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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y Antebellum - Own The Night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11. 10. 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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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워너뮤직에서 발매된 해당 앨범 국내반 해설지 원고입니다. 

미국 크로스오버 컨트리의 2010년대를 대표하는 밴드 레이디 앤터벨룸(Lady Antebellum),
그들의 흥겹고 아름다운 멜로디의 힘이 빛나는 2011년 최신작 「Own the Night」


 “완벽한 추억들이 담긴 사진들, 바닥에 모두 흩어져있네요 / 전화기에 자꾸 손이 가네요. 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요 / 그리고 난 당신도 날 혹시라도 떠올렸을까 궁금해하죠 / 왜냐면 내겐 항상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 (중략) ... 지금은 밤 1시 15분, 난 혼자 외롭게 있고, 당신이 필요해요 / 난 다시는 전화하지 않겠다 말했지만, 난 지금 좀 취했고, 당신이 필요해요 / 그리고 난 당신 없이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난 당신이 필요해요...”  

  지난 2011년 초 그래미상 수상과 함께 미국 컨트리 팬들의 히트곡을 넘어 세계적인 히트곡으로 거듭나게 된 레이디 앤터벨룸(Lady Antebellum)의 <Need You Now>의 가사는 위의 번역 가사를 보다시피 그리 특별한 내용은 아니다. 한 밤에 술에 취해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고 상대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고 돌아와 줄 것을 호소하는 이런 내용의 가사는 세계적으로 수두룩하게 널렸으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다른 비슷한 부류의 노래들보다 가슴에 깊게 와 닿았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사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조차 보지 않았었음에도 노래가 마치 드라마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 자동으로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결국 보편적인 정서를 그것이 설사 ‘통속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을지언정, 감정을 정확하게 언어로 구현한 가사와 이를 뒷받침하는 지루하지 않은 탄탄한 멜로디와 사운드의 힘은 이 곡으로 레이디 앤터벨룸이 미국 시장에서의 인기를 넘어 세계적으로 자신들의 이름을 퍼뜨릴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 세계적 반응은 그래미 수상으로 정점에 달했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아직 그들의 음악에 큰 관심이 없었던 아시아 국가들에서 2집 「Need You Now」가 발매 1년 후에 다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심지어 일본 오리콘 앨범 차트에서는 수많은 일본 아티스트들의 신보들을 갑자기 헤집고 올라와 다시 상위권에 랭크되는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또한 이러한 레이디 앤터벨룸의 인기는 현재 미국 주류 컨트리 음악의 흐름이 ‘주류 어덜트 팝과의 크로스오버’, 혹은 ‘홍키 통크 스타일의 복고’ 가운데 전자 쪽으로 다시 많이 기울었음을 보여주는 실례이기도 하다. 1990년대 후반 내쉬빌 컨트리 씬의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웠던 캐나다 출신 아티스트인 샤니아 트웨인(Shania Twain)의 앨범 「Come on Over」가 ‘크로스오버 전략’을 바탕으로 멀티 밀리언 히트를 기록하면서부터 다시 팝 씬과도 발을 걸치는 컨트리 씬의 트렌드는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딕시 칙스(Dixie Chicks)나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가 보여준 ‘자연스러운 컨트리 크로스오버’의 정착을 지나 이제 레이디 앤터벨룸과 래스컬 플래츠(Rascal Flatts) 등을 통해 안정화 단계에 이른 지 오래다. 어쨌든, 레이디 앤터벨룸은 앞서 언급한 대로 깔끔하게 흘러가는 멜로디, 컨트리 보컬의 정통성에 그리 어긋나지 않음에도 (신세대 컨트리 뮤지션들이 모두 그렇듯) 심한 ‘버터 냄새’는 나지 않는 찰스 켈리(Charles Kelley)와 힐러리 스콧(Hillary Scott)의 보컬의 힘이 있기에 당연히 현재 이 흐름의 선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리고 이제 지난 앨범의 인기의 여세를 몰아 1년 만에 세계 시장에 동시의 그들의 3집을 내놓는 상업적 도약을 이뤄내고 있다. 

2010년대 현 주류 컨트리 씬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성장한 레이디 앤터벨룸의 커리어 

  레이디 앤터벨럼이 결성된 것은 지난 2006년이었지만, 이미 그룹의 두 리드 보컬인 찰스 켈리와 힐러리 스콧은 그 이전부터 컨트리 뮤직 씬에서 활동했던 가족들(힐러리는 컨트리 싱어 린다 데이비스(Linda Davis)의 딸이며, 찰스 역시 팝 가수로 활동 중인 조시 켈리(Josh Kelley)의 동생이다.)의 영향으로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찰스는 2005년 중반에 고향인 캘리포니아에서 내쉬빌로 이주했는데, 한동안 솔로로 활동하다가 그의 중학교 동창인 데이브 헤이우드(Dave Haywood)를 내쉬빌로 불러 함께 음악 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 후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찰스와 다시 연락이 닿게 된 힐러리가 그와 재회하면서 세 사람은 함께 그룹을 결성하는 데 합의했다. (흥미로운 점은 스콧은 ‘아메리칸 아이돌’ 오디션에 두 번이나 응시했지만 모두 1라운드도 가기 전에 ‘낙방’했다고 한다.) 
  일단 그들은 내쉬빌의 여러 클럽을 돌며 공연을 시작했는데, 2007년에 이들의 가능성을 알아본 캐피톨(Capitol) 내쉬빌 레이블과 계약을 맺게 되었고, 컨트리 뮤지션들과 친분이 깊은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짐 브릭만(Jim Brickman)의 싱글 <Never Alone>에 피쳐링을 하면서 그룹의 이름을 처음 알렸다. 그리고 그 해 9월에 그들의 첫 싱글 <Love Don't Live Here>가 발표되었고, 2008년 4월에 그들의 셀프 타이틀 데뷔작 「Lady Antebellum」이 발표된 후 이 곡은 빌보드 컨트리 싱글 차트 3위까지 올랐다. 그리고 앨범까지 신인 컨트리 듀오-그룹으로서는 최초로 컨트리 앨범 차트에 1위로 데뷔하는 영예를 얻었다. 이어서 2008년 여름에는 <Lookin' for a Good Time>(컨트리 차트 11위)가 히트했고, 2009년 초 그래미 최우수 신인상 후보로 오르면서 이들의 세 번째 싱글 <I Run to You>는 그 해 7월에 이들에게 최초로 컨트리 싱글 차트 1위를 안겨주었다. 
  결국 데뷔 앨범은 플래티넘 레코드를 기록했고, 뒤이어 발표한 4번째 싱글이자 두 번째 앨범을 위한 첫 싱글 <Need You Now>까지 11월에 1위에 등극하면서 이들의 컨트리 씬에서의 인기는 공고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0년 1월 말에 발표된 2집 앨범 「Need You Now」까지 팝-컨트리 앨범 차트에서 동시에 1위
로 데뷔했다. 1집과 비교하면 크로스오버적 색채가 살짝 진해지긴 했더라도 그들 특유의 경쾌하거나, 혹은 감상적인 미국식 컨트리 록의 공식에 충실했던 이 작품에선 앞서 언급한 대로 타이틀 트랙이 세계적 히트를 기록했다. 그 외에 스콧의 리드 보컬 트랙으로 포크와 컨트리의 감성이 충만하게 펼쳐지는 두 번째 싱글 <American Honey>, 슬라이드 기타 연주의 매력이 흥겨운 세 번째 싱글 <Our Kind of Love>가 모두 빌보드 컨트리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는 파죽의 히트를 이어갔다. 이들은 2010년 한 해를 전미 순회공연으로 바쁘게 보냈고, 마침내 2011년 2월에 열린 제 53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등 본상 2개 부문, 최우수 컨트리 앨범상, 최우수 컨트리 듀오/그룹 퍼포먼스상, 그리고 최우수 컨트리송 등 컨트리 3개 부문까지 합쳐 총 5개 부문에서 상을 거머쥐었다. 
  처음으로 국제적인 성공을 맛보고 난 후, 레이디 앤터벨룸은 미국 전역과 세계 여러 국가들을 순회한 투어를 마친 지난 1월, 바로 스튜디오로 들어가 새 앨범 작업을 시작했다. “앨범이 발표된 지 반 년이 지나서 우리는 해외로 공연을 나갈 수 있게 되었죠. <Need You Now>라는 곡의 힘이 우리의 커리어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죠. 우리가 꿈꾸었던 나라들에 가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 멋진 일이었어요.”라는 찰스의 말처럼, 사실 멤버들 스스로도 지난 앨범의 국제적인 성공에 대해서 당시 매우 고무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2개월 반이라는 기간 동안 다른 외부적 활동을 모두 접고 오직 스튜디오 작업에만 매달려 새 노래들을 완성해냈다. 더욱 좋은 곡들을 만들겠다는 욕구가 그만큼 강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렇게 일단 50곡의 노래들이 자신들이 만든 곡에서, 그리고 다른 작곡가들과의 협동 작업으로 탄생했고, 그 가운데 총 12곡의 노래들이 마침내 앨범에 수록되었다. 그리고 지난 5월 2일 앨범의 첫 싱글인 <Just A Kiss>를 발매한 후 며칠 뒤 힐러리를 낙방시켰던 아메리칸 아이돌 무대에서 그 곡을 열창하면서 컴백의 신호를 알렸다. 이 곡은 지난 여름 이미 빌보드 Hot 100에서 최고 7위까지 거두는 성적을 거두며 새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제는 미국을 넘어 세계를 겨냥한 레이디 앤터벨룸의 3집 「Own The Night」 


  이미 그들의 커리어에서 대중적 인기 면에서 한 단계 도약을 이룬 이후에 발표되는 이번 신작 「Own the Night」은 사실 그들의 기존 음악 스타일에서 크게 이탈하는 부분은 별로 없다. 곡의 멜로디로 승부하는 현재 2010년대 컨트리 팝/록이 선보일 수 있는 포맷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곡들의 멜로디와 편곡을 세심히 들여다본다면 각 트랙들마다 훨씬 더 글로벌한 감성을 담은 곡들이 실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곡이든 - 아무리 음악이 변한다 해도 바꿀 수 없는 그들의 보컬을 제외하고 - 과거보다 살짝 더 팝/록의 편곡 방식에 의거에 자신들의 컨트리 사운드를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주류 컨트리 트랙 히트곡들에서 나타나는 진한 슬라이드 기타 연주를 활용하기보다 정통적인 록 기타 어레인지를 보여주고, 전통 컨트리 악기들을 쓴다고 해도 그게 소위 ‘홍기 통크’의 감성은 조금 자제한 형태로 드러나는 식이다.  



Lady Antebellum - We Own The Night
(Live Scene Videoclip)


  그런 단적인 예가 아마 첫 트랙이자 타이틀 트랙인 <We Own the Night>이다. 인트로와 곡의 기저에는 분명 만돌린의 음이 제대로 들리지만, 그 연주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의 악곡과 흐름은 사실 컨템포러리 팝/록이라 해도 그리 틀릴 것은 없다. 중심부의 기타 솔로 역시 그런 인상을 강하게 심는다. 그리고 두 번째 트랙이자 첫 싱글 <Just A Kiss>는 힐러리의 솔로 보컬로 시작해 후렴 파트에서 임팩트를 주는 컨트리 록으로, 차트에서의 성적에서 보았듯 충분히 세계 팬들을 겨냥할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다. 사실 후속 싱글로 가장 기대를 갖게 만드는 곡은 세 번째 트랙인 <Dancin' Away With My Heart>인데, <Need You Now>를 함께 작곡했던 조쉬 키어(Josh Kear)와 다시 함께 한 작품이다. 차분하게 진행되는 컨트리(라기에는 더 주류에 가까워진 블루지한) 기타 연주 속에서 인상적인 멜로디 라인이 곡에 몰입하게 만든다.



Lady Antebellum - Just A Kiss (Videoclip)

  한편, 활기차고 강한 컨트리 록 비트로 무장한 <Friday Night>와 건반과 힐러리의 보컬의 매력을 바탕으로 드럼 비트의 강약이 로킹한 기운을 감추고 드러냄을 반복하는 <When You Were Mine>, 잔잔한 팝 발라드이자 말미의 스트링 세션과 아이리쉬 혼의 매력까지 첨가한 <Cold As Stone>, 어쿠스틱 기타의 블루지한 루츠 록적 매력이 잘 살아난 트랙인 <Signing Me Home>, 앨범의 또 하나의 베스트 트랙이라 꼽아도 손색이 없을 스트링과 록 비트가 잘 조화된 록발라드 <Wanted You

More>와 그와 비슷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또 하나의 발라드 <As You Turn Away>, 앨범에서 유일하게 가장 미국 컨템포러리 컨트리의 전형을 구사하는 <Love I Found in You>, 두 멤버의 보컬 하모니의 조화를 기반으로 한 슬로우 트랙 <Somewhere Love Remains>, 신곡 퍼레이드의 대미를 장식하는 건반과 스트링으로 한껏 멋을 낸 팝 발라드 <Heart of the World>까지 앨범 속 모든 트랙들이 이 음악을 접하게 될 어떤 곳에서든 편안하고 즐거운 감흥을 줄만한 매력들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인터내셔널 버전의 마지막 트랙으로는 지난 앨범의 최대 히트곡 <Need You Now>의 어쿠스틱 버전도 보너스 트랙으로 포함되어 있어서 국내 팬들에겐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다.
  지난 앨범도 사실 그랬지만, 레이디 앤터벨룸의 이번 앨범은 굳이 ‘컨트리’라는 단어를 붙여야 할 것인가를 살짝 고민할 정도로 현재 미국 컨트리 씬의 크로스오버 경향을 잘 따름과 함께 그 이상의 범세계적 대중성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의 ‘음악적 변화’란 말을 쓰기보다 이들의 멜로디와 보컬의 매력이 그만큼 글로벌하게 성숙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욱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2011. 9 글/ 김성환(Music Journalist - 핫트랙스 매거진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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