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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O. Speedwagon - Hi-Infidelity (Daum 뮤직 - 100Beat 리뷰)

80팝/80년대 팝앨범리뷰

by mikstipe 2011. 9. 2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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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제가 Daum 뮤직 - 100Beat 리뷰를 위해 작성한 원고입니다.


9백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던 미국 아레나 록 간판 밴드의 최고 히트 앨범
 
하드록과 클래식 헤비메탈이 융성했던 197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등장한 아레나 록(Arena Rock) 트렌드는 1970년대 초반에 록계를 평정했던 선배 거물 록 밴드들의 음악들에 비해서 좀 더 라디오 친화적인 사운드를 추구했다. 그 출발점이라 봐도 좋을 보스턴(Boston)의 데뷔 앨범 [Boston](1975)을 시작으로, 이후 몇몇 (당시를 기준으로) 신진 하드록 밴드들은 데뷔 당시와 달리 당시 늘어나고 있던 앨범 록 트랙(Album Rock Track) FM 채널들은 물론 Top 40 채널에서도 통할만한 소위 '라디오 친화적'인 사운드로 변화를 시도했다. 명쾌한 멜로디 라인, 장황한 애드리브가 아닌 딱 짜인 리프와 간결하지만 인상적인 솔로로 정의할 수 있는 기타 연주, 그리고 종종 섞이는 파워 발라드 트랙들을 통한 여성 팬 층의 확보는 이런 밴드들의 공연에 점점 더 많은 관객들을 끌어 모았다. 또한 이들은 대형 경기장(Arena)을 도는 투어를 계속하며 뉴 웨이브와 신스팝의 물결이 득세했던 1980년대 중반까지도 적어도 미국에서만큼은 자신들의 스타덤을 지켰다. 이런 아레나 록의 대표적 거물 밴드로 보스턴 외에도 저니(Journey), 스틱스(Styx), 포리너(Foreigner) 등을 들 수 있겠는데, 그 가운데 경력상 가장 오랜 커리어를 갖고 있는 밴드가 바로 알이오 스피드웨건(REO Speedwagon)이다.

일리노이 주 시카고 출신의 알이오 스피드웨건은 191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미국에서 생산되었던 픽업트럭이자 불자동차의 명칭에서 그룹의 이름을 따왔고, 그 이름처럼 초기에는 매우 강력한 하드록 사운드를 추구했었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에는 지금도 밴드를 지키고 있는 보컬리스트 케빈 크로닌(Kevin Cronin)이 잠시 밴드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우여곡절을 거치는 바람에 대중의 확실한 주목을 받기에는 많은 시간을 소비해버렸다. 다행히 1976년작 [REO] 앨범이 처음 록 팬들에게 인정받으면서 그 이름을 서서히 알려나갔고, 케빈의 맑고 멋진 울림을 가진 보이스를 바탕으로 확실하게 아레나 록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You Can Tune A Piano, but You Can't Tuna Fish](1978)에서 'Roll With The Changes'를 첫 Top 40 싱글로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들의 실질적인 전성기는 바로 이 앨범 [Hi Infidelity]가 1981년 빌보드 Top 200 앨범 차트에서 15주간 연속으로 정상을 차지하면서 찾아왔다. 그리고 그 대중적 성공가도는 [Good Trouble](1982), 또 하나의 그들의 대표 히트작이자 그들의 대표 발라드 'Can't Fight This Feeling'을 낳았던 [Wheels Are Turnin'](1984), 그리고 [Life As We Know It](1987)까지 어느 정도 지속되었다. 비록 그 이후 1990년대에 발표한 앨범에서는 과거의 영예를 지속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그들은 꾸준한 라이브 활동을 통해 그들을 기억하는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미국에서만 현재까지 9백만 장이라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거뒀던 [Hi Infidelity]는 1980년대 록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세련된 대중성을 담보하면서도 동시에 록 앨범으로도 절대 모자람이 없는 작품이다. 이 앨범만큼 순수한 로큰롤의 에너지와 일반 팝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감성적 록 발라드의 균형이 조화를 이룬 작품도 사실 드물 정도다. 물론 국내 팬들에겐 넘버 원 싱글이자 파워 발라드의 전형을 제시했던 'Keep On Loving You'와 보컬 하모니와 후반부의 강렬한 기타 연주가 듣는 이를 사로잡는 'Take It On the Run', 특히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In Your Letter' 등 앨범의 소프트 트랙들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종일관 긴장을 유지시키는 드럼 비트 위에서 굴러가는 케빈의 시원한 보컬과 화려한 키보드와 기타의 솔로 배틀까지 록 트랙이 갖춰야할 매력을 고루 갖춘 첫 싱글 'Don't Let Him Go'와 일면 컨트리/서던 록의 리듬감을 동원하면서 심플한 경쾌함을 유지하는 'Out Of Season', 클래식 로커빌리 특유의 드라이빙한 매력을 하드록 타입으로 되살려낸 'Shakin’ It Loose' 등의 업비트 트랙들의 매력도 훌륭하다.


한국에선 록 음악에 빠져드는 마니아들일수록 더 강력하고 헤비한 사운드나 얼터너티브/펑크/인디 록적인 가치와 태도를 가진 음악에만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앨범은 그런 리스너들에게 헤비함과 반항, 저항적 태도만이 로큰롤의 매력의 전부임은 아님을 음악 그 자체로 증명한다. 이 앨범은 '상업성'이라는 말에도 절대 부끄럽지 않을 퀄리티를 갖고 팝 차트를 호령했던 록 음악의 황금기를 다시금 추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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