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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sha - Narsha (1st EP)

Just My Taste!

by mikstipe 2010. 7. 1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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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아이드 걸스에서 랩을 담당하는 미료를 제외하고 가창력의 우선순위를 굳이 매기자면, 아마 "제아 > 나르샤 > 가인" 순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순위가 결코 솔로 활동의 우선순위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네가 네트워크 측의 계산에서도 가창력 이외에 예능에서는 그리 두드러지지 못하고 겉도는 (게다가 자꾸 스스로 푼수임을 인증하고 있는) 제아를 우선 순위로 내밀기보다는 한달만에 KBS 2FM '볼륨을 높여요' 를 몇 년 한 사람처럼 능숙하게 진행하는 DJ이자 '청춘불패'의 성인돌, 똑부러지고 영리한 서른살 나르샤에게 솔로 활동 스포트라이트의 우선 순위를 준 것은 그래서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렇게 몇 개월전부터 그녀의 솔로 EP에 대한 이야기는 솔솔 연예 뉴스를 통해 흘러나왔고, 마침내 그 결과물이 나왔다.

이제는 어느샌가 인트로의 신시사이저 음만 들어도 감이 잡히는 히치하이커(지누)의 곡 <Fantastic>은 브아걸에서의 나르샤의 음색의 매력을 제대로 잡아낸 곡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전형적인 R&B 디바 풍의 목소리와는 애초에 거리가 멀지만, 그 가늘지만 파워를 실어야 할 때에는 또 나름의 보이스를 실어내기에, 복잡한 전자음보다는 오히려 이렇게 심플한 디스코풍의 클럽 사운드가 더 잘 어울린다. 그래서 머릿곡으로 내민 <삐리빠빠>에 대한 아쉬움은 예상보다 크다. 논란을 일으킨 뮤직비디오 이미지들을 볼 때 그로테스크함과 이중성이라는 요소를 컨셉으로 잡은 것 같으나, 후렴구 '삐리빠빠...'파트를 제외하고는 마치 <Moody Night>처럼 성의있게 만들긴 했는데 대중성에서는 밀리기 딱 좋은 곡으로
완성되었다. (흥미롭게도 <Moody Night>을 제공했던 작곡가의 곡이다.) 하지만 첫 맛에 쏘는 것이 아니라 몇 번 들은 후에는 나름의 중독성을 발휘할 가능성은 있어보인다. (하지만 분명 음원 차트 순위는 손담비에 밀릴 것이다. 그게 한국 가요 씬의 슬픈 현실이다.)


진짜 이 EP에서 가장 매력적이며, 나르샤의 새로운 면을 보여준 곡은 선공개된 트랙이자 기타리스트 정성하가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참여한 라디(Ra.D)의 곡 <I'm In Love>다. 나르샤의 보컬이 사실 댄스곡에서보다 발라드 취향의 멜로디라인에서 더 빛이 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었는데, 라디 본인이 부른 원곡이 워낙 좋았던 트랙이지만, 나르샤의 버전은 여성적 섬세함이 담겨 또 다른 감흥을 준다. 이어지는 가장 대중적인 댄스 팝 트랙인 <Queen B>가 어쩌면 방송용으로 적합했을텐데, 사실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기에는 약하고 평이하기에 선택을 안 한게 오히려 다행스럽다. 메이비<Daydream>이후 '볼륨을 높여요' 프로그램의 테마곡으로 작정하고 만든듯한 <Radio Star>는 보사노바 리듬에 일렉트로닉 비트를 덧입힌 타입의 깜찍하고 편안한 트랙이다. (끝으로 30초만 실려있는 <Mamma Mia>는 그녀의 다음 싱글의 프리뷰인지 알 수 없지만, 오히려 이 곡이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세 번째 곡과 다섯번째 곡으로 인해 전체 앨범의 구성이 통일성있게 흘러가지 못하는 것은 분명 한국 가요앨범의 '잡탕성'의 한계를 노출하지만, 그래도 전체의 브릿지에 해당하는 <I'm in Love>를 빼고 어느정도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기조로 깔고 있다는 면에서 쭉 듣기에 결코 거북스럽지는 않다. 그리고 어느 곡에서도 오토튠을 배제하려는 프로듀싱 역시 맘에 든다. 하지만 결국 머릿곡을 <삐리빠빠>로 정해버림으로 인해 <Abracadabra>에서 보여준 나르샤의 차가운 이미지에서 크게 차별화된 솔로로서의 개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각 트랙들의 품질이 꽤 괜찮음에도 갖게 되는 이 음반에 대한 큰 아쉬움이다. 과연 그녀가 혼자서는 어떤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지 이 앨범으로는 아직도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리라. 개인적으로는 좀 더 내추럴하고 정적인 사운드에 그녀의 목소리가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안되려나?
 


Narsha - 삐리빠빠 (Videoclip)



Narsha - I'm In Love
(Studio Live at KBS2FM '볼륨을 높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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