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Perfume World Tour 1st : Live in Korea (2012.11.17 AX-Korea)

Concert Reviews

by mikstipe 2012. 11. 21. 12:38

본문


11월 17일, 드디어 기대하고 기대하던 퍼퓸의 첫 내한공이 이루어졌다. 2달 전부터 이 날을 기다려왔던 기대에 찬 마음을 갖고서 악스 코리아에 도착했을 때, 공연장 앞은 엄청난 관객의 물결로 출렁였다. 한국의 퍼퓸 팬들도 꽤 많았음을 1차 예매에서 확인했지만, 실제로 공연장에는 일본 퍼퓸 팬들이 꽤 많이 찾아왔다. 그도 그럴것이, 이제 일본에서는 적어도 아레나급 공연장 이상에서 공연하는 위상이 된 퍼퓸을 악스홀같이 중소공연장에서 (자신들이 처음 그녀들을 응원하던 초창기처럼)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그들에겐 큰 즐거움이겠는가? 공연 티켓 매진에는 이렇게 일본 팬들의 지원사격도 상당히 컸던 것이다. 그 일본 관객들은 공연 스탠딩 번호순 줄 서기 이전에 한국 팬들보다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었고, 주관 기획사 아뮤즈 측에서도 (현재까지 이번 [Perfume World Tour 1st]는 올해 일본 스케줄이 없기에) 이번 투어를 위해 새로 만든 머천다이즈를 특별히 공연장 문 열리기도 전에 그들에게 미리 팔았다고 한다. 


공연 시작 전 20분부터 공연장에 들어차서 자리를 빼앗길 새라 밖에 나갔다 오지도 않고 기다리는 팬들을 주최측은 영상으로 달래주었다. 'Perfume Official Global Website에 지금도 계속 올라오는 컴퓨터 3D 그래픽 동영상들 - 그녀들의 같은 안무와 이번 베스트 앨범 수록곡이자 [Game] 앨범의 수록곡이었던 [Edge]를 바탕으로 멤버들의 몸동작을 3D 그래픽으로 변환해 여러 형태로 만들어 올린 동영상들 - 로 관객들은 잠시 후 무대에 나타날 그녀들을 기다렸다.



블이 꺼지고, 인트로 뮤직과 함께 [Game] 앨범에만 수록되었던 곡이자 이번 베스트 앨범 속에 선곡된 [Night Flight]로 공연은 시작되었다. 어둠 속에서 무대에 이미 자리를 잡고 준비했던 멤버들은 그들만의 안무와 무대 매너로 장내의 관객들을 첫 순간부터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뒤이어 메이저 초창기 싱글들인 [Computer City], 그리고 [Electro World]까지 2연타가 정신없이 이어졌다. 멤버들의 실물은 사진에서 보던 때보다 더 미모가 출중했다. 마치 3명의 멋진 뮤즈들을 보는 듯한 느낌? (그동안의 퍼퓸의 사진 기사들은 분명 안티였던 것이다.) 그들의 안무는 한국 걸그룹들만큼 하반신을 많이 쓰는 고도의 체력(?)을 요구하진 않으나, 그래도 주로 상반신과 손과 팔동작으로 이뤄지는 안무이기에 특유의 개성을 항상 발휘했었다. 그 매력을 눈 앞에서 직접 본다는 사실 만으로도 즐거울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도쿄 돔까지 경험했던 퍼퓸에게 이 공연장은 이제 작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무대도 지난 투어의 그 화려한 스테이지를 너무 간단하게 재현한 느낌이었지만, 멤버들의 춤과 노래만으로 그런 단점들은 사실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일단 사운드는 (밴드를 대동하고 올 리는 없으니) MR이지만, 그래도 악스홀 사운드 세팅 사상 가장 맘에 드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진짜 공연장 전체가 하나의 일렉트로닉 클럽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첫 세 곡이 끝나고 멤버들도 숨이 찼는지 잠시 토크의 시간이 길게 이어졌다. 라디오 방송에서도, TV에서도 항상 두드러지는 리더 앗쨩과 놋치의 만담(!)은 어김없이 여기서도 이어졌다. 그런데, 일본어에 능숙하지 못한 내 귀에 들리는 친숙한 이름 '지영쨩'...ㅋ 카라의 강지영과의 일화를 설명해 주면서 한국 팬들과의 친숙함을 노린 이야기들이었다. 첫째로 놋치는 "일본에서 쓰는 감탄사는 과장된 억양인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강지영씨가 '아아…', '네…'라고 말을 받는 게 일본 사람 입장에서는 귀엽게 느껴진다"며 강지영의 말투를 따라했다. 둘째로 일본에서는 상대방의 말에 동조하는 추임새로 '우쏘(정말?)' 라고 하는데 지영이는 이 말을 '(너 지금) 거짓말 하는겨?' 의 의미로 받아들여 '우소쟈 나이요 (거밋말 아니야)'라고 한다고 했다. 이것 역시 놋치는 귀여워 죽겠단다. 앗쨩이 이어서 관객들에게 던진 질문은 "일본에서는 자동차 유리의 어두운 정도가 법으로 규정돼 있다. 한국 자동차는 조수석 옆 유리까지 어두운데 괜찮느냐? 또 조수석 옆에 붙어 있는 파란색 스펀지는 무엇이냐?"며 궁금증을 나타내기도 했다. 관중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한국어로 "대박! 한국 최고"를 외치기도 했으니, 철저히 한국 무대를 준비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 긴 토크가 끝나고, [JPN]앨범의 싱글이었던 [Laser Beam](개인적으로 이 곡 나올 때 나도 나이 다 잊고 방방 뛰며 놀았다. 이 마흔 다 된 나이에...ㅠㅠ), 다음 5집에나 들어갈 근래 싱글이자 단순한 영어가사로 95%가 이뤄진 곡인 [Spending All My Time], 그리고 [Triagle]앨범의 수록곡이자 8번째 싱글이었던 이번 베스트 앨범의 타이틀 트랙 [Love The World]까지 3연타가 이어졌다. 처음에는 그냥 벽처럼 세워졌던 LED가 3개의 블록으로 갈라져 이동하며 사라졌던 멤버들이 그 뒤에서 나타나는 등 무대 세팅은 단순한 듯 하면서도 레이저와 조명, 그리고 LED를 통해 공연의 재미를 한껏 돋우었다. [Butterfly]와 [Edge]가 메들리로 이어진 후, 역시 이번 글로벌 베스트 앨범에 선곡된 트랙인 [Secret Secret]까지 그들은 쉴새 없이 자신들도, 관객들도 흥에 겨워 펄쩍 펄쩍 뛰게 만들었다. 잠시 멘트와 영상이 이어진 후에는 [Polyrhythm]과 함께 그들의 일본 내 인기에 결정적 영향을 펼쳤던 [Dream Fighter]가 이어졌다. 오토튠과 보코더를 사용해 변조되기 때문에 그들의 노래 실력이 다 립싱크라는 비판도 있지만, 실제 라이브로 듣는 목소리는 변조되지 않는 곡들에선 그 정신없는 안무에도 보컬에 하등 문제가 없었다. 뒤에 이어진 P.T.A. (단체 체조(?)) 시간에는 초반부에 살짝 연습한 대로 관객을 3등분해 '떡/볶/이' 를 말할 때마다 관객들이 동작을 하고 환호하는 재미있는 광경이 연출되었다.



Perfume - Laser Bean / Nee /
Polyrhythm / Chocolate Disco

(2011 Asia Music Festival in Dague Live)
- 일명 '비 오는 날 개고생했던' 그들의 첫 내한 무대


단체 응원이 다 끝난 후, 이어지는 곡은 이번 글로벌 베스트에서 가장 좋아했던 곡 [Fake It](PV도 이번 베스트 앨범을 위해 새로 촬영했다.) 그리고 이 곡이 원래 B사이드로 들어있던 싱글의 A사이드이자 [JPN]수록곡 [Nee], 한국 퍼퓸 팬들이 참 좋아하는 곡인 [Chocolate Disco]까지 세트리스트에서 가장 신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일단 기본 세트의 마지막으로 [Polyrhythm]이 끝난 후 멤버들은 잠시 무대에서 사라졌고, 관객들은 쉴새없이 '앙코르'를 외쳐댔다. 겨우 14곡으로는 당연히 충분히 않았으니까.

환호속에 다시 무대로 올라온 애들은 자신들이 이번 월드 투어를 왜 기획하게 되었는지 앗쨩의 말로 열심히 전달했다. (뒤의 LED에 자막으로 스탭들이 멤버들의 말을 간단하게 동시통역으로 전달해 주었다.) 자신들의 음원이 공식 배급된 적도 없는 미국,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팬들에게 사랑받는 것에 감동받고 더 넓은 세계로 움직이려는 의미로 이번 투어를 준비했다고. 실제 관객들의 열광에 감격에 겨웠는지, 앗쨩과 카시유카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해외 시장 진출 문제를 고민할 때 발표한 싱글이라 자신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는 곡인 [Spring of Life]가 앵콜 첫 곡으로 나와 개인적으로는 절말 행복했다. 그리고 [心のスポーツ](마음의 스포츠)를 안무 없이 편하게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며 부른 후, 거의 5분 이상 정말 공손한 감사 표시를 한 후 무대에서 사라졌다.


현장에는 아마 사진 찍는 문제를 아뮤즈가 까다롭게 제시할 것 같았는지, 아니면 노라 존스 공연장으로 다들 갔는지, 흔한 기자들, 음악 칼럼니스트들 하나도 안보였다. 하지만 아이돌(또는 걸그룹) 공연이라고 무시할 공연은 절대로 아니었다. 한국의 A급 걸그룹들의 음악과 퍼포먼스와는 또 다른, 그러면서도 한국인의 현재 취향과도 가장 일치할 만한 멋진 일렉트로닉-댄스 팝 콘서트였다. 한국 퍼퓸 팬클럽이 2층 난간에 매단 현수막처럼, 그들의 우주 투어 1st 가 언젠가 이뤄지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앞으로도 자주 내한 무대를 찾아 주시기를.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