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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thand - Taxiride (2010)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10. 10. 1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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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Sky Music 발매-한국 포니 캐넌 배급 국내 라이센스 음반을 위해 작성한 제 해설지입니다. 

벅스뮤직 Levthand 해당앨범 페이지 가기:
http://music.bugs.co.kr/album/241537

독일 일렉트로니카 씬의 오랜 실력자이자 그룹 캔 세븐(Can 7)의 리더, 레벤트 캔세븐의 2010년 새로운 변신 레브탄드(Levthand)의 야심찬 데뷔작 「Taxidrive」

20세기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독일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막강했다. 물론 클래식 음악의 시대에도 독일의 음악가들은 큰 활약을 했지만, 나치즘이 멸망하고 동-서로 분열된 냉전시대의 독일은 여러 장르에서 국제적으로 히트한 많은 아티스트들을 배출했다. 물론 스콜피언스(Scorpions), 억셉트(Accept), 블라인드 가디언(Blind Guardian), 감마 레이(Gamma Ray)와 같은 하드 록-헤비메틀 밴드가 국제적으로는 가장 인기가 많았지만, 1970년대 독일을 대표한 아몬 둘(Amon Düül), 탠저린 드림(Tangerine Dream), 뽀뿔 푸(Popol Vuh), 캔(Can), 파우스트(Faust)와 같은 크라우트록(Krautrock: 독일식 프로그레시브 록이라 불릴 만한 실험주의 음악 장르)는 영국 대륙에서도 인기를 얻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게다가 국내에도 [Radioactivity]라는 명곡으로 알려진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는 독일 내에서 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선구적 밴드로 평단과 대중을 사로잡았다.

크라프트베르크의 활약 이후 1980년대와 90년대 초반에 등장했던 KMFDM, 디 크럽스(Die Krupps) 등과 같은 독일의 선구적 트랜스, 하드 코어(?) 일렉트로닉 밴드들은 결국 1990년대에 융성한 인더스트리얼(Industrial)의 흐름을 세계적으로 이끌어냈다. (그 속에서 람슈타인(Rammstein)이라는 인더스트리얼 메틀 밴드도 독일을 넘어 세계로 진출했다.) 하지만 자국 내 클럽 씬에서는 더욱 많은 앰비언트-트랜스 사운드를 지향하는 뮤지션들이 등장했고, 그 많은 뮤지션들 가운데 2000년대에 들어와 프로듀서이자 자신의 프로젝트들로 20년 가까이 장수하는 뮤지션이 바로 이 음반의 주인공 레벤트 캔세븐(Levent Canseven)이다. 그는 사실 리믹스 DJ, 프로듀서로서 국제적으로 더 많이 이름을 알려왔기에 뮤지션으로서의 그의 활동이 일렉트로니카 팬들에게도 생소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여러 프로젝트는 독일 클럽가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었기에 독일 내에서는 탄탄한 인지도를 가진 인물이다.

20년 가까이 독일 일렉트로닉 씬에서 활약했던 레벤트 캔세븐의 음악 여정

1964년 터키에서 출생한 레벤트 캔세븐은 스스로 “뮤지션으로 태어났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철저한 음악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성년이 되기 이전부터 그는 이미 건반은 물론 베이스, 기타, 키보드, 퍼세션 등을 모두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길렀고, 비록 그가 독일에서 DJ로 커리어를 먼저 시작했음에도 이것은 그의 활동에 큰 자양분이 되었다. 특히 그는 엄청난 LP를 꾸준히 수집하는 매니아였던 것은 그가 광범위한 음악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이후 리믹스 작업을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언제나 남의 음악을 다듬고 리믹스 작업을 하다보면 결국 자신의 작품을 만들고 싶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이기에, 결국 그는 우웨 룩스(Uwe Lux)와 함께 파티 애니멀즈(The Party Animals, 줄여서 T.P.A.라는 호칭으로 더 많이 불렸다)라는 일렉트로닉 듀오를 결성해 본격적인 뮤지션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1992년 [It's A Rap Thing]이라는 12인치 싱글을 발표한 이들은 싱글 수파 티(Supa T)가 피쳐링한 싱글 [My Dog Is Better Than Your Dog](1995), [Love & Respect](1996), [Gotta Jump](1997)까지 총 4장의 12인치 싱글과 맥시 싱글을 내놓으며 유럽 클럽 씬에서 활약했다. T.P.A.가 해체한 후에는 그의 커리어에서 현재까지 가장 큰 도움을 준 프로듀서 두 명을 만나게 되었다. 첫 번째는 올리버 록스테드(Oliver Rockstedt)로서, 레벤트와 그는 함께 초콜렛 밀크(Chocolate Milk)라는 듀오로 활동하면서 [Harddrummer (Driving Me Crazy)](1998), [Can't Judge A Book By It's Cover](2000), [Disco Lights](2000)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와 함께 레벤트는 자신이 음악적 주도권을 쥐는 또 하나의 솔로 프로젝트 캔 세븐(Can 7)의 이름으로 동시 활동을 개시했고, 사실 이 프로젝트는 그의 현재 독일 일렉트로닉 씬에서의 위상을 확고히 해 주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렇게 두 가지 활동을 겸하던 가운데 그는 그의 커리어에 또 한명의 조력자 구이도 크라비에로(Guido Craviero)를 만났는데, 그와 함께 몰로코(Moloko)의 히트곡 [Sing It Back]과 오프라 하자
(Ofra Hazar), 커니 윌리엄스(Cunnie Williams) 등의 히트곡들을 리믹스하면서 두 사람은 훌륭한 팀워크를 보여주었다. 그 후 2000년대부터 캔 세븐은 구이도와 객원 보컬들을 영입하면서 하나의 그룹의 형태로 완성되었다. [Windjammer](1998), [Found A Cure](1999), [Eternally / Fruitcake](2002)라는 긴 싱글 발표의 여정을 지나 발표한 그룹의 유일한 정규작 「Safari Club」(2003)은 그와 구이도, 여성 싱어 안젤라 카란(Angela Caran), 그리고 키보디스트 자베르 피셔(Xaver Fischer)를 모두 앨범 커버 앞면에 당당히 올린 이 앨범은 그가 그 때까지 보여준 여러 가지 다양한 장르적 활용 - 클래식 소울, 라틴 재즈, 디스코 등 -을 종합적으로 시도한 작품이었다. 마치 앨범 제목처럼 각양각색의 동물들이 야생에서 뛰노는 ‘사파리’의 모습다운 작품이라고 할까? 하지만 이 앨범 이후 무슨 이유인지 캔 세븐의 디스코그래피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고, 레벤트는 다시 프로듀서나 작곡자의 위치로 돌아가 부치 콜린스(Bootsy Collins), 그리고 여성 싱어송라이터 젠(Jen)의 2008년 앨범 「Mellow Dramas」에 참여하는 활동으로 천천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새 이름으로 발표하는 진정한 솔로 앨범이자 그의 음악 여정의 결정판 「Taxidrive」

이제 레브탄드(Levthand)라는 새 이름으로 진정한 솔로 활동의 서막을 여는 레벤트 캔세븐의 첫 번째 앨범 「Taxidrive」에 담긴 음악들은 지금까지 그가 펼쳐온 음악 여정의 결정판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앨범 제목과 커버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앨범에서 그는 마치 자신이 뉴욕 거리의 택시 운전사가 된 것처럼 음악이라는 도시에서 들를 수 있는 모든 곳으로 차를 운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캔 세븐의 음반에서도 그런 기조는 유지되고 있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단지 펑크와 소울, 팝, 레게, 재즈의 요소를 차가운 전자음 속에서 양념으로 첨가하는 것이 아니라, 각 트랙마다 확연히 다른 장르적 특성이 드러날 정도로 분화해서 활용했다. 다시 말해서 ‘여러 우물을 각각 깊게 판’ 형국이다. 물론 일렉트로닉 팝이라는 커다란 기조 자체가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자세히 듣지 않으면 같은 앨범에 수록된 곡이라는 느낌이 안 들 정도로 곡마다 차별화를 추구했다. 하지만 곡의 완성도는 이전 음반에 비해 전혀 모자람이 없다. 오히려 이런 변화가 더 신선하다.

이 음반을 지원하기 위해 그의 스튜디오에 모였던 뮤지션들도 매우 다양하다. 1980년대를 풍미했던 영국 여성 듀오 멜 & 킴(Mel & Kim)의 멤버 킴 애플바이(Kim Appleby), 랩퍼 선 오브 슬레이브즈(Son of Slaves)와 미스타 굿(Mista Good), 보컬리스트 조(Zoe), 젠, 트럼페터 패트릭 안소니(Patrick Anthony), DJ 조지 솔라(George Solar) 등 곡마다 참여한 피쳐링 아티스트들은 그의 음악적 의도를 충실히 뒷받침하면서 앨범이 가진 팔색조와 같은 매력을 지원했다.

자메이카의 스카 리듬을 뉴욕 뒷거리의 감성과 연결한 첫 곡 [Cadillac Track], 기타 스트로크, 그리고 혼 섹션 샘플을 활용해 프렌치 캬바레 팝을 떠오르게 만드는 [My Melody], 랩과 펑키 록이 결합했던 1980년대식 올드 스쿨 힙합 시대의 분위기를 추구하는 [Don't U?], 1940-50년대 칸소네의 분위기와 힙합 드럼 비트를 절묘하게 배합한 발라드(?) [Shades of Grey], 킴의 보컬과 함께 신스 팝-뉴 로맨틱스 시대를 되돌아보게 하는 [Took A Minute], 젠의 보컬과 스카 비트, 리듬의 조합이 은근히 에로틱한 기분을 끌어내는 [Comfy Dub], 1990년대 새기(Shaggy)의 음악을 떠오르게 하는 레게 댄스 팝 [Sweet Action], 역시 1980년대 말과 90년대 초반의 하우스 뮤직의 추억을 다시 꺼내놓는 [Keep Trying], 일명 재즈 앰비언트(Jazz Ambient)라고 불러도 괜찮을 듯한 몽환적 신시사이저 이펙트로 가득한 [New Day], 레게-아프리칸 리듬이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로 남국의 정취를 이끄는 [Umckaloabo], 1950년대를 풍미했던 여성 재즈-R&B 보컬리스트 도나 하이타워(Donna Hightower), 그리고 1975년 모리스 알버트(Morris Albert)의 노래로 잘 알려진 트랙(이자 우리나라에서도 이영하의 <사랑의 이야기>라는 번안가요로 소개되었던 곡)을 커버한 [The World Today Is A Mess], 1960년대 슈가 팝(Sugar Pop)의 분위기를 가진 마지막 트랙 [Shine A Light]까지, 12곡의 음악들은 저마다 각자의 색깔에 충실하면서도 레브탄드가 가진 능력을 확실하게 발휘한 수작들이다.



Levthand - Cadillac Track (Videoclip)

지금까지는 일렉트로니카, 클럽 매니아들에게 주로 알려졌었던 레벤트의 음악은 이제 레브탄드라는 새 옷을 입고 이 앨범을 통해 대중과 더욱 가깝게 다가가고자 한다. 그 시도는 현재 조용하지만 긍정적 반응을 해외에서 얻어내고 있으며,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공감하는 팬들이 생겨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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