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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Zappa - Ship Arriving Too Late To Save A Drowning Witch (1982)

80팝/80년대 팝앨범리뷰

by mikstipe 2009. 2. 1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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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V때부터 알기 시작해서 (그 분은 당시 기자였음.) 지금도 가끔 핫트랙스에 글을 쓰시는 모 필자님이 알려주신 정보에 혹하여 용산 전자랜드 신관 2층에 있는 엄청난 크기의 중고 LP 판매점에 가게 되었다. 아주 희귀한 명반을 찾는 것은 쉽지 않지만, 대체로 쓸만한 7-80년대 음반들이 많이 구비되어 있었고, 2시간을 넘게 뒤지면서 2시간 주차료를 뽑을 수 있는 5만원 어치 음반을 구입했다. 근데, 장당 최저 2000원에서 5000원까지다. 정말 가격 착하지 않은가! (회현 지하상가의 최근 중고LP들은 여기만큼 음반 상태가 좋지도 않으면서 최저 5000원이다. 너무한다. 예전만큼 떨이 세일하는데가 정말 없어졌다.)


  10여장의 음반들로 먼저 계산대에 가보니 40000원밖에 안나와서, 망설이던 음반 몇 장을 더 골랐고, 그 가운데 한 장이 바로 이 프랭크 자파(Frank Zappa)의 앨범이다. 사실 내용을 미리 들었던 적도 없는데, 이 음반을 산 이유는 단 한 가지, 스티브 바이(Steve Vai)가 이 밴드에 재적했던 시기의 그의 기타를 듣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집에 가져와서 가장 먼저 이 음반을 들었다. 지난 번 이 블로그에 소개했던 70년대 음원과 비교하면 이 음반의 A면에 담긴 스튜디오 트랙들은 상당히 모던하고 대중적인 느낌이었다. 스티브의 기타를 기대했더니만, 첫 곡 <No Not Now>는 프랭크의 느끼한 보컬과 펑키한 베이스가 주도하는 곡이었다. 그러나 1절이 끝날 즈음부터 들려오는 그 특유의 기타 이펙트! 역시 스티브의 것이었다.

  이 음반의 뒷면에 쓰여진 멤버 크레딧을 자세히 보면, 스티브 바이의 이름 옆에 이렇게 쓰여있다. "Impossible Guitar Parts", 다시 말해, '불가능한 기타 파트 담당' 이라는 것이다. 실험적이고 아방가르드한 것에 대해 항상 집착했던 프랭크 자파에게 그의 기타 연주는 자신의 밴드의 실력으로는 커버하기 힘든 실험적 구상을 실현해 주는 '마법의 손'이었을 것이다. 

  근데, 이 음반의 특징은 트랙리스트는 3곡으로 구별해놨지만, 각 면마다 모든 곡이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다. 첫 곡이 언제 끝났는지도 모른 상태에서 두 번째 트랙이자 프랭크의 딸이 나레이션을 맡은 싱글 히트곡(?) <Valley Girl>이 이어진다. 연주는 무지 단순한데, 랩에 맞먹는 그녀의 쾌속의 수다(?)가 이어지면서 노래는 진행된다. (근데, 가사 속지가 있음에도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건지 도데체 이해가 안된다.) 세 번째 곡 <I Come From Nowhere> 역시 펑키한 리듬감을 유지하고 있는데, 후반부에 가서 프랭크와 스티브의 기타 듀엣 배틀(?)이 펼쳐진다. 물론 더 어지럽게 연주하는 쪽이 스티브일 것이다. (그것까진 설명이 안 써있어서리...) 

  Side B로 넘어가면 이번에는 라이브 녹음으로 3곡이 주구장창 이어진다. 타이틀 트랙에 해당하는 <Drowning Witch>는 자그마치 12분이 넘는 트랙이다. 아방가르드 재즈 리듬 위에 펼쳐지는 신시사이저와 베이스의 독특한 조화가 매우 인상적이며, 스티브의 솔로 시절 연주 중 블루지한 부분들이 이 밴드에 몸담으면서 많이 다져졌음도 확인하게 한다. 바로 이어지는 연주곡 <Envelopes>는 기타가 바통을 넘겨받아 신시사이저와 대결을 펼친다. 거의 프로그레시브 솔로 배틀과 같은 분위기다. 여성 보컬 리사 포페일(Lisa Popeil)이 부르는 <Teen-Age Prostitute>가 대미를 장식하는데, 불우한 가정에서 가출해 매춘부가 된 10대 여성의 고백을 일부러 과장된 톤의 소프라노 창법으로 불러서 약간은 희화적으로 들리기까지 한다. (그게 오히려 프랭크가 노린 역설이었을 것이지만.)

들어보기:
Frank Zappa
Valley Girl (위) / Drowning Witch (아래)

  평론가들에게 그저 그런 평가를 받았지만, 오히려 80년대의 모던함이 들어가서 그런지 이제는 듣기가 그리 힘들지 않다. 생각보다 스티브의 기타를 많이 듣지는 못했지만, 그가 왜 이 밴드에 있었는가에 대한 이유는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인 것 같다.



보너스 영상: Frank Zappa & Steve Vai - Stivie's Spanking
(Live 1982 - 나중에 84년 앨범에 수록됨.)

아! 마지막으로 퀴즈 하나 내보자. 다시 한 번 글의 맨 위로 올라가 음반 커버를 보고, 이 일러스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답글로 정확하게 설명해 달아주시기 바란다. (이벤트 종료!) 가장 먼저 맞추시는 분께는 알라딘 중고샵(used.aladdin.co.kr)에 제가 올린(mikstipe가 올린이 이름이다) CD들 가운데 (리스트는 여기! ->[Click!]) 6000원 이하에서 듣고 싶은 음반 한 장을 정해주시면, 제가 내리고 배송까지 무료로 해드린다. (제 지인이라 배송이 필요없는 분은 직접 만날 때 드린다.) 앗, 주소 및 배송 관련 내용은 비밀 댓글로 달아주시라... ^^;

정답:
앨범 제목에 써있던 대로, 이 그림은 왼쪽의 사다리꼴은 뱃머리, 그리고 아래의 직선은 수면, 그리고 그 위에 솟은 삼각형은 마녀의 모자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앨범 제목처럼 '배가 너무 늦게와서 물에 빠진 마녀를 못구한 상황'이죠. 물론 자파의 Z, A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 일러스트는 1953년 미국의 유머 작가인 로저 프라이스(Roger Price)의 작품입니다. 그가 발표한 책 [Droodle] (Doodle+ Riddle의 합성어라고 하죠..) 에 수록된 일러스트입니다. 마치 어린왕자 소설책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처럼, 선과 도형의 조합만으로 어떤 하나의 상황을 상상하게 만드는 그림으로 그는 유명해졌죠. 그의 여러 작품 중 하나를 바로 프랭크 자파가 사용했다고 합니다.  http://www.droodles.com/archive.html 라는 곳에서 이런 그림들을 많이 모아놓았으니, 재미삼아 한 번 추리해 보세요...^^;




<정말 볼 때마다 느끼지만, 카리스마는 짱이다. 가끔 꿈에 나올까 무서운 얼굴이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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