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The Dooleys - The Best Of The Dooleys

80팝/80년대 팝앨범리뷰

by mikstipe 2008. 10. 2. 08:49

본문

* 이 글은 지난 8월 말 작성한 SonyBMG/씨덱스 제작 라이선스반 해설지에 실린 글 입니다.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 영국을 대표했던 가족 그룹 둘리스(The Dooleys),
그들의 히트곡을 엄선한 베스트 앨범「The Best Of The Dooleys」

  굳이 80년대 초반 팝 음악을 즐겨 들었던 음악 매니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시절 열심히 FM방송을 듣거나 나이트클럽을 다니셨던 분들에게 둘리스(The Dooleys)의 히트 싱글 <Wanted>는 아련한 그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 곡으로 기억된다. 개인적 기억을 되살려보면,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것은 1981년 그들이 처음 내한공연을 하면서 TV를 통해 그 무대를 보았을 때였다. (전두환 정권 시절이니) 당시 국영방송이나 다를 바 없었던 KBS 공개홀의 무대에 겨드랑이가 훤히 파져 속살이 살짝 드러날 듯한 하얀 무대용 원피스를 입고 노래를 부르는 그 모습을 별 개념 없이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때부터 지금까지 이 곡의 매력에서 느꼈던 인상은 강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다.
  사실 이 곡은 70년대 미국식 디스코(Disco) 사운드에 비하면 덜 휭키(Funky)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너무나 인상적인 신시사이저 전주 위에 마치 아바(ABBA)의 비트 강한 곡들에서 느낄 수 있는 여성 리드 보컬들의 화음과 힘, 그리고 간결한 멜로디 라인과 함께 후렴으로 이어지면서 등장하는 (그야말로 당시 한국 ‘고고장’, 즉 디스코 클럽에 최적화되었던) 그 리듬 섹션은 유럽 시장은 물론 아시아 전역을 석권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지금도 7-80년대를 추억하는 팝 컴필레이션에 이 곡은 종종 수록되는 영예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몇 년 전에는 개그우먼 조혜련에 의해 <아나까나 송>으로까지 거듭나지 않았던가.)
  일부에서는 이들을 가리켜 70년대 후반 전 세계를 강타했던 아바(ABBA)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던 유럽의 여러 디스코 성향의 보컬 그룹들 중 하나로 폄하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은 <Wanted> 한 곡만을 기억할 때 생기는 엄청난 오류이다. 당시 이들의 인기 행진의 기록은 매우 탄탄했었으며(1977년부터 81년까지 그들은 영국 차트에 꾸준히 히트 싱글(총 10곡)을 올려놓았다), 이들은 절대 여성 보컬들을 앞세운 팝 그룹의 범주로 분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초기 히트곡들은 모두 남성 보컬들이 리드를 담당했다.) 그리고 ‘둘리스’의 이름으로 활동하던 기간의 그 이전과 이후를 합친다면, 이들은 비공식적으로 영국 출신의 가족 그룹으로서는 상당히 오랜 역사를 지닌 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10년 가까운 활동 중단 기간이 있었지만) 최근에도 이 밴드의 주축 남성 멤버들은 둘리 브라더스(The Dooley Brothers Band)라는 새 이름으로 재결합하여 팝-컨트리 성향의 음악을 발표하고 있으니 말이다.

영국-유럽의 디스코 시대를 수놓은 혼성 가족 밴드 둘리스의 음악 여정

  둘리 가문의 3명의 남자들 - 짐(Jim: 보컬), 존(John: 기타 & 보컬), 그리고 프랭크(Frank: 기타 & 보컬) - 은 3명의 여동생들 - 마리(Marie), 앤(Anne), 캐시(Kathy) - 를 백업 보컬로 삼아서 1960년대부터 에섹스(Essex)의 일포드(Ilford) 지역에서 ‘둘리 패밀리(The Dooley Family)’ 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아직 3명이 학생이었던 상황이라  술집에서는 연주를 할 수 없었기에, 주로 이들은 극장과 호텔을 돌며 연주활동을 했다. 하지만 이들이 본격적으로 프로 뮤지션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72년부터였는데, 그들의 친구인 베이시스트 밥 월시(Bob Walsh)가 밴드에 가입한 뒤 그의 이복형제이자 쇼 무대 섭외 담당을 맡고 있었던 빈스 밀러(Vince Miller)가 이들을 지원해주면서 맨체스터 지역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게 되었다. (이 때, 마리는 임신 중이어서 결국 밴드에서 탈퇴하게 된다.)
  이렇게 북부로 옮겨 주로 노동자 클럽에서 공연에 대한 실전 경험을 힘겹게 쌓은 이들은 정식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고, 1974년에 알라스카(Alaska) 레이블과 계약하면서 음반으로서 데뷔를 할 준비도 마쳤다. 그러나 첫 싱글 이었던 <Hands Across The Sea>가 당시 올리비아 뉴튼 존(Olivia Newton-John)에 의해 유럽 가요제 출전 곡이 되었기 때문에 발매가 연기되면서 첫 번째 기회를 허무하게 날리고 말았다. 대신에 이들의 음악은 동구권에서 먼저 호응을 얻게
되었고, 75년에 팝 아티스트로서는 처음으로 모스크바에서 공연을 하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이 당시 실황을 담은 음반은 러시아에서 200만장이 판매되었다고 하는데, 영국에서는 발매되지 않았다.) 또한 76년에 이들은 BBC의 교육용 프로그램인 <On The Move>의 주제곡을 담당하면서 본토에서의 재기를 노리기도 했다. 
  마침내 이들은 1977년 그들의 첫 싱글을 작곡했던 벤 핀든(Ben Findon)의 도움을 입어 GTO 레이블과 새롭게 계약을 맺게 되는데, 이 곳에서 발표한 첫 싱글 <Think I'm Gonna Fall In Love With You>가 차트 13위에 오르면서 영국 내에서 이들의 인기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그 후 마리가 밴드에 복귀하고 가족의 막내 헬렌(Helen)이 새로 가입하면서 꾸준한 히트 행진을 이어가게 된다. 이후 79년작인 2집「The Chosen Few」에서 그간 짐과 남성 보컬들이 주도하던 방식을 탈피하여 처음 여성 보컬들을 전면에 내세운 <Wanted>(영국차트 3위) 등의 트랙으로 70년대 유럽 디스코 팝 시대의 대미를 성공적으로 장식하는 스타덤에 올랐다. 그리고 80
년에 첫 베스트 앨범「The Very Best Of The Dooleys」을 내놓은 이들은 일본에서 열린 동경가요제에서 신곡 <Body Language>로 2위를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하지만 1위는 그들과 아시아 지역 인기에서 강력한 라이벌 관계였던 놀란스(The Nolans)<Sexy Music>이 차지했다.)
  이렇게 표면상으로는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이들이었지만 영국에서 그들의 레이블 GTO는 CBS/EPIC 레이블에 인수되어 홍보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81년 발표된 3집「Full House」(「Body Language」(80),「Pop Fantasia」(81)로 트랙들이 나뉘어 한국-일본에선 발매되었다.)가 별 히트곡을 내놓지 못하고 사라지면서 본국에서의 인기는 위기를 맞았다. (역으로 이 시기에 한국과 일본에서는 이들의 음반이 엄청나게 잘 팔렸다.) 결국 4집「Secrets」(일본판 제목은「The Dancer」였음)(82), 5집「In Car Stereo」(85)를 지나며 멤버들이 결혼과 견해 차이 등으로 다수 밴드를 탈퇴하면서 둘리스의 활동은 위축되고 말았다. 존, 프랭크, 드러머 알란 보간(Alan Bogan)은 80년대 후반 ‘The New Dooleys'를 만들기도 했지만, 92년경 두 밴드 모두 해산하고 말았다. (그리고 앞서 밝힌 대로 남성 멤버들이 결성한 새 밴드는 현재 마이스페이스(Myspace)에 자신들의 홈을 마련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The Dooleys - Wanted / Body Language

둘리스의 히트곡 14곡을 엄선한 명실상부한 2000년대판 베스트 앨범

  이미 이들은 자신들의 전성기인 80년에 당시까지의 히트곡을 모은 베스트 앨범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 음반의 국내 라이선스 LP를 소장하고 있을 음악 팬들이라면 이 CD에서 9곡이 같은 트랙들을 포함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따라서 그 경우 기존 베스트 앨범을 80%정도 CD 음질로 업그레이드한 셈이 된다.) 결국 3곡이 누락된 대신 이 2005년 영국에서 처음 발매된 최초의 CD버전 베스트 앨범 「The Best Of The Dooleys」는 1,2집의 히트곡인 <Love of my life>(9위)<The Chosen Few>(7위)를 추가했고, 3집의 히트곡 3곡이 추가되어 명실상부한 이들의 히트곡 모음집의 역할을 다했다.
   일단 데뷔 싱글에 해당하는 예쁜 컨트리 포크-팝 트랙 <Hands Across The Sea>가 이들의 데뷔시절을 기념하는 의미로 담겨있으며, 77년 데뷔작에서는 발표 시기에 걸맞게 비지스(Bee Gees) 스타일의 디스코 성향의 팝 트랙들인 <Think I'm In Love With You>, <Don't Take It Lyin' Down>(60위), 모타운 사운드의 향기가 느껴지는 업템포의 트랙 <Love Of My Life>(9위)<Stone Walls>, 그리고 여성 멤버들의 감미로운 보컬을 느낄 수 있는 <Don't Let Me Be The Last to Know> 등이 선택되었다. 그리고 훵키한 리듬감이 좀 더 강해진 2집에서는
<Wanted>외에도 타이틀 트랙 <The Chosen Few>와 짐의 보컬이 클리프 리차드(Cliff Richard)만큼이나 감미롭게 흐르는 <Honey I'm Lost>(24위) <One Kiss Away>등 4곡이 선곡되었으며,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신스 팝-뉴웨이브의 등장과 함께 전자음이 강화된 3집에서는 <Love Patrol>(29위), 그리고 한국과 일본에서 열광적 인기를 얻었던 이들의 또 하나의 대표곡 <Body Language>(그러나 영국 차트 순위는 46위에 그쳤다.), 그리고 <I Wish> 등 3명의 여성 멤버의 하모니가 빛나는 트랙들이 선정됐다.
  흔히 디스코 팝 시대의 음악들을 음악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비판하는 매니아들이 있지만, 2000년대에도 시저 시스터스(Scissor Sisters)와 같은 밴드들이 그 스타일의 매력을 계승하는 등 훵크(Funk)의 리듬감을 바탕으로 미국-영국-유럽 대륙에서 이뤄낸 디스코 사운드의 매력은 현재까지 끊임없이 ‘댄스 리듬’을 강조하는 모든 팝 음악에 재활용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둘리스의 베스트 싱글들이 담긴 이 음반을 듣는 것은 단순히 추억을 되새기는 음반의 기능을 넘어서 그 시대의 대표적 팝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훌륭한 자료 구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현재의 10대, 20대들도 한 번 이런 음악의 매력을 경험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시대를 넘어선 음악의 흥겨움을 이해하는 것이 결국 세대 간의 생각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훌륭한 ‘교각’이 될 테니까.......

2008. 8 글/ 김성환 (Music Journalist, 월간 ‘Hot Tracks’ 필자)

1. Wanted   
2. The Chosen Few   
3. Love Of My Life   
4. A Rose Has To Die   
5. Think I'M Gonna Fall In Love With You   
6. Honey I'M Lost   
7. Love Patrol   
8. Body Language   
9. Don'T Take It Lyin' Down   
10. And I Wish   
11. Don'T Let Me Be The Last To Know   
12. One Kiss Away   
13. Stone Walls   
14. Hands Across The Sea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