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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한국 워너뮤직에서 발매한 이 음반의 국내반 해설지로 제가 작성한 것입니다.

제너시스(Genesis)의 드러머 겸 메인 보컬리스트이자 1980년대 어덜트 팝의 지존,
필 콜린스(Phil Collins)의 2010년 복귀작이자 1960년대 클래식 소울 커버 앨범
「Going Back」

Chapter 1: Phil Collins' Biography 1951~2010

1964년 비틀즈를 주인공으로 한 전설적인 음악 영화 「A Hard Day's Night」의 엑스트라로 출연했던 것을 포함, 어린 시절 아역배우로서 활약하다 플레이밍 유스(Flaming Youth)라는 밴드를 거쳐 1970년 19살의 나이로 전임 드러머 크리스 스튜어트(Chris Stewart)를 대신하여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제너시스(Genesis)의 신임 드러머로 가입한 필 콜린스(Phil Collins)는 그 후 40년 동안 영국 음악계를 대표하는 국보급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화려한 커리어를 이어갔다.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1974)의 투어가 끝난 후 제너시스의 초기 리더였던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이 탈퇴하자 백업 보컬 역할을 담당했던 그는 밴드의 리드 보컬로 지위가 격상되었고, 이후 제너시스를 좀 더 대중화된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로 변화시켰다. (그 변화에 대해서 정통 프로그레시브 매니아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지만, 팝-록 밴드로서 제너시스가 보여준 음악적 완성도 역시 무시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 후 기타리스트 스티브 해킷(Steve Hackett)마저 밴드를 떠나자, 3인조로 축소된 제너시스는 (비록 실질적 밴드 음악의 핵심은 키보디스트 토니 뱅크스(Tony Banks)가 쥐고 있음에도) 외형상 완전히 필 콜린스가 주도권을 잡은 밴드로 변해갔다. 게다가 그가 재즈-퓨전 록 프로젝트 브랜드 X(Brand X)에 이어서 1980년대에 들어와 솔로 활동의 병행을 선언했을 때, 많은 음악 팬들은 제너시스의 미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필 콜린스는 제너시스의 음악을 좀 더 당시 주류 어덜트 록에 맞게 다듬으면서 동시에 더욱 대중적 음악에 대한 욕구는 자신의 솔로 앨범을 통해 해결하면서 밴드와 자신의 음반들을 1980년대에 연이어 멀티 밀리언셀러로 만드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그의 외모는 계속 ‘앞머리 벗겨진 이웃집 아저씨’처럼 변해갔을지라도 그의 스타덤은 그의 이마가 더 넓어지는 만큼 더욱 커져만 갔다.

그러나 그룹 활동과 솔로 활동의 성공적 균형을 맞춰가던 필 콜린스는 1996년부터 자신의 솔로 활동에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로 제너시스를 탈퇴했다. 그러나 그 후 2000년대까지 그 결과는 제너시스와 그 자신에게 그리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제너시스의 현재까지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인 「Calling All Nations」(1997)은 흥행에서 참패를 거두었고, 필의 2002년 솔로 앨범 「Testify」는 과거에 비하면 대중의 반응이 그리 호의적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필의 필요성을 다시 체감한 밴드 동료들은 그를 다시 설득하여 2007년 ‘Turn It All Again’ 투어를 통해 재결합을 이뤄냈지만, 불행히도 2000년 왼쪽 귀의 청각을 상실한 것에 이어서 2009년 척추 탈골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수술 후유증으로 인해 현재 그는 자신의 천직과도 같았던 드럼을 칠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그가 더 이상 뮤지션으로 활동할 수 없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다행히도 그가 새 음반 작업을 통해 솔로 활동을 다시 재개할 것임을 밝히면서 팬들은 한 시름을 놓게 되었다. 바로 그 작업의 결과물이 지금 여러분의 손에 쥐어진 그의 8번째 솔로 앨범이자, 최초로 커버 트랙들로만 100% 구성된 작품인 「Going Back」이다.

Chapter 2 : 60s' Classic Soul Flavor in Phil Collins' Music Career

제너시스에서의 그의 활동 경력을 잘 모르는 국내 음악 팬들에게는 [One More Night](1985), [Another Day In Paradise](1989)와 같은 발라드 히트곡들의 영향으로 그를 어덜트 컨템포러리 전문 팝 뮤지션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는 엘튼 존(Elton John)이나 빌리 조엘(Billy Joel)과 같은 뮤지션들에 대해서도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오해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솔로 앨범에 수록된 음악들을 자세히 감상할 기회가 있다면 오히려 그가 자신의 독자적 커리어 속에서 탐구한 음악적 요소는 오히려 ‘소울(Soul)’에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될 것이다. 필 콜린스가 싱어송라이터로 갖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 확실하게 대중의 귀를 잡아 끌 수 있는 멜로디 메이킹 능력에 있다고 보았을 때, 그 근원은 바로 그가 청소년기를 보내며 즐겨 들었던 60년대 흑인음악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제너시스에서는 멜로디 감각은 살리되 나머지 멤버들과 함께 1980년대 AOR(Adult-Oriented Rock, 성인 지향 록)/신스 팝 성향의 곡들을 만들었다면, 자신의 앨범 속에서는 때로 소울의 색채를 일부러 강하게 드러내는 경우도 많이 등장했다. 가장 단적인 예로, 그의 과거의 히트곡들 가운데 가장 이번 앨범의 주제의식과 맞닿아 있는 싱글은 그의 2집 「Hello, I Must Be Going」에서 히트시킨 슈프림스(The Supremes)의 대표적 히트곡 [You Can't Hurry Love]의 커버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철저히 60년대식의 빈티지 사운드를 고수하는 편곡과 프로듀싱을 통해 그는 이 곡으로 자신이 밴드 속에서 숨겨온(?) 음악적 뿌리를 확실히 커밍아웃하는 의식을 치렀다. 그리고 그의 솔로 스타덤을 확고하게 해 준 3집 「No Jacket Required」(1985)의 대표적 히트곡 중 하나인 [Sussudio] 역시 전자음으로 포장을 했기에 팝-록으로 들렸을 뿐, 그 멜로디 라인과 분위기를 고조시켰던 혼 섹션은 영락없이 초기 훵크(Funk) 시대의 사운드와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이 곡의 히트 이후 각 앨범마다 혼 섹션을 매우 즐겨 사용했는데, 4집 「But Seriously...」(1989)에서 Top 10 싱글로 기록된 [Something Happened on the Way to Heaven], 6집 「Dance Into The Lights」(1996)의 타이틀 트랙이자 아프리칸 리듬을 받아들였던 [Dance Into The Lights]까지 그 기조는 계속 이어졌다.

아,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언급할 중요한 곡이 있다. 그가 1988년 주연하고 사운드트랙까지 담당했던 영화 「Buster」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의 배경이 1960년대였기 때문에, 이 OST는 필의 신곡을 빼면 모두 1960년대의 히트곡들로 짜여져 있는데, 포 탑스(Four Tops),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 등의 추억의 노래들이 영화를 수놓았다. 특히 이 영화 OST에서 넘버 원 히트를 기록했던 싱글 [Two Hearts](그와 1960년대 다수의 모타운(Motown) 히트곡을 만든 장본인 중 하나인 라몬트 도지어(Lamond Dozier)와 필의 합작품이다.)는 그가 특히 모타운 사운드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갖고 있음을 증명했던 한 가지 사례였다. 그리고 그는 [You Can't Hurry...]외에도 2003년 싱글 [The Least You Can Do]의 B사이드였던 [Tears of a Clown], 2004년 컴필레이션 「Love Songs: A Compilation... Old and New」에 삽입되었던 템테이션즈의 [My Girl] 등 모타운 시대의 커버 송들을 몇 곡 발표했었다.

Chapter 3: Back to the 60s!! - About the New Album「Going Back」

# 벅스 뮤직 해당앨범 페이지 가기: http://music.bugs.co.kr/album/241427

필 콜린스는 8년 만에 발표되는 솔로 앨범인 이번 커버 앨범을 제작하면서 ‘이미 그 자체로 멋진 음악들이기에, 뭔가 새로운 것을 집어넣기 보다는 자신이 처음 이 곡들을 들었을 당시의 사운드와 감정을 재창조하려고 한다’는 의도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2009년 여름부터 그는 스위스에 있는 스튜디오에 들어가 앨범 녹음을 시작했는데, 모타운 시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필은 1959년부터 1972년까지 여러 모타운 앨범들의 녹음에 참여했던 훵크 브라더스(The Funk Brothers)의 일원이었던 밥 배빗(Bob Babbitt), 에디 윌리스(Eddie Willis), 레이 모네트(Ray Monette)를 스튜디오 세션에 초빙했다. 그리고 세션에서 녹음된 25곡들 중에서 18곡을 골라 오버더빙을 거쳐 앨범을 완성했다. (해외에서 발매된 이 앨범의 ‘Ultimate Edition’에는 나머지 7곡도 모두 수록되어 있다.) 원래 이 앨범의 제목은 ‘18 Good Reasons'이 될 예정이었으나, 앨범 제작 완료를 앞두고 그가 13살 때 드럼을 두드리던 사진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이를 커버로 삼으면서 앨범 제목도 현재와 같이 수정되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모타운 시대의 뮤지션들을 직접 섭외한 결과, 이 앨범의 사운드는 확실히 1960년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줄 정도로 고풍스럽고 따뜻하다. 백인이지만 은근히 블루 아이드 소울(Blue-Eyed Soul) 보컬의 감성도 잘 보여주었던 그의 보이스도 이 음반 속에서는 철저히 고전의 정취를 잘 살리는데 자신의 역량을 집중했다. 그래서 이 앨범을 들으면서 각 트랙이 어떻게 과거의 버전과 다르고, 변화가 있었는가를 설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대신에 앨범 속에 담긴 음악들의 오리지널 버전이 몇 곡을 제외하고 한국의 팝음악 팬들에게 그리 익숙한 트랙들이 아니기에, 이 글의 맨 마지막 부분에 작곡자들과 오리지널 버전의 발표 시기 및 차트상의 성적을 개재하는 것으로 각 트랙에 대한 설명은 대체하고자 한다.)

모타운 시대에 가장 멋진 음악들을 쉴 새 없이 만들어냈던 작곡팀인 홀랜드-도지어-홀랜드(Holland-Dozier-Holland)의 작품들, 지금까지도 흑인 음악의 역사의 전설로 남아있으며 최근에 성공적인 내한 공연을 치르고 돌아간 거장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숨겨진 명작들, 그리고 1950년대 말 브릴 빌딩(Brill Building) 그룹 출신으로 흑인 아티스트와 백인 아티스트의 구별 없이 주옥 같은 음악들을 작곡했던 (당시에는 부부였던) 캐롤 킹(Carole King)과 게리 고핀(Gerry Goffin) 콤비의 작품들, 그리고 ‘소리의 벽(Wall of Sound)’라는 특유의 레코딩 기법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필 스펙터(Phil Spector)에 이르기까지 1960년대 모타운 소울을 대표할 만한 작곡가들과 템테이션스, 포 탑스, 슈프림스, 더스티 스프링필드, 마사 앤더 반델라스(Martha and the Vandellas), 로네츠(The Ronnettes), 커티스 메이필드가 활동했던 전설의 그룹 디멘션즈(The Dimensions) 등이 노래했던 소울 클래식들이 총집결한
이 앨범을 듣는다는 것은 단지 필 콜린스의 신보를 듣는다는 차원을 넘어 1960년대 소울과 모타운이라는 서양 대중음악의 위대한 역사를 한 장으로 색다르게 체험할 수 있는 멋진 경험이 될 것이다.

“모타운의 음악을 커버하는 앨범을 녹음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난 이 앨범이 내 기대를 훨씬 넘어섰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필 콜린스는 보컬로도, 연주로도, 그리고 프로듀싱에서도 우리에게 진정한 모타운의 사운드를 전해주었다. 모든 곡들이 너무나 완벽하게 완성되어서 그 중에 어떤 한 곡이 좋다고 특별히 골라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말 멋진 앨범이다.”라고 모타운 음악의 산 증인이자 그와 이미 함께 음악 작업을 했었던 라몬트 도지어는 이 앨범을 평가했다. 그리고 해외 음악 팬들 역시 정통 모타운 소울과 함께 돌아온 그를 영국과 네덜란드 차트 1위를 포함해 유럽 11개국에서 Top 10에 드는 성적으로 환영해 주었다. 여기에 더 무슨 말이 필요한가! 드럼을 연주하면 안 되는 상황임에도 손바닥에 테이프를 붙이고 앨범의 드럼 세션에 기어이 참여했었던 그의 투지에 박수를 보내며, 이 음반이 전하는 즐거운 소울과 모타운의 정취를 편안하게 느껴보는 것이 이 앨범과 필 콜린스에 대한 우리의 예의일 것이다.

(제목/작곡자/오리지널 아티스트/당시 차트 성적 순으로 표기)

1. Girl (Why You Wanna Make Me Blue) (Norman Whitfield/Edward Holland, Jr.)
(Original: Temptations (1964년 26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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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Love Is Like A) Heatwave (Holland-Dozier-Holland)
(Original: Martha and the Vandellas (1963년 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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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Uptight (Everything's Alright) (Stevie Wonder, Sylvia Moy, Henry Cosby)
(Original: Stevie Wonder (1966년 3위)

4. Some of Your Lovin' (Gerry Goffin/Carole King)
(Original: Dusty Springfield (1965, UK 8위)

5. In My Lonely Room (Holland-Dozier-Holland)
(Original: Martha and the Vandellas (1964년 44위))

6. Take Me in Your Arms (Rock Me a Little While) (Holland-Dozier-Holland)
(Original: Kim Western / Doobie Brothers (1965년 50위/1975년 11위))

7. Blame It on the Sun (Stevie Wonder/Syreeta Wright)
(Original: Stevie Wonder (1972년, from「Talking Book」)

8. Papa Was a Rolling Stone (Whitfield/Barrett Strong)
(Original: The Undisputed Truth (1971년), The Temptations (1972년 1위))

9. Never Dreamed You'd Leave in Summer (Stivie Wonder/Syreeta Wright)
(Original: Stevie Wonder (1971, from 「Where I'm Coming From」)

10. Standing in the Shadows of Love (Holland-Dozier-Holland)
(Original: Four Tops (1967년 6위)

11. Do I Love You (Peter Anders/Phil Spector/Vincent Poncia Jr.)
(Original: The Ronnettes (1964년 34위)

12. Jimmy Mack (Holland-Dozier-Holland)
(Original: Martha and the Vandellas (1967년 10위))

13. Something About You (Holland-Dozier-Holland)
(Original: Four Tops (1965년 19위))

14. Love Is Here and Now You're Gone (Holland-Dozier-Holland)
(Original: The Supremes (1967년 1위))

15. Loving You Is Sweeter Than Ever (Ivy Jo Hunter/Stevie Wonder)
(Original: Four Tops (1966년 45위))

16. Going to a Go-Go
(Warren Moore/William Robinson, Jr./Robert Rogers/Marvin Tarplin)
(Original: Smokey Robinson & the Miracles (1965년 11위))

17. Talking About My Baby (Curtis Mayfield)
(Original: The Impressions (1964년 12위)

18. Going Back (Goffin/King)
(Original: Dusty Springfield (1966, UK 10위), The Byrds (1967년 89위))


2010. 9 글/ 김성환(Music Journalist - 뮤직 매거진 ‘Hottracks’ 필자)


 

Posted by mikstipe

# 이 글은 소니뮤직에서 발매한 해당 음반에 담긴 제가 쓴 해설지입니다.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5의 준우승자, 그리고 미국 틴 팝 팬들의 최고 인기 스타,
데이빗 아츌레타(David Archuleta)의 두 번째 정규 앨범 「The Other Side of Down」

# 벅스뮤직 데이빗 아큘레타 해당 앨범 페이지 가기:
http://music.bugs.co.kr/album/240351

  현재 모든 세계의 리얼리티 스타 발굴 프로그램의 최고의 자리에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의 출연자들은 대체로 이 쇼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삼아 (그들이 이미 프로 뮤지션의 길을 걷고 있었건, 아니면 이 프로그램이 그들의 경력의 시작이 되었건) 프로의 세계에서 그들의 재능을 본격적으로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미 첫 내한공연과 국내의 유사 프로그램에서 1일 심사위원 역할까지 맡아 우리와 친숙해진 시즌 1의 우승자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 이미 이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컨트리 뮤직 씬의 디바로 우뚝 선 캐리 언더우드(Carrie Underwood),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 가운데 록커로서 가장 큰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크리스 도트리(Chris Daughtry), 그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안정된 인기를 누리고 있는 흑인 여성 보컬리스트 판타지아(Fantasia)와 조딘 스팍스(Jordin Sparks)에 이르기까지 이미 여러 명의 아티스트들이 스타덤에 오르면서 2000년대 팝 음악 씬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새겨두었다.

  이제 시즌 9를 마치고 오는 10월 15일 시즌 10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과연 앞서 언급한 스타들 이후에 어떤 인물들이 아메리칸 아이돌이 만든 아티스트의 계보를 이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는데, 일단 가장 눈에 띄는 뮤지션들은 데뷔 앨범부터 화려한 보컬 테크닉과 독특한 음악 컨셉으로 팬들을 사로잡고 있는 아담 램버트(Adam Lambert), 시즌 7의 우승자 데이빗 쿡(David Cook),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을 보여주는 10대 여성 뮤지션 앨리슨 이라헤타(Allison Iraheta) 등이 그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뮤지션은 바로 이제 막 20대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는 남성 보컬리스트 데이빗 아츌레타라 할 수 있다. 여태껏 여러 10대 뮤지션들이 이 프로그램의 상위권에 올라갔지만, 언제나 백인 남성 팝 스타들에 대한 갈망이 있는 미국 팝 씬에서 그는 이미 10대들에게는 음악과 청소년용 드라마 출연 등으로 확고한 지지를 받은 틴 팝 스타이며, 이제 성인 뮤지션으로 발돋움해야 할 시점에서 두 번째 앨범을 들고 그의 커리어를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야심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 분야까지 노리며 멀티 엔터테이너의 기질을 보여주는 그의 모습 역시 앞으로 다방면의 활동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Pop Star’의 소질을 타고난 데이빗 아츌레타의 현재까지의 커리어

 

1990년생으로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태생인 데이빗 아츌레타는 살사 가수와 댄서로 활동했던 부모의 피를 물려받아 어린 시절부터 일찍 노래를 부르는 데 재능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일찍이 집안에 가스펠부터 소울 음악들의 훌륭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데이빗이 누나들과 함께 라틴 전통 춤을 추도록 가르쳤기에, 그가 노래와 춤을 배우는 데는 사교육의 힘(?)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솔트 레이크 시티로 이사를 온 6살 때, 비디오로 보았던 뮤지컬 ‘레 미제러블(Les Misérables)’은 데이빗 스스로도 “그 순간에 제 커리어의 모든 게 시작되었어요.”라고 회고했을 정도로 그가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그 후 데이빗은 10살 때 유타 주 연예 경연대회에 출전하여 돌리 파튼(Dolly Parton)과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곡으로 잘 알려진 <We Will Always Love You>를 불러 어린이 경쟁자들을 가운데 최고상을 수상하면서 지역에서부터 그의 재능을 대중에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12살 때 그는 미국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TV 일반인 탤런트 경연대회인 ‘스타 서치(Star Search)’에 출전해 주니어 부문 2위에 해당하는 주니어 보컬 챔피언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당시 수상 직후 출연했던 ‘제니 존스 쇼(Jenny Jones Show)’에서 당시 아메리칸 아이돌의 첫 우승자가 된 켈리 클락슨과 다른 시즌 입상자들 앞에서 뮤지컬 ‘드림걸즈(Dreamgirls)’의 삽입곡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을 무반주로 완벽하게 소화해 출연자들 전체의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그 후 목에 이상 증세를 보여서 몇 년간 노래를 부르는 것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에 그는 이 기간을 작사와 작곡을 연습하는 기회로 삼았는데, 그 당시에 만든 곡들이 <Dream Sky High>나 <Don't Tell Me>와 같은 트랙들이었다.     

  몇 년간의 휴식을 마친 후 다시 그는 전국으로 그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꿈의 무대인 아메리칸 아이돌에 본격적으로 도전했다. 2007년 샌디애고 지역 예선에 출전한 그는 존 메이어(John Mayer)의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를 불렀는데, 그의 노래에 심사위원인 랜디 잭슨(Randy Jackson)마저 흥이 나서 코러스를 맞춰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결국 16살의 나이로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7 본선에 진출한 데이빗은 브라이언 아담스(Bryan Adams)와 비틀즈의 록 음악부터 미러클즈(Miracles)의 소울 음악, 그리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Phantom of the Opera)’의 삽입곡에 이
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레퍼토리를 매주 선사하면서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한 단계씩 정상의 자리를 오르던 그는 최종 결승에서 경쟁자 데이빗 쿡(David Cook)에 밀려 아깝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그의 투표율은 무려 44%에 육박했었다.)   

  비록 2위였지만 우승자에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게 된 데이빗은 2008년 자이브(Jive)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그 해 11월에 셀프 타이틀 데뷔작 「David Archuleta」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프로 뮤지션의 행보를 시작했다. 첫 싱글 <Crush>는 비록 리아나의 싱글 <Disturbia>에 밀려 빌보드 Hot 100 싱글 차트 2위에 머물렀지만, 그 순위로 핫 샷 데뷔를 했기에 충분히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싱글의 인기는 다운로드 차트에서 특히 강세를 보였는데, 첫 주에 16만 6천장을 팔더니, 현재까지 총 192만번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러한 놀라운 성과에 경제지 포브스(Forbes)는 그를 ‘2008년의 벼락 신인’으로 선정했고, 10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들을 선정하는 ‘틴 쵸이스 어워즈(Teen Choice Awards)’의 진행자를 맡을 정도로 빠른 스타덤을 얻었다. 그 후 데뷔 앨범에서는 <Let's Talk About Love (The Build-A-Bear theme song)>, <Zero Gravity> 등이 연이어 히트했고, 2009년 한 해를 영국에서는 맥플라이(McFly)와, 미국에서는 ‘캠프 록(Camp Rock)’의 히로인 데미 로바토(Demi Lovato)와 함께 투어를 돌면서 바쁜 한 해를 보냈다. 그리고 10월에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시즌 앨범 「Christmas from the Heart」를 발매하면서 인기의 흐름을 이어나갔다.  

점진적 변화로 성인 뮤지션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정규 2집 「The Other Side of Down」



  2년 만에 발표되는 그의 2집 「The Other Side of Down」은 셀프 타이틀 데뷔작에 담겼던 그의 음악들의 분위기에서 갑작스러운 큰 변화를 시도하려고 한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대체로 R&B의 감성이 살짝 가미된 미국식 주류 틴 팝-록 사운드의 최근 경향을 반영한 편곡 방식 역시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분명히 달라진 부분도 있다. 1집에서 그의 목소리나 곡들의 느낌이 소울과 록의 감성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그의 타고난 보이스와는 별개로 약간 ‘어린’ 느낌이 남아 있었다면, 이번 앨범의 그의 목소리는 확실히 성인 보컬리스트의 영역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인 풍의 사운드로 급격하게 변신을 시도했다가 오히려 빨리 인기 곡선이 하향해버렸던 틴 팝 선배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기존의 그의 팬들을 천천히 어덜트 팝 수용층으로 인도하려는 그의 시도는 일단 합격점을 줄만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앨범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량도 점점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2곡을 제외하고는 모든 트랙에서 작곡에 참여했고, 멜로디 라인은 1집의 퀄리티를 넘어설 만큼 명쾌하고 매끈하게 완성되었다. 이번 앨범이 그의 대중적 인기에 더욱 큰 도움을 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David Archuleta - Something 'Bout Love (Videoclip)

  이미 앨범 발매 전부터 공개된 첫 싱글 <Something About Love>에서 보여주는 대중적이며 명쾌한 멜로디 라인은 자신의 보컬의 장단점을 잘 인식한 가운데 만들어진 것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일렉트로닉 팝-록 사운드로 매끈하게 포장해내고 있다. 역시 비슷한 편곡 포맷을 지닌 앨범의 첫 트랙이자 타이틀 트랙 <The Other Side of Down>도 칼칼한 기타 스트로크의 효과가 그의 보컬과 멋지게 어우러지며,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주도하는 어덜트 록 트랙 <Elevator>와 나름 로킹한 보컬을 구사하려 애쓰며 1980년대 AOR(Adult Oriented Rock)의 2010년대식 변용을 전하는 <Stomping The Roses>, 그간의 그의 보컬 스타일과 살짝 다른 창법을 선보이는 미디움 템포 댄스 록 트랙 <Who I Am>와 과거 1990년대 영국 주류 팝 보이 밴드들의 분위기가 엿보이는 <Parachutes And Airplane>, 클럽지향적인 일렉트로닉 비트가 춤을 추는 가운데 블루 아이드 소울 성향의 보컬을 선보이는 <Look Around> 등이 그의 신곡들을 기다려온 팬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해 줄 것이다. 

  한편, 록 성향의 곡이지만 전반부의 차분한 진행을 통해 서정성을 강화한 <Falling Stars>과 앨범에서 가장 로킹한 느낌을 주지만 동시에 드라마틱한 구성을 보여주며 그의 가창력의 힘을 받쳐주는 <Good Place>, 그가 존경하는 존 메이어의 성향이 살짝 엿보이는 <Complain>, 그리고 앨범의 마지막 부분을 부드럽게 장식하는 두 곡의 발라드 성향 트랙들 - <Things Are Gonna Get Better>, <My Kind of Perfect> - 은 여성 팝 음악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적합한 곡들이다.

  이미 그의 탁월한 기본기는 미국과 영국의 음악 팬들에게 인정받은 것이기에, 이제 데이빗 아츌레타는 이번 새 앨범을 통해 그 능력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았다. 다행히도 이 앨범은 그에게 주어진 이 미션을 성공적으로 돌파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언제나 대중은 가장 ‘팝적인’ 기본기를 가진 아티스트에게 환호를 보내게 되어 있고, 데이빗은 그 기본에 충실한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2010. 9 글/ 김성환(Music Journalist - 뮤직 매거진 ‘Hottracks’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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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제가 쓴 한국 워너뮤직 발매 라이선스 음반 해설지입니다.

신스 팝의 수호자, 모든 전자 음악 아티스트들이 존경하는 일렉트로닉 팝의 아이콘,
펫 샵 보이스(Pet Shop Boys)의 2009년 실황을 담은 CD+DVD 패키지「Pandemonium」

이 글을 쓰기 며칠 전, 펫 샵 보이스(Pet Shop Boys)가 2010년 지산 벨리 록 페스티벌에 출연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확인했다. 그 순간, 환호의 함성을 지르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만감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West End Girls’ 등의 주요 히트곡이 모두 금지곡으로 묶여서 반쪽짜리 누더기로 발매된 그들의 데뷔 앨범 LP에 만족할 수 없어 흑백 백판을 구하려 음지(?)를 헤매고 다니다 마침내 우연한 장소에서 구했을 때의 그 기쁨, 그리고 닳도록 들었던 2집 「Actually」(1987) LP와 ‘Always On My Mind’ 12인치 싱글에 대한 청소년기의 추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일까? 어쨌든 신스 팝과 1980년대 팝 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자부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들의 무대를 마침내 한국 땅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개인적 추억담은 무시하더라도, 신스 팝이 주류에서 밀려나고 그 자리를 DJ들과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이 도배하던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에도 꾸준히 자신들의 길을 묵묵히 갔었던 그들의 행보는 그들을 디페쉬 모드(Depeche Mode)와 함께 ‘신스 팝의 생존자’의 위상을 넘어 1980년대 모든 전자 음악을 구사하는 아티스트들의 정신적 지주와 같은 위상으로 끌어올렸다. 사실 디페쉬 모드가 전자 음악의 어두운 면을 극대화하여 1990년대 록 음악과의 교집합을 이끌어내고, 동시에 하드코어 일렉트로니카 계열 사운드의 선구적 위상을 차지한 반면, 펫 샵 보이스의 음악은 그에 비하면 꾸준히 댄스 플로어와 팝적인 멜로디와 교집합을 형성하는 지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그것이 이들을 수많은 후배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이 존경하고 대중도 꾸준히 애정을 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올바른 해석일 것이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어떤 방향으로 음악에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보편적 대중은 그 속에서도 비트를 압도하는 좋은 멜로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이를 충실히 지킨 뮤지션들은 트렌드의 흐름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아울 시티(Owl City)와 같은 뮤지션들이 대중의 주목을 받은 것도 이러한 경향의 연장선이라 생각한다.)

결국 펫 샵 보이스는 바로 이 점에서 최고의 재능을 발휘한 그룹이었고, 다른 동시대 아티스트들이 모두 창작력의 고갈이나 트렌드의 변화로 인한 레이블의 홀대로 인해 주류에서 밀려났을 때에도 꾸준히 정상의 자리에서 자신들이 하고픈 음악을 해왔던 팀이다. 그래서 우리는 펫 샵 보이스를 시대를 뛰어넘어 음악적 아이콘(Icon)의 자리에 올라 있는 아티스트로 이제는 당당히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2009년 런던 O2아레나에서 개최된 공연의 열기를 담은 그들의 2번째 공식 라이브 앨범

올해로 데뷔 25년째를 맞는 펫 샵 보이스이지만 그들의 오랜 커리어에 비한다면 이들은 거의 라이브 앨범을 내놓지 않았다. (물론 1993년 EMI에서 처음으로 공식 발매한 실황 비디오 「Performance」이후 다수의 영상물은 계속 발표되었다.) 실제 이들이 첫 라이브 앨범을 내놓은 것은 지난 2006년작 「Concrete」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 라이브 실황은 애초에 BBC에서 방송을 하기 위해 레코딩이 이뤄졌고, 공연 내용 역시 당시 발표했던 이들의 앨범 「Fundamental」(2005)이 오케스트레이션을 가미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오케스트라를 대동하고 무대에 서서 온전히 그들만의 전자음만으로 이뤄진 공연 실황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성격이 달랐다. 따라서 어쩌면 진짜 ‘펫 샵 보이스다운’ 라이브 무대를 담은 실황 앨범은 이번 「Pandemonium」이 CD로서는 처음이나 마찬가지일 수도 있다.

사실 펫 샵 보이스의 경우에도 디페쉬 모드나 (애초에 밴드 형태의 멤버 구성이 아닌) 다른 일렉트로닉 팝 밴드들의 경우처럼 기타 등의 일부 악기를 제외한다면 대체로 무대 위에서 프로그래밍된 컴퓨터들의 지원 속에 공연을 소화한다. 이런 경우 그들에게 라이브 무대는 스튜디오 작업에서 만들어낸 다채로운 사운드를 어떻게 현장에서도 완벽하게 구현하는가, 또는 리믹스하여 재구성하여 생동감 넘치는 배경 화면과 함께 전달하는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2007년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의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무대, 아니면 작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 등장한 베이스먼트 잭스(Basement Jaxx)의 무대를 기억한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래서 일반 록 공연과 달리 수많은 컴퓨터들이 아티스트의 주변을 감싸거나 LED 전광판을 제외하면 그리 화려할 것이 없게 꾸며질 때가 많다. 그러나 펫 숍 보이스의 음악은 아무리 화려한 전자음이 있다 해도 보컬이 그 중심에 서는 것이기에, 크리스 로우(Chris Rowe)가 열심히 세팅을 이리 저리 바꾸는 동안에 보컬리스트 닐 테넌트(Neil Tennant)는 무대를 누비며 관객과의 소통을 책임진다. 그렇기에 여느 록 공연과 그렇게 큰 차이 없이 그들만의 따뜻하고 흥겨운 무대로 관객을 즐겁게 해준다.

이번 CD+DVD에 담긴 실황은 작년에 그들이 발표한 앨범 「Yes」발매 이후 올해까지 계속 진행하고 있는 ‘Pandemonium Tour’ 의 일환으로 지난 2009년 12월 21일 런던 O2 아레나에서 개최된 공연 실황이다. (이번 지산 록 페스티벌 공연은 이 투어의 아시아 공연 일환이며, 아시아에서는 현재 한국과 대만에서만 계획이 잡혀있다.) DVD에는 실황 전체가 모두 실렸지만, 불행히도 CD에는 시간 관계상 모든 곡들을 다 담을 수 없어 「Yes」앨범의 수록곡 ‘Building a Wall’과 ‘The Way It Used to Be’, ‘All Over the World’ 와 과거 히트곡인 ‘What Have I Done to Deserve This?’, 그리고 ‘Jealousy’의 실황을 제외했다. 이번 투어의 세트리스트의 구성에서 가장 특별했던 점은 신보의 수록곡들과 과거 히트곡들의 비중을 대등하게 편성하며 때로는 오히려 옛 히트곡의 인트로 성격으로 신곡들을 활용하고 있는데, 특히 그들의 초기 앨범인 1집 「Please」(1986)와 2집「Actually」 시기의 트랙들의 다수 선곡되어 한동안 이들의 근황을 몰랐던 올드 팬들에게도 충분히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매력도 안겨준다.


잔잔한 인트로 연주로 신보의 수록곡 ‘More Than a Dream’ 을 처리하다 오버더빙되며 바로 이어지는 공연의 첫 트랙 ‘Heart’ 역시 2집의 대표적 트랙인데, 관객들도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멜로디에 후렴을 열심히 따라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이 매끈하고 섹시한(?) 닐의 목소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Yes」앨범의 두 번째 싱글 히트곡이었던 ‘Did You See Me Coming?’ 이 흥겹게 분위기를 돋우면, 역시 신보에 담겼던 ‘Pandemonium’ 과 5집 「Very」(1993)의 첫 싱글이었던 ‘Can You Forgive Her?’가 메들리로 이어진다. 두 곡이 절묘하게 이어지며 곡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무는 것이 이 리믹스의 매력 포인트다. 신보의 첫 싱글이었던 ‘Love Etc.’ 은 스튜디오 버전과 별 큰 차이 없이 진행된 후,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빌리지 피플의 커버 송 ‘Go West’ 가 이어진다. 원곡보다 팀파니 사운드 이펙트를 강화하고 별도의 건반 화음을 추가한 것이 특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의외의 선곡인 그들의 데뷔 앨범의 첫 트랙 ‘Two Divided By Zero’ 과 맨 끝 트랙 ‘Why Don't We Live Together?’ 의 메들리는 1980년대 고전적 신시사이저 팝 사운드로 이들의 풋풋하면서도 신선했던 초기 시절을 환기시켜주는데, 그 뒤를 이어 바로 「Nightlife」(1999)의 히트곡 ‘New York City Boy’ 로 이어지면서도 시대의 간극을 느끼기 힘든 것은 25년간 이들이 얼마나 꾸준히 한 길을 걸어왔는지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중반부부터는 더욱 향수어린 이들의 과거 히트곡들이 이어지는데, 그 출발점이 바로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윌리 넬슨(Willie Nelson)의 버전으로 국내에서 유명한 팝 발라드를 1988년 봄 커버해 싱글로 먼저 발표했던 ‘Always on My Mind’ 라 할 수 있다. 당시 한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12인치 싱글까지 라이선스화 되었던 이 곡을 듣다보면 다시금 이들이 커버 트랙에서도 자신들의 개성을 충분히 발휘했던가를 되새기게 된다. 실황 트랙들 가운데 관객의 호응이 가장 많은 곡이기도 한데, 닐과 밴드가 함께 파트를 주고받는 후반부의 모습은 영상으로 함께 보면 더욱 멋지다. 그들이 2001년 조나단 하비(Jonathan Harvey)의 뮤지컬 음악을 작업할 때 활용한 ‘Closer to Heaven’ 을 잠시 인트로로 깔고 이어지는 트랙은 3집 「Introspective」(1988)의 히트곡 ‘Left to My Own Devices’ 인데, 오랜만에 이 곡을 라이브 버전으로 듣는 맛도 색다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놀라운 선곡들인 ‘Do I Have To?’와 ‘King's Cross’ 가 이어지는데, 전자는 ‘Always on My Mind’ 싱글의 비사이드로 수록되었던 트랙이라 2집 앨범의 확장판이 나오기까지는 정규 앨범에 실리지 못했던 트랙이며, 후자는 2집 「Actually」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슬로우 트랙으로 영국의 빈민 구역을 묘사했던 가사로 댄스 팝 속에 은근히 가려진 그들의 사회적 시선까지 확인하게 했던 곡이다. 이 두 트랙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펫 샵 보이스의 골수팬들에게는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Pet Shop Boys - Pandemonium Extended Trailer
(전체 영상은 앨범을 구입해서 보세요....^^;;;)

후반부로 접어들자, 이들의 데뷔작 속 히트곡이었던 ‘Suburbia’는 원곡과 살짝 믹싱을 업데이트한 사운드로 연주되고, 뒤이어 공연의 남은 시간이 모자란 것이 아쉬운 듯 ‘Se a vida é / Discoteca / Domino Dancing’ 등 과거의 히트곡들은 5분 정도 되는 시간 속에 메가 믹스(Mega-Mix) 형식으로 처리해버린다. 그런데, 후반부로 넘어갔을 때 닐이 부르는 멜로디는 왠지 낯설지 않은데 그들의 것은 아니다. 바로 콜드플레이(Coldplay)의 최근 히트곡 ‘Viva La Vida’ 를 그들의 방식으로 커버한 것이다. 크리스 마틴의 목소리와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면서 훨씬 비트를 빠르게 올려버린 것이 곡에 더욱 생동감을 준다. 그리고 모두가 기다려온 이 날의 하이라이트이자 펫 샵 보이스 역사에 길이 남을 명곡 ‘It's A Sin’ 이 인트로 리믹스를 거쳐 선을 보인다. 관객의 흥도 이 때 최고조를 달리고, 이 곡을 끝으로 일단 두 사람은 무대 뒤로 내려간다. 하지만 언제나 팬들의 ‘앵콜’ 함성은 이들을 다시 불러올리게 되어 있는 법. 4집「Behaviour」(1990)의 히트곡이었던 ‘Being Boring’ 가 편안하게 귀를 자극한 후, 드디어 그들의 출세작이자 미국과 영국 시장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던 데뷔 싱글 ‘West End Girls’ 가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2000년대에 걸맞은 새로운 리믹스 인트로 파트를 선보이는 이 곡으로 그들은 관객과 함께 다시 한 번 하나가 된 후, ‘런던, 사랑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무대 뒤로 사라진다.


이번 펫 샵 보이스의 라이브 CD+DVD 패키지는 지난 25년간 그들을 꾸준히 지지해왔던 열성팬들과 최근 앨범으로 그들에 대해 알게 된 젊은 세대, 그리고 1980년대 음악을 추억하는 올드 팬들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 있을 만한 선곡과 연주를 담은 실황앨범이다. 그리고 조만간 이 앨범에 담긴 트랙들 대부분을 다시 한 번 페스티벌의 열기 속에서 들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이번 한국 공연을 관람하려고 마음먹고 있는 팬들이라면 이번 라이브 앨범을 통해 충실한 ‘예습’을 마친 후 공연장에 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 날 그 역사적 현장에서 부디 함께할 수 있기를.
 

2010. 5. 글/ 김성환 (Music Journalist - 뮤직 매거진 ‘Hottracks’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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