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에이브릿지(A.Bridge) 1집 발매기념 콘서트... 2006.8.27 홍대 롤링홀

Concert Reviews

by mikstipe 2006. 8. 29. 20:29

본문

1. 7월 초였던가... 필자의 근무지로 한 졸업생이 찾아왔다. 그의 손에는 CD가 달려있었는데, 그는 바로 내가 이 근무지에 처음 왔던 해, 타학교 애들과 밴드를 한다고 열성을 보이며 음악잡지와 휴대용 CDP, 그리고 자신의 일렉 기타를 벗삼아 자신의 꿈을 키우는 학생이었다. 성적이야 영어 빼고는  그리 잘나오는 과목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음악을 좋아한다면 나이, 성별, 국적 다 초월해 동질감을 느끼는 내 체질상 그런 그 녀석이 귀여워 자주 얘기 나누고, 음악 이야기도 해 준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녀석 졸업반때 예술제 무대에서 [Enter Sandman]와 [Youth Gone Wild]를 연주하던 그 모습까지... 그리고 한 동안 그 녀석과 연락이 끊겼는데, 내 핸드폰으로 연락이 왔고, 그리고 밴드 멤버가 되어서 앨범 냈다고, 조만간 찾아온다고 하더니 결국 온 것이다. 그렇게 내 손에 줘어진 CD한 장이 바로 그룹 에이브릿지(A.Bridge)의 1집 앨범이었다...

2. 수많은 신인 록 밴드들이 홍대 언더그라운드에서 바글대지만, 정작 음악잡지와 미디어에 자기 이름을 제대로 들이밀 수 있는 팀들은 몇 안되고, 어찌어찌해서 기획사 잡고 피나게 연습해서 데뷔해도 홍보 비용 딸리면 거기서 음반 홍보 접어야 하는 비극을 겪고 있는 밴드들이 한 두 팀이 아니기에, 기대반 우려반으로 음반을 플레이어에 걸었다.

  자우림체리필터 이후 여성이 리드보컬을 맡는 홍일점 록 밴드들이 다 거기서 거기 같다는 느낌을 주는게 사실인데, 에이 브릿지의 음악은 소위 '한국식 모던록'이라고 하는 변종 가요 장르가 담보해주는 상업성과 그들의 음악적 욕심과 자존심이라고 하는 양 극단을 기점으로 펼쳐진 스펙트럼 속에서 묘한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컬은 김윤아처럼 자유분방-카리스마형도 아니고, 조유진처럼 거칠고 숨가쁘게 내지르기형도 아니지만, 오히려 러브홀릭의 지선이나 박기영 등 플럭서스 사단의 여성 보컬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 속의 강인함은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것에서 어느정도 긍정적이었다. 베이스, 드럼 멤버 역시 경력 오래 된 친구들이니 연주 실력이야 탄탄함이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가장 관심이 갔던 기타 파트... 그 녀석의 기타 연주는 2006년 현재에도 아직 80년대 헤비메탈 시대 속에 살고 있는 듯한 공격적 리프와 사운드였다. 물론 밴드 사운드의 기반이 '한국식 모던 록'이기에 주류 분위기에 적합한 선율과 말랑함도 겸비했지만, 동일계열의 밴드들과 에이브릿지를 음악으로 구별하라면 바로 이 부분 - 메탈릭 기타 톤을 접목한 한국형 모던 록(가요) - 에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을 내렸다. (친분이 있는 이가 속한 밴드의 음악을 평가하는 것은 참 어렵다. 아무리 객관적이어도 우호적 감정이 일단 앞서는 건 어쩔 수 없으니...)

[ A.Bridge 노래듣기 : Dream It / Go Away / For You 순 ]

3. 다시 그 녀석에게서 지난주 초에 문자가 왔다. 일요일에 앨범 발매기념 콘서트 한다고,,, 팬 카페에서 가입해서 회원 가격으로 2만원에 홍대 롤링홀 공연 표를 예약했고, 비 술술 떨어지던 일요일 저녁 6시, 시간을 간신히 맞춰 공연장에 도착했다.. (막판에 비 좀 맞았다...) 건물 옆쪽 화장실 입구에서 그 녀석과 마주쳤다. 반갑게 인사하고 곧 공연 시작할테니까 난 표 내고 들어가는 입구로 내려갔다.  (하긴, 녀석이라니.. 이젠 엄연히 '에이브릿지의 기타리스트  김인중이'라고 해 줘야겠지?)

  클럽 공연에서 그러던 것처럼 맥주 한 캔씩 들고 공연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롤링홀도 사운드홀릭과 같은 서비스 감각을 보여줬다. 오프닝 밴드(이름이 뭐였더라... 여성멤버가 보컬, 베이스 담당하는 그룹이던데...)의 공연이 끝나고 인트로 영상이 잠시 흐른 뒤에 바로 에이브릿지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세일러복을 하고 등장한 보컬 김효연은 짙은 화장과 코디의 영향인지 앨범 자켓 속의 이미지보다 더 샤프한 느낌을 주었고, 기타의 김인중, 베이스의 박현규, 드럼이자 밴드의 음악적 리더 서승현까지 모두 교복 스타일이 개조된 복장을 하고 나타났다. 정식 데뷔 이전부터 클럽 공연을 충분히 했던 경력 덕분인지는 몰라도 모두들 무대에서의 연주부터 액션까지 상당히 자연스러웠다. (어쩌면 그렇지 못한 밴드가 있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어야 하는데, 요새 풍토가 하도 희안하다보니 ... )

4. 공연은 크게 1부와 2부로 진행 되었는데, 1부에서는 나탈리 임부를리아(Natalie Imbruglua)의 [Torn]을 시작으로, 일본 시장도 염두를 두고 두 가지 버전을 수록했던 포크 록 가요 (그래도 기타 덕분에 조금 강도가 세진) [For You], 리드미컬한 소프트 록 넘버 [기억하니], 신시사이저로 만든 에반에센스 (Evanescence)풍 관현악 섹션이 자나치게 압도할 뻔 했던 부분을 보컬과 기타가 중도를 잡아주는 [Rainy Day], 그리고 어쿠스틱 버전으로 재편곡한 [슬픔이여 안녕]에 이르기까지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한 트랙들이 주를 이뤘다. (중간에 관객 중 한 명의 프로포즈 쇼가 있었는데, 좀 짜고 친 감은 있지만, 나름대로 이벤트 답기는 했다...^^;)

  1부를 예정보다 조금 늦게 마치고 들어간 이들의 휴식시간에 등장한 [막간 게스트]는 바로 YB, 윤도현 밴드였다. (몰아치는 환호성은 누가 우선인지 헷갈릴 뻔 했지만, 유명세란 다 그런 것 아닌가?) 요새 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반삭 스타일'로 등장한 윤도현과 멤버들은 예전에 봤던 5집 발매 공연의 모습 보다는 훨씬 노숙한(?) 모습이었다. [담배가게 아가씨]로 5분간을 완벽한 자신들의 무대로 만든 YB는 윤도현이 자신과 김효연과의 관계(그녀는 5집 라이브, 6집 녹음시 백업 보컬로 참여했고, 작년에 1집 냈다가 망한(?) 윤도현의 동생 윤규현도 그녀와 함께 YB의 백보컬이었다고 한다,)에 대해 잠시 설명해 준 후 새 앨범의 첫 싱글 [오늘은]을 들려주고 무대를 떠났다.

  2부는 모두들 화려한 의상으로 변신하고 나타났는데, 앨범의 머릿곡 [Dream It]으로 포문을 연 후, 스위트 박스(Sweetbox)의 [Addicted]의 록 버전 리메이크로 분위기를 이어갔다. 잠시 베이시스트의 어머니를 무대에 모시고 김효연이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작사했다는 [Mother]를 부르며 들뜬 분위기를 식혔는데, 박현규씨의 눈물이 상당히 인상적(?) 이었다. 그 후 개인적으로 앨범에서 타이틀곡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곡
[Go Away](경쾌하고 비한 느낌의 록 넘버이면서도 가요형 청각에도 거부감이 없을 사운드가 매력적임), [월요병(Smile Again)] 등의 경쾌한 넘버들과 함께 공연은 마무리 단계에 도달했다.

  사람들의 앵콜 요청에 무지 빠르게 응한 이들의 앵콜 곡은 팝송들의 리메이크로 이루어졌는데, 분위기를 띄우는 데는 그럭저럭 좋았지만, 조금 컨셉이 맞지 않게 엮인 감도 있단 느낌도 받았다. 하여간 이미 분위기는 한 껏 달아올랐고, 한 번더 앵콜을 외치는 이들에게 마지막 곡으로 선보인 것은 이들이 '윤도현의 러브레터'나 기타 무대에서 가끔 선보인 보아의 히트곡 [No.1]의 록 버전 리메이크였다. (후반부에서 트래쉬적으로 몰아가는 기타와 베이스의 합주란..ㅋ) 공연용으로는 괜찮은 엔딩 송과 함께 이렇게 그들의 2시간 가까운 무대는 막을 내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김효연의 무대 매너는 훌륭한 편이었다. 현재까지 그녀의 단점이라고 한다면 '아직 20% 모자른 카리스마와 30% 모자란 거친 파워감이라고 해야 할텐데 (아무래도 기타의 헤비톤에 비해서 그녀의 파워가 딸리게 느껴질 수 밖에 느껴지는 것은 음반에서나 공연에서나 비슷한 듯...) 그 점을 그녀는 앨범 못지않게 안정되고 지속성있는 성량과 남성성과 여성성의 범위를 적절히 넘나드는 무대 매너로 적절히 커버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김인중의 기타는 아마 현재 '한국식 모던 록' 계열로 분류되는 밴드들 가운데 가장 헤비 리프와 솔로가 지배적인 연주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그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지미 페이지부터 슬래쉬까지 이어져온 다리를 5각형 모양으로 만들고 허리를 약간 뒤로 젖히고 연주하는 자세를 보이며 연주하는 모습 등에서도 볼 수 있듯 그의 존재는 현재까지 밴드 에이브릿지의 개성에서는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형님뉴스'의 '길용이'같은 순박한 인상인) 베이시스트 박현규와 일본 인디신에서 음악활동을 한 경력이 있는 서승현의 연주력은 앨범을 틀어놨다고 해도 믿을만큼 특별한 기교나 애들립은 보여준 것이 없지만 깔끔하고 세련된 연주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5. CJ뮤직이 배급을 맡았지만, 기획사가 군소 규모이기 때문에 아직은 연줄을 활용한 매체 이외에는 대형 미디어 섭외력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 밴드 자신들에게나 기획사 측에서는 아쉬울 수 있겠지만, 이번 공연을 보고 간 사람들이 그들에 대해서 어느정도 긍정적 인상을 받았을 것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2집이 나올 시점에는 그들이 지금보다 더 숙련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리라는 기대감을 나는 받았으니까. 그리고 개인적으로 참 뿌듯했다. 그들의 노래 [Dream It]의 가사 속의 내용처럼 음악을 향한 열정이 꿈에서 끝나지 않고 현실로 구현되도록 열심히 노력한 한 청년의 땀이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



# 모든 사진(1장은 예외)은 제가 당일 공연장에서 핸드폰 카메라로 직접 찍어 온 사진들입니다.
  세트리스트를 일일이 적어오지 못한 관계로 곡 순서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