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U.K.라는 밴드의 음반은 80년대 음악세계 잡지를 통해서 전영혁씨의 소개로 알게된 밴드다. 사실 형님이 수입 CD로
[Danger Money]를 구해오기 전까지는 그 후 몇 년 동안 음악조차 들을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그 앨범에서
[Rendez-Vous 6:02]를 듣고 완전 '뿅가버려서', 그리고 그 후 지금까지 밴드
아시아(Asia)의 80년대를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에, 이들의 앨범도 전작 다 구해보리라 맘을 먹었었다. 결국, 몇
년 이상의 세월을 거쳐, 이제야 그 3장을, 그것도 LP미니어처라는 같은 포맷으로 구하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이들의 음악 여정을 함 정리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려 한다.
사실 77년부터 80년까지 단 4년만 활동했던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 씬에서 나름대로 프로그레시브 록계의 1세대 '슈퍼 연합군'의 구실을 했던 팀이다. 사실 이들의 출발은 74년
킹 크림슨(King Crimson)이 해체된 이후 그 최후의 멤버였던
존 웨튼(John Wetton)과
빌 브루포드(Bill Bruford)의 의기 투합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원래
예스(Yes)를 탈퇴하고 솔로 앨범을 열심히 내고 있었던
릭 웨이크먼(Rick Wakeman)을 끌어들이려 했으나, 당시 릭의 소속 레이블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로버트 프립(Robert Fripp)에게 킹크림슨을 재건하자고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아예 자신들이 주축이 된 새 밴드를 만드는게 낫겠다고 판단, 멤버들을 끌어모았다. 이 때 바로 키보디스트이자 일렉트릭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에디 좁슨(Eddie Jobson)이 존과
록시 뮤직(Roxy Music)에서 작업하던 인연으로 (
프랭크 자파(Frank Zappa) 그룹에서) 끌려왔고, 여기에 빌이
소프트 머신(Soft Machine)과
공(Gong)에서 활약했던
알란 홀즈워드(Alan Holdsworth)를 끌어오면서 4인조 슈퍼 밴드 U.K.는 그 라인업을 완성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앨범이 독특한 무지개빛 이펙트가 어둠 속에서 멤버들을 비추는 셀프 타이틀 데뷔작
[U.K.](1978)이다. 앨범 초반에 3부작으로 짜여진
<In The Dead Of Night>은 13분 가까운 러닝타임동안 그들의 천부적인 연주력을 빛내면서도 동시에 멜로디컬한 요소를 유지하는 존 웨튼 특유의 작곡 센스를 보여준 걸작이며, 마치 요새는
드림 씨어터(Dream Theater)의 음반에서나 들을 수 있을 재즈적 어프로치와 리듬 섹션, 그리고 에디의 키보드와 알란의 기타가 화려하게 릴레이를 펼치는
<Thirty Years>, 신시사이저 연주의 아름다움의 미학을 선보이는 연주곡
<Alaska> 등 8곡 모두가 훌륭한 연주를 펼친 음반이었다. (이걸 1년전에 주얼 케이스 버전을 구해놨었으나, 2,3집이 모두 LP미니어처로 구해지는 바람에 이번에 다시 국내 수입 CD 쇼핑몰에서 다시 구입했다. 그리고 그 음반은 지인 분의 어떤 음반과 교환 하기로 했다. ^^;)
<자켓 뒷면 / 속커버 뒷면 / 속커버 앞면>
U.K. - In The Dead Of Night (From [U.K.](1978))
그러나, 이 앨범이 히트하고 투어를 진행한 이후, 알란과 빌이 음악적 견해 차이로 밴드에서 이탈하게 되자, 존과 에디는 역시 프랭크 자파 그룹에서 잠시 드럼을 쳤던
테리 보지오(Terry Bozzio)를 영입, 트리오로 밴드를 재편하고 2집
[Danger Money](1979)를 완성했다. 여기에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프로그레시브 록 발라드의 걸작
<Rendez-Vous 6:02>가 담겨있었고, 전작만큼이나 대중성과 실험성을 겸비했던 (그러나 기타 파트가 없어서 조금은
에머슨, 레이크 앤 팔머(Emerson, Lake & Palmer)의 성향도 엿보였던) 타이틀 트랙
<Danger Money>, 테리의 그루비한 드럼 연주가 빛나는
<The Only Thing She Needs>, 한편으로는 이어질
아시아(Asia)의 활동을 예상하게 해준
<Caesar's Palace Blues>나
<Nothing To Lose>등 전반적으로 화려하지만, 동시에 멜로디컬한 트랙들로 웨튼의 의사가 많이 반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켓 뒷면>
<원래 LP시절의 속지(LP봉투)를 그대로 축소했다.>
U.K. - Caesar's Palace Blues (From [Danger Money](1979))
그 후
제트로 툴(Jetro Tull)과 함께 미국 투어까지 행하고, 마지막으로 일본에 와서 치른 실황을 담은 앨범이 바로 3집이자 마지막 작품이 된
[Night After Night]인데, 이 실황 속에는 그간 2장의 앨범에 없었던 2곡의 신곡 -
<Night After Night>과
<As Long As You Want Me Here> 등이 들어있어서 U.K.의 팬들에겐 은근히 타겟이 되었던 앨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이 공연을 치를 때부터 에디와 존의 음악적 갈등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에디가 좀 더 실험적인 연주곡을 싣자는 입장이었다면, 존은 좀 더 짧은 시간에 음악적 아이디어를 담은 대중성도 고려한 트랙을 만들자는 입장이었기에, 타협은 이루어 질 수 없었다. 결국 밴드는 80년 초 해체했고, 에디는 솔로 활동쪽으로, 존은 앞에서 말한 대로
스티브 하우(Steve Howe), 제프리 다운스(Geoffrey Downes), 칼 파머(Carl Palmer)와 함께
아시아(Asia)를 결성했고, 테리는
(90년대에 듀란 듀란(Duran Duran)의 기타리스트이기도 했던) 워렌 쿠쿠엘로(Warren Cucuello) 등 프
랭크 자파 밴드 시절의 전우들과 함께 80년대 뉴 웨이브 밴드
미싱 퍼슨즈(Missing Persons)를 결성하며 각자의 길을 갔다. (
3집의 경우는 회현 지하상가에서 구했던 중고 LP가 잘 있으나, 2년 전에 우연히 동교동 3거리쪽 시완 레코드 매장을 갔다가 이 LP미니어처를 발견하고, 또 호기가 발생, 구입해버렸다. 그래서 이 LP미니어처 모으기가 시작된 것이다...쩝...^^;;)
한편, 95년 이후 에디와 존은 잠시 만나서 그룹의 재결합 앨범을 구상했었으나, 결국 다시 의견차이로 존이 나가버려, 그 작업은 결국 에디의 솔로 프로젝트 성격으로 발매되었다. 그리고 최근 에디는 이 작업 때 만난 보컬리스트
애론 리펏(Aaron Rippert)와 함께 새 밴드
UKZ를 결성, 올 11월에 EP를 발매할 예정이라고 전한다. 하여간, 세 장의 앨범을 모두 LP미니어처 버전
(일본 도시바-EMI 제작)으로 구하고 나니, 참 마음은 뿌듯하다. 비록 주얼 버전 CD의 배나 되는 값을 주고 구입한 여파는 있지만, 그 주얼 버전마저도 요새는 물량이 흔하지 않으니, 나름대로는 잘 구한 셈이라 스스로 만족해야 할까?
U.K. - Night After Night (From [Live! Night After Night](1979))
<이건 속 커버가 따로 없었던 것일까? 그냥 해설지와 비닐 봉투 속에 알맹이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