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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여름 음악 페스티벌 이야기] (1) Prelude - 3일 남겨놓고 취소 공지한 '지산락페스티벌'에 대하여

mikstipe 음악넋두리

by mikstipe 2019.07.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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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2019년 여름 진행되는 한국의 야외 음악 페스티벌은 참 파란만장한 스토리들의 연속입니다. 근 10년간 양대산맥처럼 간주되었던 두 대형 페스티벌은 시작부터 잡음이 무성했고,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했던 페스티벌은 라인업의 우여곡절 속에 팬들에게 실망감만 안기고, 그럼에도 이런 상황에서 지방 여러 곳에서는 다시 새로운 음악 페스티벌들의 싹이 트거나 이미 2-3년차로 쑥쑥 자라나고 있으니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파라노이드 필자이자, 로코모션 편집장으로서 이번 여름 전일 참가는 힘들지만 1일만, 또는 2일 정도로 4개의 음악 페스티벌을 4주 주말 기간 동안 다녀볼 예정입니다.  그 이야기들을 한 주에 하나씩 차근차근 제 블로그와 웹페이지에 올려보고, 준비중인 로코모션 5호에서는 이를 다이제스트 및 총정리 기사로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그 서두이자 전주곡으로 결국 오늘 '취소'공지가 뜬 (CJ E&M과 전혀 상관없는 지산리조트의) '지산락페스티벌'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 3일 앞두고 취소 공지, 언제나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었다

2019년 7월 23일, 많은 이들이 점심시간을 가질 그 무렵에 '드디어' 2019지산락페스티벌의 취소 공지가 언론의 뉴스로 올라왔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공식 페이스북과 사이트에 긴 취소 공지문이 올라왔고. 일단 내용을 한 번 읽어보시길. 

거 참 핑계 구질구질하게 길구먼.... 그냥 투자금 못 받아 망했다고 해.

참 길게도 쓰지 않았는가? 굳이 읽기 힘드시면 그 유명한 세 줄 요약 들어가보자. 

(1) 애초에 계획은 야심찼으나 투자자가 돈을 안 끌어다줬다. 그래서 섭외하려던 라인업 다 놓쳤다. ㅠㅠ

(2) 공동제작사(누군지 기억도 안나는데)가 구속되면서 우리 기획사 혼자 뺑이쳐야 했고, 모든 일정은 계속 딜레이 되었다. 

(3) 결국 막판까지 헤드라이너급 섭외는 실패했고, 심지어 시설 점검 신고도 못한 상태라 결국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주최측의 말은 이런 것이지만, 사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1)번이다. 애초에 제대로 된 아티스트들을 끌어올 돈 자체가 마련이 안된 게 이 모든 결과의 원인인 것이다. (2)는 그리 중요한 변수는 아닌것 같고 (3)은 (1)이 가져온 결과일 뿐이다. 그럼 이 모든 상황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그간의 진행과정을 복기해보자.

2. 그간의 진행상황

사실 작년에 CJ E&M이 지산 리조트에서 진행했던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한 해 쉬겠다고(결국은 안산밸리때처럼 앞으로 공짜로 터잡아주는 지자체와 그 쪽 지원금 없음 왠만하면 열지 않겠다는 맘을 CJ는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이후, 올해도 역시나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산 리조트는 (2014년에 그렇게 개고생을 하고 욕을 먹고도) 다시 자신들이 주도하는 록 페스티벌을 열겠다는 미친 포부를 실천에 옮겼다. 그렇게 해서 섭외한 공연 기획사는 바로 디투글로벌컴퍼니라는 기획사였다. 그런데 그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현재까지 진행한 내한공연 기획이라고는 2018년에 4월에 진행한 디스클로저(Disclosure)의 DJ셋 공연, 그리고 2018년 10월에 개최한 케샤(Ke$ha)의 내한공연이 전부였다. 그런 회사가 한국의 대표적 공연 기획사들이 10여년 공을 들여서 해왔던 규모와 동일한 야외 록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그것도 예전처럼 후지 록 페스티벌을 겨냥해서 그 라인업 중에서 끌어와서  해외 라인업을 꾸리겠다는 포부를 갖고서? 여기서부터 사실 첫 단추는 잘못 끼워졌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주관 공연 기획사가 들어섰고, 행사의 공지는 3월 정도부터 공개되었는데, 그 다음부터가 아주 가관이었다. 처음 공연 홍보 포스터들 가운데 '태권V' 캐릭터를 갖다 써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태권V에 대한 애착이 있는 음악 팬들도 있겠으나, 항상 일본 캐릭터의 표절 시비에 노출될 위험이 큰 캐릭터를 굳이 마스코트로 쓴 패기는 무엇일까? (그런데 이후 네티즌들의 설왕설래가 나와서인지 이후 어느 순간 포스터에서 사라져버렸다. 만약 개최되었다면 현장에 가면 볼수 있었을까?) 

참 뜬금없었다....

어쨌든, 많은 이들은 1차 라인업 발표만을 기다렸다. 후지록과 결국 같은 기간대이니 섭외능력만 좋다면 어떻게든 좋은 헤드라이너를 먼저 공지하겠지... 라고 사람들은 기대했건만, 1차 라인업은 국내 밴드들로만 소개하는 패기를 보여주었다. 아메리카노 쿠폰 5장을 걸고 헤드라이너 맞히기 이벤트까지 해놓고서... (이미 다 파토난 것에 엠바고는 의미 없으니 소문으로 들은 이야기를 더 쓰자면.. 주최측은 사실 1차 라인업 발표 전부터 7월 27일 한국에서 단독공연을 하는 톰 요크(Tom Yorke)와 컨택을 하고 있었다고 들었었다. 그러나 그 쪽에서 꽤 큰 개런티를 요구했고, 출연료를 다 입금해야 간다고 확답을 하는 입장이었어서 일단 계약금 먼저 주고 붙들고 있었는데... 결국 투자금이 제대로 마련 안되면서 기한 내에 그에게 돈을 입금하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계약금만 날려버리고 그가 다른 기획사에서 내한공연 단독으로 잡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고... 라는 풍문까지 들었다.) 

그 후 다시 꽤 시간이 흘러 2차 라인업이 공개가 됐는데, 외국 밴드라고는 King Gizzard & The Lizard Wizard 밖에 없었다. 아니, 3일간 CJ때와 동일한 급의 공식 정가 티켓이 설정된 페스티벌에 여태 해외 밴드 달랑 한 팀? 그러니 이미 1차 시기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페스티벌 팬들은 더 강한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 행사가 진행은 되고 있는 것일까...하는. 이후 추가 라인업 소식은 꽤 오래 안들려왔고, 이미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 페스티벌이 엎어질 것이다.. 라는 에상들이 커져갔다. 그 사이에 주최측은 SNS에 '대자연속 힐링 페스티벌'이라는 공허한 외침만 하고 있었고, 왠만하며 거의 다 팔리는 얼리버드 티켓은 6월 하순까지 매진도 안되고 있었다. 그러더니 1,2일권마저도 얼리버드 3일권처럼 30% 할인이 되는 티켓이 나와버렸다! 먼저 표 산 사람들은 뭐되라는 얘긴가? 그 후.... 거의 대부분이 기대감을 버린 그 시점에 마침내 3차 라인업과 타임테이블이 공개되었다. 익스트림 메탈 팬들은 첼시 그린(Chelsea Grin)에, 올드메탈 팬들은 마티 프리드만(Marty Friedman)의 이름에 잠시나마 희색이 돌았다. 그러나 이후 공개된 타임테이블은 모든 이를 더 황당함에 빠뜨렸는데...

요렇게 보면 뭐 그럭저럭 한 것 같아보였다. 밴드는 어디가고 랩퍼와 DJ들만 잔뜩 깔아놓은 락페스티벌?
문제는 골때리는 이 타임 테이블. 아직도 빈 자리가, 그것도 매우 큰 자리가 3곳이나 비어있었다.

타임테이블 포스터를 잘 보면, 2일차와 3일차 제1무대 헤드라이너와, 1일차 제 2무대 헤드라이너가 모두 비어있었음을 알 수 있다. 'Hidden Artist'로 쓰여있었을 뿐. 아니, 공연을 2주 좀 넘게 앞둔 시점에서 이걸 공개한 것도 웃기지만, 아직도 큰 자리 셋을 비워놓고 타임테이블 공개? 누구를 과연 부르려고 했던건지 궁금하다. 그리고 다시 긴 침묵이 흐르고 공연을 진행해야 하는 3일 전이 오자, 결국 주최측은 취소라는 백기를 들고 말았다. 

3. 실패의 원인 분석

사실 복잡한 분석을 할 것은 없다. 이미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었던 많은 음악 관계자들은 이 페스티벌의 성공을 별로 예상하지도 않았고,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은근히 엎어질 가능성을 예상은 했었을 것이다. 다만 그래도 그간 여름의 중요한 페스티벌 중 하나였던 지산리조트에서의 음악 페스티벌 행사였으니 마지막 지푸라기같은 기대감을 가졌을 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어찌보면 페스티벌이 행사 시작 전에 망하는 총체적인 원인이 이 페스티벌의 진행 과정 속에 다 들어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1) 밸리 록 페스티벌로 돈 맛을 본 지산리조트, 1년 쉬었더니 올해는 포기 못하고 '무리한 도전'을 하다. 

(2) 경험이 부족한 공연 기획사의 부족한 섭외력에 투자까지 제대로 못받음 

(3) 실패가 예상되면 빨리 접는게 더 나았을 텐데, 계속 방치하다가 질병을 더 키웠음. 

(4) 끝까지 행사의 실질 수요자들과 소통을 하지 못하고 당장의 한계를 회피하기에만 급급했던 추최 기획사의 무성의.

# 나오면서: 애초에 난 초반에 진행되는 상황을 듣고, 내가 좋아하는 몇몇 국내 밴드가 나오긴 했지만, 그냥 27일의 '홀리데이랜드 2019'의 1일권을 끊어버렸다. 진짜 제대로 된 해외 아티스트들은 여기 다 오니까 말이지. 그래도 어쨌든 행사만은 있는 라인업만으로 잘 진행되기를 바랬다. 그러나 항상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고, 드디어 그대로 되었다. 그것도 최악의 상황으로 말이다. 개인적으로 지산 리조트는 더 이상 국제 규모의 야외 록페는 다신 개최한다는 헛소리는 안했으면 좋겠다. 이 정도만으로도 여름 록 페스티벌을 기대하는 한국의 모든 음악 팬들의 마음에 충분한 죄를 지은 것이지 않은가. 결국 장소가 어디인가, 쾌적한가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을 채우는 컨텐츠, 그리고 행사를 운영하는 주최측의 자세임을 이번 지산락페스티벌의 좌초에서 우리는 느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MARTY FRIEDMAN - YUKI NO HANA (눈의 꽃) (LIVE)

# 어차피 못갈 페스티벌이었지만... 그래도... 그래도... 마티의 연주는 듣고 싶었다구.... 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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