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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ifer Warnes - Famous Blue Raincoat

80팝/80년대 팝앨범리뷰

by mikstipe 2007. 7. 30.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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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7월 초 재발매된 국내 라이선스반에 수록된 제가 쓴 해설지 내용입니다. 팬타포트의 기록들을 글로 쓰고 싶은데, 천상 내일 밤에나 쓰게 생겼군요....--;;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과 그의 작품 세계를 자신의 목소리로
 80년대에 부활시킨 제니퍼 원스(Jennifer Warnes)
의 최고 걸작,
「Famous Blue Rainc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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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특정한 상황이나 특별한 날이 다가오면 유독 머리 속에 떠오르고, 듣고 싶어지는 노래가 한 곡 이상은 있을 것이다. 특히,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기 쉬운 비가 오는 날에는 더욱 그러하다. 아마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알고 있는 듯 세계 어디에서나 그런 날이면 ‘비(Rain)’와 연관된 노래들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누군가는 그런 날 DJ에게 아프로디테스 차일드(Aprodites Child)<Rain And Tears>를 신청할지 모르고, 또 다른 이는 캐스케이즈(Cascades)<Rhythm Of The Rain>이나 아하(A-Ha)의 연주로 듣는 <Crying In The Rain>, 또는 호세 펠리치아노(Jose Feliciano)<Rain>을 들려 달라고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비오는 날 가장 생각나는 노래를 꼽으라 한다면 위의 노래들을 제외하더라도 절대로 빼고 싶지 않은 노래가 한 곡 있다. 바로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의 명곡 <Famous Blue Raincoat>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오리지널 작곡자의 버전보다 제니퍼 원스(Jennifer Warnes)의 여성적 감성이 추가된 버전이 더 듣고 싶어진다. (물론 중-고등학생 시절 라디오에서 이 곡을 코헨의 버전보다 더 먼저 접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87년에 처음 대중에게 선을 보였던 그녀의 리메이크 버전은 그 후 지금까지 그녀의 노래 중에 가장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은 곡이 되었다. 그녀가 팝 역사에 남긴 두 곡의 빌보드 1위 듀엣 싱글들 - <Up Where We Belong><Time Of My Life> - 도 이제 팬들의 기억에서 멀어져 가는 시점에서 이 곡이 꾸준히 사랑 받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단지 비랑 연관된 곡이기 때문에? 그렇다기보다는 존경하는 선배 싱어-송라이터의 명작을 아름답게 재해석해낸 그녀의 마음이 노래 속에 그대로 녹아 있고, 그것이 언제 들어도 청자의 마음을 울릴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그것이 이 20년 전에 발표된 음반이 2007년 한국 땅에서 재발매 되는 이유일 것이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지킨 제니퍼 원스의 40년 음악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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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7년 워싱턴 주 시애틀 태생인 제니퍼 원스는 9살 때 특별한 경험을 통해 가수로서 처음 대중 앞에 섰다. 그래미 시상식 등 유명 행사가 자주 열리는 LA의 슈라인 오디토리엄(Shrine Auditorium)에 모인 300명 군중 앞에서 미국 국가를 부를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딸이 정상적인 청소년기를 보내길 원했고, 결국 고교 졸업 후 오페라 공부를 할 기회를 버리고 포크 음악계에 뛰어 들기를 결심하면서 본격적 프로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후 1968년에 패롯(Parrot)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데뷔 앨범「I Can Remember Everything」을 발표하게 되는데, 이 음반 속에는 비지스(Bee Gees), 조니 미첼(Joni Mitc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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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Beatles),
그리고 프로듀서였던 마틴 쿠퍼(Martin Cooper)의 곡들을 어쿠스틱 포크로 해석한 곡들이 담겨있었지만, 당시 LA에서 공연되던 뮤지컬 '헤어(Hair)'의 배역을 맡게 되면서 별반 홍보도 못하고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역시 기존 뮤지션들의 곡을 재해석한 2집「See Me, Feel Me, Touch Me, Heal Me」( 후(The Who)의 록 오페라의 하이라이트에 제목을 따왔음)역시 마찬가지로 대중의 관심 밖에 있었다.
   그러나, 70년에 들어와 그녀는 자신의 커리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음악적 스승을 만나게 되는데, 그가 바로 레너드 코헨이었다. 두 사람은 첫 만남 이후 서로의 음악적 감성을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그녀는 코헨의 백 밴드 멤버로 유럽 투어를 함께하면서 이후 90년대까지 꾸준히 그의 앨범에서 코러스를 담당해주는 ‘평생 친구’같은 관계를 지속했다. (그 사이 72년에는 3집이자 첫 메이저급 앨범인「Jennifer」가 발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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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자신의 스타덤보다 음악적 수련에 더 힘썼던 그녀에게 제대로 기회가 다가온 것은 77년에 아리스타 레이블로 옮겨 발표한 셀프 타이틀 앨범「Jennifer Warnes」부터였다. 첫 Top 10 히트곡이자 어덜트 컨템포러리 차트 1위곡이었던 <Right Time Of The Night>의 히트로 그녀는 미국 시장에서 인정 받는 뮤지션으로 성장했고, 이어진 79년작「Shot Through The Heart」는 <I Know A Heartache When I See One>디온 워윅(Dionne Warwick)의 곡을 리메이크한 <Don't Make Me Over>가 Top 40 히트를 거두며 잔잔히 인기를 이어나갔다.
   8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녀는 영화 음악 사운드트랙 쪽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주는데, 영화 ‘Norma Rae’의 수록곡 <It Goes Like It Goes>로 처음 아카데미상과 인연을 맺은 후, 81년에는 영화 ‘Ragtime’ OST에 수록된 <One More Hour>으로 후보에, 그리고 앞서 언급한 영화 ‘사관과 신사(An Officer and a Gentleman)’ 의 주제곡이자 조 카커(Joe Cocker)와의 듀엣인 <Up Where We Belong>로 83년 아카데미 최고 주제가 상을 수상했다. (아래 사진은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두 사람의 공연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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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후 본작「Famous Blue Raincoat」이 발표되던 1987년에는 빌 메들리(Bill Medley)와의 듀엣곡인 ‘Dirty Dancing'의 주제가 <(I've Had) The Time Of My Life>까지 차트 1위에 오르며 아카데미와 그래미에서 모두 수상을 하는 쾌거를 이뤘고, 그것이 그녀의 상업적 최고 전성기였다. 하지만, 그녀에겐 상업적 히트보다는 자신이 부르고 싶은 노래들을 담은 음반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고, 5년 후인 92년에 발표된「The Hunter」와 다시 9년의 세월을 거쳐 완성된「The Well」(2001)에서도 포크와 컨트리를 기반으로 누구의 곡이든 그녀의 서정으로 승화해내는 그 음악적 고집은 계속 유지되었다. (그녀의 현재의 모습을 만나고 싶다면 그녀의 공식 사이트 (www.jenniferwarnes.com)에 들러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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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헨의 음악세계를 정확히 이해한 트리뷰트이자 커리어의 정점
「Famous Blue Raincoat」
   제니퍼 원스는 자신이 싱어-송라이터였음에도 앨범 속에 항상 좋아하고 존경하는 뮤지션의 곡들을 다수 리메이크 해왔다. 그럼에도 ‘리메이크 전문 가수’란 오명과는 결코 거리가 멀었던 것은 시대를 초월해 그녀가 가진 포크-컨트리-팝의 분위기로 곡을 재해석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 감성에 있어서 가장 그녀와 코드가 일치했던, 아니, 존경해 마지않았던 선배인 레너드 코헨의 곡들만을 담은 이 앨범의 탄생은 어쩌면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총 9곡의 코헨의 대표작이 담긴 이 선구적 ‘트리뷰트 앨범’은 그래서 지금까지도 그녀의 대표작으로 대중과 평론가들에게 인정 받고 있는데, 특히 스티비 레이 본(Stevie Ray Vaughan)의 도회적 감성이 넘치는 블루스 기타가 그녀의 보컬과 대화하듯 주고받는 첫 트랙 <First We Take Manhattan>과 미드 템포의 블루스 <Ain't No Cure For Love>는 이 앨범을 통해 처음 선보였던 코헨의 신곡들로서 후에 그에게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 준「I'm Your Man」(88)의 전주곡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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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링과 피아노 연주가 감싸주는 아름다운 팝 발라드 <Song Of Bernadette>는 그녀와 코헨의 공동 작품으로 이 앨범에만 실려 있으며, 아프리칸 비트가 원곡의 서정을 역동성으로 변환한 초기 히트곡 <Bird On A Wire>(69)은 훗날 멜 깁슨-골디 혼 콤비가 주연한 동명 영화의 탄생과 주제곡을 맡은 네빌 브라더스(Neville Brothers)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 밖에 그녀와 코헨의 듀엣인 <Joan Of Arc>(71)은 영롱한 신시사이저 이펙트로 스케일 큰 포크-록발라드로 새로 탄생했으며, 아카펠라 코러스와 함께 그녀의 보컬만으로 재즈의 향취를 입힌 <A Singer Must Die>(74), 린다 론스태드(Linda Ronstadt) 풍의 컨트리 팝으로 변신한 <Coming Back To You>(84) 등은 원곡에 숨어있던 코헨의 감성을 자신의 힘으로 재탐구한 멋진 리메이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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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멋진 곡들이 담겨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의 정점에는 타이틀곡인 <Famous Blue Raincoat>가 존재한다. 원곡의 도회적 멜랑콜리를 팝-재즈 발라드의 서정으로 채색하고 감정의 심연을 건드리는 그녀의 보컬로 그 중심을 채운 그녀 커리어 최고의 트랙이다.
   이번 기회에 이 앨범이 라이선스 CD로 우리 곁에 돌아 올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반갑다. 히트 싱글이 담긴 베스트 앨범들도 제니퍼 원스라는 뮤지션의 음악 세계를 이해할 중요 자료가 될 수 있겠으나, 진정 당신이 그녀의 음악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반드시 이 앨범을 당신의 라이브러리에 소장해야 한다. 그녀가 뮤지션으로 꿈꾸었던 이상향, 그리고 최고의 음악 파트너와의 존경과 정신적 교감의 결과가 그녀 커리어의 정점이 되어 여기 담겨 있기 때문이다.

2007. 6. 글/ 김성환(Pop Music Journ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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