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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병을 유발하는 'Slow Rock Track Top 5' (Daum뮤직 원고)

mikstipe 음악넋두리

by mikstipe 2011. 5. 1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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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다음뮤직/100Beat 기획기사용으로 발송된 제 원고입니다.


향수병(Homesick)을 유발하는 'Slow Rock Track Top 5'

개인적인 일로 인하여 현재 필자는 미국 뉴저지 주에 한 달 정도의 일정으로 체류하고 있다. 운이 좋게도 이 지역에서는 뉴욕 시 맨해튼 지역과 철도와 버스로 근거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것이 이번 외유의 기본 목적은 결코 아니었음에도) 음악 관련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꼭 챙겨봐야 할 뉴욕의 명소들, 미국 동부의 명소들을 열심히 다녀보고, 틈틈이 체크해 놓았던 아티스트들의 공연도 관람하고 있다. 이렇게 짧고 바쁜 일정이라 거의 '향수(鄕愁)'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것 같은데도, 숙소에 돌아와 방 안에 홀로 있다 보면 어느새 한국에 두고 온 가족들, 특히 아내와 아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낯선 땅, 낯선 사람들 속에서 생활하다보면 어느덧 익숙한 것들, 특히 고향(특히, 가정)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드는 것은 인간의 숙명인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팝 아티스트들도 그와 비슷한 운명은 갖고 있다. 세계적 인기와 부, 명예를 얻는 것은 좋겠지만, 그 대가로 사랑하는 이들 곁을 한참 떠나 오랜 시간 투어에 매달려야 하는 신세이니까. 그래서 종종 팝 음악들 속에는 그들이 가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곡들이 참 많이 보인다. 그래서 오늘은 그 가운데 추천하고 싶은 곡들 5곡을 선정해 보았다. 개인적으로는 이 곡들은 오랜 기간 해외여행을 할 때는 아무리 애청곡이어도 플레이어 리스트에서 과감히 지울 것을 조언하고 싶다. 그 멜로디, 또는 가사를 곱씹을수록 더 두고 온 고향이, 사람들이 그리워 못 견딜 테니까.




1. Motley Crue - Home Sweet Home

1980년대에 항상 공화당 정치가들과 미국 보수 인사들의 공격 대상이었던 미국 주류 헤비메탈 아티스트들 가운데 항상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 선생님과 함께 선두를 차지했던 밴드인 머틀리 크루(Motley Crue)이지만, 로큰롤의 광란과 유희를 찬양하던 그들 역시 오랜 전미 투어를 하다보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피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지금도 이들의 최고 헤비 록발라드로 회자되는 이 노래 속에서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빈스 닐(Vince Neil)의 퇴폐적 보이스가 이 곡만큼 애절하게 들릴 때는 참 흔치 않다.

"당신은 내가 몽상가라는 걸 알죠. 하지만 내 맘은 순수해요

 혈기에 차서 (고향을) 도망쳐야 했지만, 난 축 쳐져 돌아오진 않을 거에요
 일들이 잘 풀려나갈 때가 항상 그게 잘못되는 걸 말함은 아닐 거에요
 이 노래를 들어요, 그러면 당신은 결코 홀로 남겨진 것처럼 느끼진 않을 거에요
 당신 맘속에 데려다 줘요
 뼛속까지 날 느껴봐요
 하룻밤만 지나면 난 이 멀고도 험한 길에서 돌아올 테니까요
 난 집으로, 달콤한 내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에요."

2.
Cinderella - Coming Home

1980년대 중반 본 조비(Bon Jovi)의 지원 사격 속에 데뷔하면서 싱글 'Nobody's Fool'로 세계를 평정했던 신데렐라(Cinderella)는 비록 그들을 밀어주었던 선배들과 달리 빠른 전성기를 소모하고 단명했지만, 1980년대 팝 메탈 밴드 가운데 가장 루츠-컨트리적 감성을 많이 그들의 음악 속에 담아내면서 개성을 표출했던 팀이었다. 그 어느 팀 못지않게 1990년대 초반 수도권 영상 음악 감상실의 리퀘스트를 평정했던 그들의 트랙들 가운데 이 곡만큼 제목부터 끈끈하게 향수병을 자극하는 곡도 드물다. 리드 보컬리스트 톰 키퍼(Tom Keifer)의 강력한 허스키 보이스도 구성지게 들리지만, 어쿠스틱 기타가 중심이 된 컨트리 풍 하드 록 사운드는 듣는 이를 한 순간 광활한 미국의 고속도로를 달려 고향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곡의 가사에서 정확히 언급되는 이들의 '고향'은 물리적인 장소라기보다 사랑하는 여성의 따뜻한 품이라고 정의해야 맞다.

"난 세상이라는 경주에 올라 타 평생 동안 빙글빙글 돌아다닐 팔자이지만

 난 당신의 심장이 뛰는 것을 느껴요
 그것이 가끔 칼에 배이듯 아픔으로 다가와요
 당신은 내 사랑을 견딜 만큼 강한가요?
 그냥 하늘 위를 향해 눈을 감아요
 난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으니까…."  
    

3.
Ozzy Osbourne - Mama, I'm Coming Home

당시에는 뮤지션으로서 '은퇴 선언(?)'까지 하며 발표했던 오지 오스본의 1990년대 걸작 앨범 [No More Tears]의 대표적 슬로우 록 트랙. 오지 오스본의 보이스가 담긴 발라드의 걸작들은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시절부터 현재까지 수 없이 많지만, 오지가 솔로 활동 시대로 접어든 이후 랜디 로즈(Randy Rhodes)와의 조합 이후 가장 스스로 만족했던 기타리스트 잭 와일드(Zakk Wylde)와의 결합으로 완성한 곡들 가운데 이 곡이 주는 감흥은 남다르다. 그런데, 이 곡에서 오지가 갖는 고향에 대한, 가정에 대한 감정은 사실 '애증'이다. 마치 부모와의 갈등으로 집을 떠나 한참동안 방황하다 다시 고향을 찾는 탕자의 마음이라고 할까? 그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이기적인 사랑 속에 우린 둘 다 혼자였고

 추락 직전으로 질주하고 있었죠
 하지만 난 이 굳은 마음을 지켜갈 거에요, 모두 다 가져갈 거에요
 당신의 얼굴을 수백 번도 더 봤지만
 매일 매일 우리는 헤어진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난 밝은 미래는 상관하지 않아요
 왜냐면, 어머니, 난 이제 집에 가고 있으니까요."

4.
Daughtry - Home

[아메리칸 아이돌]이 탄생시킨 스타들 가운데 크리스 도트리(Chris Daughtry)처럼 로커로서의 자신의 자질을 대중적으로 충실하게 어필하는 아티스트도 참 드물다. 비록 그의 밴드 도트리가 현재까지 발표한 두 장의 앨범들이 모두 주류 작곡가들과의 합작들로 구성된 철저히 상업 지향적인 작품들로 구성된 것은 사실이며, 그의 보컬이 항상 니켈백(Nickelback)의 채드 크로거(Chad Kroeger)와 비교되는 덕을 본 것도 일면 타당하다. 하지만 그만큼 그가 현재 미국 대중이 원하는 주류 록 음악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도 분명하다. 미국 주류 FM 채널에서는 지금도 어디를 틀어도 다른 댄스 팝 트랙들과 함께 그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개인적으로 그의 음악들 가운데 가장 맘에 드는 슬로우 록 트랙인 이 곡은 당시 다분히 공식화된 전개를 갖고 있음에도 들을 때마다 차분하게 마음을 다독이는 묘한 힘을 갖고 있다. 마치 지금은 여행(또는 방황)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 난 그리운 집으로, 고향으로 돌아갈 거라는 희망을 담은 느낌으로.

"그래요, 난 집으로 가고 있어요. 내가 속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요

 당신의 사랑만으로 내겐 충분했던 그 곳으로
 난 도망친 건 아니었어요. 그건 당신의 오해였죠
 나를 위해 선택했던 이 삶을 후회하진 않지만
 이곳, 그리고 사람들의 얼굴들은 점점 퇴색되어가네요
 그래서 난 집으로 돌아가요."

5.
Hinder - Far From Home

사실 힌더(Hinder)는 주류에서 히트하는 포스트 그런지/하드 록 밴드이긴 하나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평론가들에게 크게 환영받는 록 밴드는 아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밴드의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들이 지난 앨범 [Take It to the Limit](2008)에서 1980년대 LA 메탈에 대한 진한 향수를 나름 잘 담아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앨범의 맨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슬픈 슬로우 헤비 록 트랙인 이 곡은 싱글로 발표된 적은 없으나 애절한 곡의 분위기와 가사 때문에 과감히 이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자신의 문제(이 곡에서는 알코올과 약물 중독으로 묘사된다. 그들이 LA 메탈에 얼마나 경도되어 있나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함을 선택한 남자의 비장한 슬픔이 담긴 곡.

 
"난 당신이 사랑을 떠나보내는 게 어떤 것인지 결코 모르길 바래요 
 당신이 알고 있었던 모든 걸 집에 남겨놓은 채
 난 전화로는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없어요
 당신을 홀로 놔두어 미안해요 내가 말한 대로,
 ‘당신은 내가 없는 게 더 나아요.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도 지쳤어요.’
 집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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