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가 넘어도 눈이 떠 지지 않았다. 간신히 위기를 모면할 시간까지 출근을 해서 토요일 오전 일정을 무사히 넘긴 뒤, 내 자가용은 어제 블루스님과 Wewe님 일행들을 모셨던 숙소로 바로 향했고, 결국 오후 2시에야 우리는 정신을 차리러 (혹은 해장을 하러) 식당으로 향했다. 그래도 손님들 인천 왔는데, 모셔야 겠다는 일념하나로 끌고 간 곳은 북성동 차이나타운...
크래쉬의 공연이 끝나고 장내 정돈을 할 무렵에서야 우리는 메인 스테이지에 가까이 갈 수 있었다. 테스타먼트(Testament)... 그들을 실물로 보기 위해 어언 몇 년을 기다려왔던가!! 블루스님의 소개로 기타리스트 알렉스 스콜닉(Alex Skolnick)이 재즈 트리오를 결성해 3장의 앨범을 발표했음을 이미 알고 있었고, 요새 그 음원들 (어둠의 경로로) 다운받아 열심히 듣고 있었는데.. 그의 손놀림을 직접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만으로도 마냥 설레였다.
공연 중반부에 개인적으로 [The Ballad]와 함께 양대 산맥으로 좋아하는 그들의 소프트 트랙 [The Legacy]가 연주될 때, 목청 높여 따라 부르다가 나도 몰래 눈가가 젖었다. (이거 원..무슨 주책이람?) 이 곡을 내가 생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그리고, 그 뒤에 계속 이어지는 금속성 사운드의 연속 펀치에 노련하지만 파워있는 정통 메탈 밴드의 단독 공연조차 그들의 전성기에는 그림의 떡이었던 시절을 보낸 한국의 30대들부터 이들이 그냥 '스래쉬 메탈 밴드'라더라만 알고 온 10대들까지 다들 발광하며 관중석 가운데에 점점 더 큰 '인간 회오리'가 불기 시작했다. 척 빌리도 "오늘 여기서 정말 불꽃이 튀는군요!"라 감탄할 정도로....정말 1등관객들이 보여줄 수 있는 호응으로 객석을 무대만큼 뜨겁게 만든 한국 팬들에게 테스타먼트의 멤버들은 앵콜이 끝난 후, 다른 아티스트들과 달리 경호대 바리케이트 앞에까지 다 나와서 맨 앞줄 관객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빙 돌아 무대 뒤로 사라졌다.
이제 남은 밴드는 라르크 앙 시엘. 근데 이 곳에서 만난 우리 음악동지 분들은 초반부 사진만 찍고 다 뒤로 빠져계셨다. 거기서 "라르크 빠"라 불리는 이들이 장악한 객석 앞부분에 끼기엔 연령대가 답답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블루스님, 편집장님, 로빈 사진기자님, EMI 향민씨와 함께 파라솔에 앉아 음료 마셔가며 수다 떨면서도 사운드는 충분히 귀에 들렸고, 화면은 전면 다 영상으로 때려서 멀리서도 다 보였기에 공연 즐기는 데 큰 지장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노래 중에서는 펑크적 느낌이 강한 [Honey]를 가장 좋아해서 그 곡 부를 때만 잠시 가까이 가서 보고 돌아왔다. 근데, 그만큼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의 주제곡 [Ready, Steady, Go!]를 나중에 서브 스테이지 쪽으로 다 빠져나갔을 때 멀찍이 들을 수 밖에 없었다... 흑..... 하이도(Hyde)부터 각 멤버들 모두 아주 한국 팬들 사로잡으려고 열심히 한국말 연습 해왔음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런데 이 말은 압권이었다.
"저는 욘사마도 아닙니다. 조인성도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같이 미쳐봅시다!!" ^^;
이제 다시 밤 12시가 다가왔고, 그루브 세션에서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은 찍고 가야한다는 블루스님을 스테이지 밖에서 기다렸다. 잠시 무대를 멀리서 보니, FPM의 디제잉 속에서 드래곤 애쉬의 댄서(작년에 메인 스테이지에 섰던 사람 같음)의 멋진 춤 솜씨도 관람할 수 있었다.
하늘은 깜깜, 바람은 서늘한 듯하지만 습했고, 어제부터 쌓인 피로는 계속 몰려왔다. 결국 1시 다돼서 블루스님과 편집장님을 모시고 숙소로 이동했지만, 두 분 모두 피로하셨는지 그냥 숙소 들어가셨다... 대리 불러서 한 잔 더 할 각오는 되었건만....--;; 결국 집에 돌아가 뻗으니 새벽 2시... 열광의 토요일 밤은 그렇게 생각보다 조용히 마무리 되었고, 결국 난 일요일에는 가정사정상(!) 송도에 다시 가지 못했다.....................>_<
(To Be Continued.... 3부에선 공연 진행 전반에 대한 개인적 평가를 쓰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