을 갖고 있는 펫 샵 보이스의 음악에 이들이 결합했을 때, 과연 어떤 음악이 나올까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Pet Shop Boys - Love, Etc. (Videoclip)



Pet Shop Boys - All Over The World 

  그러나 막상 이 앨범을 플레이어에 걸었을 때, 이들이 함께 만든 3곡은 너무나도 ‘펫 샵 보이스다운’ 사운드를 갖고 있었다. 아주 미세한 차이를 굳이 찾으려 한다면 보컬부터 편곡까지 조금 부드러움이 강조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훅(Hook)에 가까운 코러스가 덧입혀진 첫 싱글 <Love etc.>의 후렴구가 가진 중독성은 의외로 강하며, 기타 스트로크 샘플을 적절히 활용한 펫 샵 보이스식 클럽지향 트랙이 된 <More Than A Dream>는 중간 중간 기타 스트로크 샘플들이 곡을 더욱 댄서블하게 만든다. 그리고 펫 샵 보이스만 만들 수 있는 특유의 미디움 템포 댄스 팝 트랙인 <The Way It Used to Be>는 마치 무거운 비트를 다 걷어내고 클럽용으로 바꿔버린 <It's A Sin>이라고 묘사해도 될 만큼 확실한 멜로디 라인을 갖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트렌디한 프로듀싱으로 80년대 댄스 팝의 감성을 살리면서 클럽 지향적으로 사운드를 뽑아내자는 것이 이들의 의도였다고 생각된다.
  한편, 차이코프스키의 클래식 곡에서 샘플을 활용한 <All Over The World>는 가히 이번 앨범의 백미라고 해도 될 만큼 귀를 잡아끄는데, 신스 팝의 매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겹겹이 쌓는 전자음의 결합이 트렌디함을 끌어내면서도 동시에 쉽게 대중에게 각인되는 멜로디를 갖고 있다. 그 외에 닐 테넌트 특유의 보컬의 매력이 잔잔히 깔리는 전자음 위에서 빛나는 <Vulnerable>, 전형적인 80년대 신스 팝의 복고적 느낌을 살린 <Building A Wall><Pandemonium>, 그리고 이들이 가끔 선보이는 낭만적 신스 팝 발라드의 연장선인 <King of Rome>도 이번 앨범에서 매력적인 트랙들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Beautiful People><Did You See Me Coming?> 같은 트랙들을 들으면 인트로나 중간 중간 브릿 팝 사운드에 가까울 정도로 강한 인상을 주는 기타가 포함되어 있는데,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이들의 곡에 새로운 신선함을 안겨준다. 바로 이 기타의 주인공이 바로 모리시(Morrissey)와 함께 스미스(The Smiths)를 이끌었던 자니 마(Johnny Marr)다. 이미 닐 테넌트가 90년대 초반 그의 프로젝트였던 일렉트로닉(Electronic)의 음반에 피쳐링 했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작업은 자연스럽게 가능했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이번 펫 샵 보이스의 새 앨범은 특별히 어느 한 두 곡이 좋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곡이 확실한 대중성과 동시에 80년대 신스 팝 팬들이 좋아할 향수 어린 사운드의 즐거움을 동시에 갖고 있다. 팔로폰 레이블의 담당자가 “우리가 펫 샵 보이스에 대해 가장 좋아했던 부분이 모두 담겨 있다.”라고 한 언급이 딱 어울릴 정도다. 그렇기에 그들의 80년대를 사랑했었던 음악 팬들이나, 현재 트렌디한 팝 음악을 즐겨 듣는 음악 팬들까지 모두를 사로잡을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신스 팝의 생존자’라기 보다는 항상 ‘신스 팝의 선봉장’의 지위를 잃지 않았던 그들이기에, 그 환영을 받을 만한 충분한 내용물을 담은 이 3년 만의 복귀작은 올 해 라디오와 클럽을 충분히 강타하리라 예상한다. 
   

2009. 3 글/ 김성환 (Music Journalist - 뮤직 매거진 ‘Hot Tracks’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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