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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 Collins - Going Back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10. 10. 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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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한국 워너뮤직에서 발매한 이 음반의 국내반 해설지로 제가 작성한 것입니다.

제너시스(Genesis)의 드러머 겸 메인 보컬리스트이자 1980년대 어덜트 팝의 지존,
필 콜린스(Phil Collins)의 2010년 복귀작이자 1960년대 클래식 소울 커버 앨범
「Going Back」

Chapter 1: Phil Collins' Biography 1951~2010

1964년 비틀즈를 주인공으로 한 전설적인 음악 영화 「A Hard Day's Night」의 엑스트라로 출연했던 것을 포함, 어린 시절 아역배우로서 활약하다 플레이밍 유스(Flaming Youth)라는 밴드를 거쳐 1970년 19살의 나이로 전임 드러머 크리스 스튜어트(Chris Stewart)를 대신하여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제너시스(Genesis)의 신임 드러머로 가입한 필 콜린스(Phil Collins)는 그 후 40년 동안 영국 음악계를 대표하는 국보급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화려한 커리어를 이어갔다.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1974)의 투어가 끝난 후 제너시스의 초기 리더였던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이 탈퇴하자 백업 보컬 역할을 담당했던 그는 밴드의 리드 보컬로 지위가 격상되었고, 이후 제너시스를 좀 더 대중화된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로 변화시켰다. (그 변화에 대해서 정통 프로그레시브 매니아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지만, 팝-록 밴드로서 제너시스가 보여준 음악적 완성도 역시 무시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 후 기타리스트 스티브 해킷(Steve Hackett)마저 밴드를 떠나자, 3인조로 축소된 제너시스는 (비록 실질적 밴드 음악의 핵심은 키보디스트 토니 뱅크스(Tony Banks)가 쥐고 있음에도) 외형상 완전히 필 콜린스가 주도권을 잡은 밴드로 변해갔다. 게다가 그가 재즈-퓨전 록 프로젝트 브랜드 X(Brand X)에 이어서 1980년대에 들어와 솔로 활동의 병행을 선언했을 때, 많은 음악 팬들은 제너시스의 미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필 콜린스는 제너시스의 음악을 좀 더 당시 주류 어덜트 록에 맞게 다듬으면서 동시에 더욱 대중적 음악에 대한 욕구는 자신의 솔로 앨범을 통해 해결하면서 밴드와 자신의 음반들을 1980년대에 연이어 멀티 밀리언셀러로 만드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그의 외모는 계속 ‘앞머리 벗겨진 이웃집 아저씨’처럼 변해갔을지라도 그의 스타덤은 그의 이마가 더 넓어지는 만큼 더욱 커져만 갔다.

그러나 그룹 활동과 솔로 활동의 성공적 균형을 맞춰가던 필 콜린스는 1996년부터 자신의 솔로 활동에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로 제너시스를 탈퇴했다. 그러나 그 후 2000년대까지 그 결과는 제너시스와 그 자신에게 그리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제너시스의 현재까지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인 「Calling All Nations」(1997)은 흥행에서 참패를 거두었고, 필의 2002년 솔로 앨범 「Testify」는 과거에 비하면 대중의 반응이 그리 호의적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필의 필요성을 다시 체감한 밴드 동료들은 그를 다시 설득하여 2007년 ‘Turn It All Again’ 투어를 통해 재결합을 이뤄냈지만, 불행히도 2000년 왼쪽 귀의 청각을 상실한 것에 이어서 2009년 척추 탈골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수술 후유증으로 인해 현재 그는 자신의 천직과도 같았던 드럼을 칠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그가 더 이상 뮤지션으로 활동할 수 없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다행히도 그가 새 음반 작업을 통해 솔로 활동을 다시 재개할 것임을 밝히면서 팬들은 한 시름을 놓게 되었다. 바로 그 작업의 결과물이 지금 여러분의 손에 쥐어진 그의 8번째 솔로 앨범이자, 최초로 커버 트랙들로만 100% 구성된 작품인 「Going Back」이다.

Chapter 2 : 60s' Classic Soul Flavor in Phil Collins' Music Career

제너시스에서의 그의 활동 경력을 잘 모르는 국내 음악 팬들에게는 [One More Night](1985), [Another Day In Paradise](1989)와 같은 발라드 히트곡들의 영향으로 그를 어덜트 컨템포러리 전문 팝 뮤지션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는 엘튼 존(Elton John)이나 빌리 조엘(Billy Joel)과 같은 뮤지션들에 대해서도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오해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솔로 앨범에 수록된 음악들을 자세히 감상할 기회가 있다면 오히려 그가 자신의 독자적 커리어 속에서 탐구한 음악적 요소는 오히려 ‘소울(Soul)’에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될 것이다. 필 콜린스가 싱어송라이터로 갖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 확실하게 대중의 귀를 잡아 끌 수 있는 멜로디 메이킹 능력에 있다고 보았을 때, 그 근원은 바로 그가 청소년기를 보내며 즐겨 들었던 60년대 흑인음악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제너시스에서는 멜로디 감각은 살리되 나머지 멤버들과 함께 1980년대 AOR(Adult-Oriented Rock, 성인 지향 록)/신스 팝 성향의 곡들을 만들었다면, 자신의 앨범 속에서는 때로 소울의 색채를 일부러 강하게 드러내는 경우도 많이 등장했다. 가장 단적인 예로, 그의 과거의 히트곡들 가운데 가장 이번 앨범의 주제의식과 맞닿아 있는 싱글은 그의 2집 「Hello, I Must Be Going」에서 히트시킨 슈프림스(The Supremes)의 대표적 히트곡 [You Can't Hurry Love]의 커버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철저히 60년대식의 빈티지 사운드를 고수하는 편곡과 프로듀싱을 통해 그는 이 곡으로 자신이 밴드 속에서 숨겨온(?) 음악적 뿌리를 확실히 커밍아웃하는 의식을 치렀다. 그리고 그의 솔로 스타덤을 확고하게 해 준 3집 「No Jacket Required」(1985)의 대표적 히트곡 중 하나인 [Sussudio] 역시 전자음으로 포장을 했기에 팝-록으로 들렸을 뿐, 그 멜로디 라인과 분위기를 고조시켰던 혼 섹션은 영락없이 초기 훵크(Funk) 시대의 사운드와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이 곡의 히트 이후 각 앨범마다 혼 섹션을 매우 즐겨 사용했는데, 4집 「But Seriously...」(1989)에서 Top 10 싱글로 기록된 [Something Happened on the Way to Heaven], 6집 「Dance Into The Lights」(1996)의 타이틀 트랙이자 아프리칸 리듬을 받아들였던 [Dance Into The Lights]까지 그 기조는 계속 이어졌다.

아,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언급할 중요한 곡이 있다. 그가 1988년 주연하고 사운드트랙까지 담당했던 영화 「Buster」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의 배경이 1960년대였기 때문에, 이 OST는 필의 신곡을 빼면 모두 1960년대의 히트곡들로 짜여져 있는데, 포 탑스(Four Tops),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 등의 추억의 노래들이 영화를 수놓았다. 특히 이 영화 OST에서 넘버 원 히트를 기록했던 싱글 [Two Hearts](그와 1960년대 다수의 모타운(Motown) 히트곡을 만든 장본인 중 하나인 라몬트 도지어(Lamond Dozier)와 필의 합작품이다.)는 그가 특히 모타운 사운드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갖고 있음을 증명했던 한 가지 사례였다. 그리고 그는 [You Can't Hurry...]외에도 2003년 싱글 [The Least You Can Do]의 B사이드였던 [Tears of a Clown], 2004년 컴필레이션 「Love Songs: A Compilation... Old and New」에 삽입되었던 템테이션즈의 [My Girl] 등 모타운 시대의 커버 송들을 몇 곡 발표했었다.

Chapter 3: Back to the 60s!! - About the New Album「Going Back」

# 벅스 뮤직 해당앨범 페이지 가기: http://music.bugs.co.kr/album/241427

필 콜린스는 8년 만에 발표되는 솔로 앨범인 이번 커버 앨범을 제작하면서 ‘이미 그 자체로 멋진 음악들이기에, 뭔가 새로운 것을 집어넣기 보다는 자신이 처음 이 곡들을 들었을 당시의 사운드와 감정을 재창조하려고 한다’는 의도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2009년 여름부터 그는 스위스에 있는 스튜디오에 들어가 앨범 녹음을 시작했는데, 모타운 시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필은 1959년부터 1972년까지 여러 모타운 앨범들의 녹음에 참여했던 훵크 브라더스(The Funk Brothers)의 일원이었던 밥 배빗(Bob Babbitt), 에디 윌리스(Eddie Willis), 레이 모네트(Ray Monette)를 스튜디오 세션에 초빙했다. 그리고 세션에서 녹음된 25곡들 중에서 18곡을 골라 오버더빙을 거쳐 앨범을 완성했다. (해외에서 발매된 이 앨범의 ‘Ultimate Edition’에는 나머지 7곡도 모두 수록되어 있다.) 원래 이 앨범의 제목은 ‘18 Good Reasons'이 될 예정이었으나, 앨범 제작 완료를 앞두고 그가 13살 때 드럼을 두드리던 사진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이를 커버로 삼으면서 앨범 제목도 현재와 같이 수정되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모타운 시대의 뮤지션들을 직접 섭외한 결과, 이 앨범의 사운드는 확실히 1960년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줄 정도로 고풍스럽고 따뜻하다. 백인이지만 은근히 블루 아이드 소울(Blue-Eyed Soul) 보컬의 감성도 잘 보여주었던 그의 보이스도 이 음반 속에서는 철저히 고전의 정취를 잘 살리는데 자신의 역량을 집중했다. 그래서 이 앨범을 들으면서 각 트랙이 어떻게 과거의 버전과 다르고, 변화가 있었는가를 설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대신에 앨범 속에 담긴 음악들의 오리지널 버전이 몇 곡을 제외하고 한국의 팝음악 팬들에게 그리 익숙한 트랙들이 아니기에, 이 글의 맨 마지막 부분에 작곡자들과 오리지널 버전의 발표 시기 및 차트상의 성적을 개재하는 것으로 각 트랙에 대한 설명은 대체하고자 한다.)

모타운 시대에 가장 멋진 음악들을 쉴 새 없이 만들어냈던 작곡팀인 홀랜드-도지어-홀랜드(Holland-Dozier-Holland)의 작품들, 지금까지도 흑인 음악의 역사의 전설로 남아있으며 최근에 성공적인 내한 공연을 치르고 돌아간 거장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숨겨진 명작들, 그리고 1950년대 말 브릴 빌딩(Brill Building) 그룹 출신으로 흑인 아티스트와 백인 아티스트의 구별 없이 주옥 같은 음악들을 작곡했던 (당시에는 부부였던) 캐롤 킹(Carole King)과 게리 고핀(Gerry Goffin) 콤비의 작품들, 그리고 ‘소리의 벽(Wall of Sound)’라는 특유의 레코딩 기법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필 스펙터(Phil Spector)에 이르기까지 1960년대 모타운 소울을 대표할 만한 작곡가들과 템테이션스, 포 탑스, 슈프림스, 더스티 스프링필드, 마사 앤더 반델라스(Martha and the Vandellas), 로네츠(The Ronnettes), 커티스 메이필드가 활동했던 전설의 그룹 디멘션즈(The Dimensions) 등이 노래했던 소울 클래식들이 총집결한
이 앨범을 듣는다는 것은 단지 필 콜린스의 신보를 듣는다는 차원을 넘어 1960년대 소울과 모타운이라는 서양 대중음악의 위대한 역사를 한 장으로 색다르게 체험할 수 있는 멋진 경험이 될 것이다.

“모타운의 음악을 커버하는 앨범을 녹음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난 이 앨범이 내 기대를 훨씬 넘어섰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필 콜린스는 보컬로도, 연주로도, 그리고 프로듀싱에서도 우리에게 진정한 모타운의 사운드를 전해주었다. 모든 곡들이 너무나 완벽하게 완성되어서 그 중에 어떤 한 곡이 좋다고 특별히 골라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말 멋진 앨범이다.”라고 모타운 음악의 산 증인이자 그와 이미 함께 음악 작업을 했었던 라몬트 도지어는 이 앨범을 평가했다. 그리고 해외 음악 팬들 역시 정통 모타운 소울과 함께 돌아온 그를 영국과 네덜란드 차트 1위를 포함해 유럽 11개국에서 Top 10에 드는 성적으로 환영해 주었다. 여기에 더 무슨 말이 필요한가! 드럼을 연주하면 안 되는 상황임에도 손바닥에 테이프를 붙이고 앨범의 드럼 세션에 기어이 참여했었던 그의 투지에 박수를 보내며, 이 음반이 전하는 즐거운 소울과 모타운의 정취를 편안하게 느껴보는 것이 이 앨범과 필 콜린스에 대한 우리의 예의일 것이다.

(제목/작곡자/오리지널 아티스트/당시 차트 성적 순으로 표기)

1. Girl (Why You Wanna Make Me Blue) (Norman Whitfield/Edward Holland, Jr.)
(Original: Temptations (1964년 26위))


2. (Love Is Like A) Heatwave (Holland-Dozier-Holland)
(Original: Martha and the Vandellas (1963년 4위))


3. Uptight (Everything's Alright) (Stevie Wonder, Sylvia Moy, Henry Cosby)
(Original: Stevie Wonder (1966년 3위)

4. Some of Your Lovin' (Gerry Goffin/Carole King)
(Original: Dusty Springfield (1965, UK 8위)

5. In My Lonely Room (Holland-Dozier-Holland)
(Original: Martha and the Vandellas (1964년 44위))

6. Take Me in Your Arms (Rock Me a Little While) (Holland-Dozier-Holland)
(Original: Kim Western / Doobie Brothers (1965년 50위/1975년 11위))

7. Blame It on the Sun (Stevie Wonder/Syreeta Wright)
(Original: Stevie Wonder (1972년, from「Talking Book」)

8. Papa Was a Rolling Stone (Whitfield/Barrett Strong)
(Original: The Undisputed Truth (1971년), The Temptations (1972년 1위))

9. Never Dreamed You'd Leave in Summer (Stivie Wonder/Syreeta Wright)
(Original: Stevie Wonder (1971, from 「Where I'm Coming From」)

10. Standing in the Shadows of Love (Holland-Dozier-Holland)
(Original: Four Tops (1967년 6위)

11. Do I Love You (Peter Anders/Phil Spector/Vincent Poncia Jr.)
(Original: The Ronnettes (1964년 34위)

12. Jimmy Mack (Holland-Dozier-Holland)
(Original: Martha and the Vandellas (1967년 10위))

13. Something About You (Holland-Dozier-Holland)
(Original: Four Tops (1965년 19위))

14. Love Is Here and Now You're Gone (Holland-Dozier-Holland)
(Original: The Supremes (1967년 1위))

15. Loving You Is Sweeter Than Ever (Ivy Jo Hunter/Stevie Wonder)
(Original: Four Tops (1966년 45위))

16. Going to a Go-Go
(Warren Moore/William Robinson, Jr./Robert Rogers/Marvin Tarplin)
(Original: Smokey Robinson & the Miracles (1965년 11위))

17. Talking About My Baby (Curtis Mayfield)
(Original: The Impressions (1964년 12위)

18. Going Back (Goffin/King)
(Original: Dusty Springfield (1966, UK 10위), The Byrds (1967년 89위))


2010. 9 글/ 김성환(Music Journalist - 뮤직 매거진 ‘Hottracks’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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