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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aissance 1st Live in Seoul ... 2010.10.10

Concert Reviews

by mikstipe 2010. 10. 1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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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0년 10월 10일 (일요일) 오후 6시
장소: 서울 마포 아트 센터 대강당

처음 르네상스가 내한공연을 갖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다. 아무리 뉴 트롤스를 부르고, PFM, Osanna을 불러낸 시완레코드였지만, 활동도 하지 않고 있었던 르네상스를 다시 불러냈다고? 그래서 이런 저런 정보를 뒤진 결과, 애니 헤이슬럼(Annie Haslam)마이클 던포드(Michael Dunford)가 밴드 결성 40주년을 기념하여 다시 만나 이를 기념하는 월드 투어를 갖기로 했다는 소식을 확인했다. 정말 성시완씨가 이번엔 제대로 붙들었구나...  아무리 나머지 멤버들이 전성기 멤버들이 아니라도 우리가 아는 르네상스는 애니와 마이클만으로 활동의 충분한 근거는 확보하는 팀 아니었던가. 그렇게 기쁜 마음도 가졌지만, 과연 2일간 공연을 하면서 관객이 얼마나 찰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사전에 할인 예약 실시 전략을 실시한 것에 박수를 보내며 발행 첫 날 바로 예매해버렸다. R석 앞에서 둘째 줄....실내 극장에서  아티스트를 보기에 참 좋은 위치다.

5시 30분 공연장 앞에 왔을 때, 성시완씨가 첫 날 끝나고 어느 커뮤니티에 남겼던 메시지에 비하면 사람들이 많이 와있기는 했지만, 어제 음악 관계자들은 대체로 감상을 마치고 간 것인지, 눈에 익숙한 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지난 펜타포트에서 처음 뵌 송명하 핫뮤직 전 기자님과 전영애 사진작가를 처음 뵌게 다일듯.) 밖에서 거의 공연 시작 5분 전까지 버티다가 바로 입장해서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큰 공연장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고 성시완씨의 호소가 먹힌 모양인지, 어느덧 공연장의 좌석은 1,2층 양측 구석쪽을 빼면 거의 다 찼다. 그리고 첫날 다녀오신 분들의 설명에 따르면 무대에 배치된 악기 위에 흰 천이 덮여있었다고 했는데, 이번 공연에는 그런 부분은 없이 악기를 조명이 은은히 비춰주고 있었다.

대략 5분 정도의 딜레이가 걸린 후 마이클과 남자 연주자들이 한꺼번에 등장했고, 그 뒤를 이어 이제 환갑에 다다르신 애니 헤이슬럼 여사께서 등장하셨다. 생수 대신 와인으로 목을 축이며 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비록 할머니의 외모에 이르긴 했으나 여전히 자신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가득찬 모습이었고, (그 때문에 작은 부분에 매우 신경질적이었다는 후문도 들리나) 적어도 보컬리스트로서 무대 위에 설 때는 특유의 카리스마가 죽지 않았음을 이번 공연을 통해 보여주었다. 중간 중간 몇 번의 (성대 노화의 한계로 인한) 오류는 있긴 했지만, 오히려 성악적 고음 스캣 바이브레이션에서는 저 분이 63세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파워를 보여주셨다. 


카네기 홀 실황 때와 마찬가지로 공연의 시작은 (전기 르네상스 시대를 뺀) 그들의 정규 데뷔작 [Prologue]의 타이틀 트랙으로 시작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가사 없이 스캣들로 진행되는 이 독특한 곡의 매력은 이번 무대에서도 (비록 신시사이저의 발달의 덕이 크지만) 그대로 재현되었다. 그리고 2집에 담긴 짧지만 아름다운 포크 록 소품 <Carpet Of The Sun>이 흐를 땐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곡을 따라 불렀다. 그들의 앨범들 가운데 국내에 CD로 라이센스 발매된 유일한 앨범이었던 [Novella]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졌던 <Midas Man>에 이어 정규앨범 전체의 완성도 면에서는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3집 [Turn of The Cards]의 수록곡 3곡 - <Running Hard>, <Black Flame>, <Things I Don't Understand> - 이 연타로 관객들을 황홀함에 몰아넣었다. 이 곡들을 현장에서 들으며 느낀 것은 르네상스 음악의 서정성의 힘이 꼭 애니의 목소리의 힘으로만 가능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여러 대의 어쿠스틱 기타를 바꿔 치는 마이클의 연주는 아주 화려한 테크닉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곡의 분위기와 중심을 잡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핵심이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 벅스 뮤직 르네상스 앨범 [Novella] 페이지 가기:
 
http://music.bugs.co.kr/album/27120

그리고 7번째 곡으로 이어진, 그들의 존재를 내가 처음 알게 해준 곡이자 지금도 애청하는 불멸의 명곡 <Ocean Gypsy>가 공연장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고2 때였던가? 김광한 아저씨의 프로그램에서 일요일 오후에 라이브 실황을 1시간씩 틀어주던 시절, 전영혁씨 프로그램에서나 나올법했던 그들의 카네기홀 실황이 1시간동안 소개될 때의 충격을 지금도 난 잊지 못한다. 그 후 이 곡이 담긴 컬러 빽판들을 청계천에서 구해와 닳도록 들었던 그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오면서 애니와 함께 내 입은 가사를 흥얼대고 있었다. 아.. 내가 이 곡을 이렇게 현장에서 라이브 연주로 들을 수 있다니, 이보다 더한 감격이 어디 있겠는가! (아래 음원은 그 순간을 다른 블로거께서 녹음하신 음원을 퍼온 것이니,  공연장에 오신 분이건, 못오신 분이건 그 분위기를 느껴 보시기 바란다.) 



Renaissance - Ocean Gypsy
(Live in Seoul 2010.10.10)

감동의 물결이 몰아친 후, 애니와 마이클이 자신들이 올해 만든 새 노래를 한 곡 소개했다. 제목은 <The Mystic and the Muse>. 평소에 화가로도 알려진 애니가 그린 두 회화 작품을 마이클에게 보여준 후 이를 바탕으로 마이클이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그들의 최근 공식 사이트 www.renaissancetouring.com 에 가면 감상과 이 곡을 포함 총 3곡이 수록된 새 EP를 온라인 구매할 수 있다.) 보컬보다 오페라틱한 바이브레이션이 강조된 감은 있지만, 2010년대에 이런 고전적 프로그레시브 록 트랙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들을만한 곡이었다. 이 곡이 끝난 후 이들이 남긴 또 하나의 명곡 <Mother Russia>를 끝으로 멤버들은 무대 뒤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미 10000원에 판 프로그램 책에 적힌 대로 앵콜 트랙은 정해져 있었고, <Ashes Are Burning>가 울려 퍼지는 동안에 관객들은 모두 기립해 음악을 감상했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 위에서 애니는 "어제와 오늘의 호응을 보며 내년에도 다시 여기에 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들은 현재 2011년을 목표로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데, 앨범 완성후 투어를 하면 한국에 다시 올 수 있다는 이야기인 듯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손해 많이 봤을 텐데, 과연 시완 레코드가 이를 재 추진할 수 있을까? T T) 첫 날에도 그랬듯, 이 날도 공연장 로비에서 멤버들의 사인회가 있었다. 사실 맘 속에서는 가방에 들고간 그들의 모든 음반에 사인을 받아내고 싶었지만, 뒤에 줄 서신 분들을 생각해 [Turn of The Cards] CD와 [Live At Carnegie Hall] LP에 멤버들의 사인을 받았다.

   




 지난 번 지산에서의 펫 샵 보이스 이후 또 한 번 내가 가장 좋아했던 아티스트와의 만남을 공연으로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쁜 저녁이었다. 공연 프로그램 북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이 공연을 준비했다'는 성시완님의 소회가 너무나도 안타깝기만 했지만, 언제나 이 분의 노력과 집념이 있었기에 한국에서 프로그레시브 록/아트 록은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며, 다시금 시완님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공연장을 나와 전철역으로 향했던 10월 10일의 밤은 정말 어떤 이의 표현 처럼 "아름다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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