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8.25 미디어 오늘)
왜색 논란은 일단 차치하자. 요컨대 가장 저패니메이션(Japanese Animation의 합성어)적인 저패니메이션에 대해서 왜색 자체를 시비하는 것은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본말전도. 정작 중요한 것은 <개구리 중사 케로로>라는 전형적인 저패니메이션이 왜 반향을 얻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 아니겠는가.
애초 <케로로>는 일본의 만화가 요시자키 미네가 지난 98년부터 월간만화잡지 ‘소년 에이스’에 연재했던 만화로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를 비롯한 SF장르의 저패니메이션 전반에 대한 패러디, 혼성모방, 오마쥬 등을 한껏 집약시킨 작품이다. 전편에 걸쳐 <건담>에서 <슬램덩크>까지 아우르는 직간접 인용은 어지간한 저패니메이션 마니아가 아니고는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다.
또한 아동물이라고 하기엔 섹시코드의 미소녀들을 과하게 활용하는 등 인쇄만화 <케로로>는 아동보다는 성인층의 SF물 매니아들 사이에서 국지적인 반향을 얻어냈다.
그러나 2004년 건담 시리즈를 제작해온 선라이즈사가 역시 건담 프라모델 제작사로 유명한 반다이의 후원을 받아 <케로로>를 TV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TV판에서는 성적 표현을 완화시키는 등 아동취향이 강화됐고, 그 결과 각 연령대 별로 고른 호응을 얻으면서 시즌3까지 제작되는 대성공을 거뒀다.
거의 30여년에 걸쳐 형성된 일본의 문화적 정서가 녹아든 <케로로>를 21세기의 한국 아동들이 완전히 이해하리라고는 보기는 어렵다. 즉자적인 왜색 논란보다는 차라리 같은 기간 근대 이후 한국에서는 21세기의 아동들에게 어떤 고유한 문화적 정서를 물려주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케로로>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화두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