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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앨범 가이드 (7) - Kylie Minogue

80팝/80년대 팝앨범리뷰

by mikstipe 2006. 4. 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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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유럽 최고의 댄스 팝 디바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의
데뷔 후 10년간의 역사를 담은 베스트 앨범「The Greatest Hits 87-97」

미국에 마돈나(Madonna)가 있다면 유럽엔 카일리(Kylie)가 있다!!


  여러 팝 트렌드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며 상업적이었던 댄스 팝(Dance Pop)은 70년대 말 디스코(Disco)를 통해 극대화된 음악의 '유희적 기능'을 신시사이저 팝 시대의 도래로 보편화된 전자 악기들과 믹싱(Mixing), 샘플링(Sampling)을 활용, 더욱 세련되게 포장해냈다. 그리고 이러한 팝/댄스뮤직을 자신의 전공으로 삼은 아티스트들 가운데 팝 역사에 획을 그은 아티스트들이 80년대에 등장하면서 댄스 팝은 주류 팝 신을 대표하는 트렌드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특히, 80년대 미국 댄스 팝 최고의 아이콘이었던 마돈나(Madonna)는 그녀 자신이 댄스뮤직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수많은 추종자들을 만들어냈고, (최근 약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도 그녀의 위치는 요지부동이다.
  그녀가 미국 댄스 팝의 아이콘이라면 과연 영국 및 유럽의 댄스 팝계의 아이콘은 과연 누구라고 해야 할 것인가? 사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말하기 힘들었을지 모르나, 이제는 누구나 쉽게 그 답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 현재 유럽 댄스 팝 신에서 최고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데뷔 당시엔 평단에서는 80년대 댄스 팝의 화려한 시절이 만들어낸 여러 스타들 가운데 한 명 정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마치 마돈나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이미지와 음악적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노하우를 갖고 있었고 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 결과 데뷔 후부터 지금까지 영국과 고국인 호주, 그리고 유럽 전역에서 그녀의 노래는 방송국과 클럽에서 끊임없이 틀어지고 있으며, 화려한 음반 판매고는 물론 최근작들은 까다로운 평론가들에게도 높은 별점을 받아냈다. 이 정도면 그녀를 유럽 댄스 팝의 아이콘으로 부르는 것을 누가 주저하겠는가!

15년 이상 댄스 팝 디바의 자리를 지킨 카일리의 음악 여정
  1968년 5월 28일 호주의 멜버른에서 태어난 카일리 미노그는 79년에 호주 TV 드라마 ‘Skyways’ 에 출연하면서 연예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고, 일일 드라마 ‘Neighbours’를 통해 전국적인 인기 배우가 됨과 동시에 영국에서도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그런데 그녀의 커리어를 음악적 방향으로 완전히 돌려버린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자선 목적으로 리틀 에바(Little Eva)의 60년대 고전인 <Loco-Motion>을 주위의 권유로 부른 것이었다. 이 곡이 호주에서 7주간 차트 1위를 하고 80년대 호주 최고 싱글 판매량을 기록하자 해당 음반사는 당시 영국 댄스 팝계를 거의 평정하고 있었던 작곡 팀인 스톡, 에잇켄 & 워터만(Stock, Aitken & Waterman (이하 S.A.W.로 표기))과의 만남을 주선해주었다. 처음엔 그녀에 대해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이들도 같이 작업한 첫 싱글 <I Should Be So Lucky>가 차트 1위를 차지하자 그녀가 자신들의 곡들을 잘 소화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결국 그들은 그녀의 데뷔 앨범「Kylie」(88)의 프로듀싱과 비디오 제작을 맡으며 자신들의 레이블 PWL에서 데뷔 앨범을 발표하게 했고, 이 앨범은 미국에서까지 인기를 끌면서 카일리는 세계 시장을 목표로 활동하는 가수로 급상승하게 되었다.
  이후 그녀는 2집 「Enjoy Yourself」(89)으로 영국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며 S.A.W.팀과의 찰떡 궁합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항상 그녀를 이웃 집 소녀 이미지로 묶어두고 싶어한 S.A.W.팀의 생각과는 달리 그녀는 마돈나와 같은 섹시하고 변화무쌍한 이미지를 추구하고 싶어했고, 뮤직 비디오나 노래 가사의 컨셉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그녀의 대표곡 중 하나인 <Better The Devil You Know>가 담긴 3집「Rhythm Of Love」(90)부터 그들의 영향력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한 그녀는 4집 「Let’s Go to It」(91)에서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결국 첫 번째 베스트 앨범「Greatest Hits」(92)를 끝으로 S.A.W.팀과 결별한 카일리는   Deconstruction 레이블로 옮겨 발표한 5집「Kylie Minogue」(94), 6집「Impossible Princess」(97)을 통해 자신이 음악적 헤게모니를 장악했다. Brothers In Rhythm과 같은 신진 프로듀서팀과 작업하고 록과 일렉트로니카 요소를 도입하는 변화를 시도했지만, 아직 그녀의 초기시절만을 그리워하던 팬들에겐 그녀의 변신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노력의 대가는 언젠가 돌아오는 법. 펫 샵 보이스(Pet Shop Boys)의 도움으로 Phalophone 레이블로 이적하여 새로 발표한 7집「Light Years」(00)는 <Spinning Around>라는 공전의 히트 싱글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8집「Fever」(01)에서는 <Can't Get You Out Of My Head>가 전세계 여러 나라에서 1위를 기록하고 10여년 만에 빌보드 싱글 차트 7위까지 진출하면서 이제 그녀는 진정한 댄스 팝계의 아이콘으로 인정 받게 된 것이다.

오늘날의 그녀를 만들어준 초기 10년간의 베스트 트랙이 담긴 새로운 베스트 앨범
  이번에 국내에서 발매되는 베스트 앨범 「The Greatest Hits 87-97」는 예전에 PWL에서 발매된「Greatest Hits」를 영국 발매 싱글 버전들로 재구성하고 보너스 트랙들을 업그레이드한 2CD 버전이다. 먼저 이 음반엔 그녀의 Deconstruction 레이블 시절 히트곡들이 4곡이 추가되어있는데 <Confide In Me(호주 차트 5주간 1위, 영국 차트 2위에 빛나는 그녀의 중기 베스트트랙)>, <Put Yourself In My Place>, <Breathe>,
그리고 독특한 구성의 뮤직비디오가 재미있었던 <Did It Again>이 두 번째 CD에 담겨있다. 한편, 92년 베스트 앨범을 먼저 구입하신 카일리 골수 팬들도 실망시키지 않도록 8곡의 각종 리믹스 버젼이 담겨있고, <Made In Heaven>과 <Say The World-I'll Be There>는 미국, 뉴질랜드, 일본에서 싱글 B사이드에 담겼던 곡들이다.
  첫 번째 CD에 담긴 PWL시절의 히트 넘버 22곡 중에서 <I Should Be So Lucky>, <Je Ne Sais Pas Pourqoui>, <Hand On Your Heart>와 같은 초기 곡들은 화성 변화의 점층을 활용한 멜로디와 훅이 있는 후렴구를 이어가는 미국식 소울과 유로 디스코 사운드를 절묘하게 조화해낸 S.A.W. 스타일의 전형이다. 또 그녀의 대표곡 <Better The Devil You Know>는 이후 피트 워터만이 스텝스(Steps)를 통해 아바(Abba) 스타일의 댄스 팝으로 되살려 내기도 했다. 한편 90년대 초반에 유행한 하우스 비트적 요소가 강한 <Shocked>와 빅밴드 풍의 <Word Is Out>도 변화를 향한 그녀의 욕구가 표출된 곡들이며, <Especially For You(Jason Donovan과 듀엣으로 당시 95만장 판매)>, <If You were With Me Now(Keith Washington과 듀엣)>는 그녀의 보컬이 발라드에도 강한 매력이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곡들이다.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한 5-6집의 히트곡들은 그녀가 제2의 도약을 위해 기울인 다양한 음악적 실험의 흔적들이 잘 묻어난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에서 발표된 싱글 <It's No Secret>이나 닉 케이브(Nick Cave)와의 듀엣 <Where The Wild Roses Grow>까지 들어있었으면 하는 투정(?)도 부려보고 싶지만, 이만큼 완벽한 카일리의 초-중기 히트곡 리스트는 앞으로도 보기 힘들듯하다. 선배인 마돈나의 성공 신화를 본받아 자신만의 음악적 개성과 철저한 이미지 메이킹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카일리 미노그. 그녀의 이번 베스트 앨범은 최근의 그녀만을 기억하는 신세대에게는 과거에도 그녀가 댄스 팝의 히로인이었음을 확인시켜주는 자료가 될 것이며, 그녀의 음악과 함께 성장해온 80년대 댄스 팝 매니아들에겐 그 시절 추억을 되살리며 자신들이 좋아하던 그녀의 발걸음이 아직 현재 진행중임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 정확한 차트 기록 및 자문을 위해 수고 해주신 mindoh님께 감사 드립니다.)
                                     

2003. 9.  글/ 김성환 (80s Pop Music Journ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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