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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 - Eponymous (Daum 뮤직 - 100 Beat 리뷰)

80팝/80년대 팝앨범리뷰

by mikstipe 2011. 9. 2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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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다음 뮤직과 100비트 사이트에 기고한 해당 앨범에 대한 제 리뷰입니다.


얼터너티브 록의 선구자이자 80년대 컬리지 록의 상징, 그들의 초기사운드의 진수를 담은 베스트 앨범
 
"우리 팬들과 친구들에게: 밴드 알이엠(R.E.M.)으로서, 그리고 오랜 세월 함께한 친구이자 동료로서, 우리는 오늘 밴드를 끝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함께 이뤄냈던 놀라운 성과들과 (팬들에 대한) 큰 감사의 마음을 갖고 이 마지막 지점에서 떠납니다. 우리의 음악에 감흥을 얻으셨던 모든 분들에게, 우리의 음악을 들어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조지아 주 아텐스(Athens) 출신의 록 밴드 알이엠은 지난 9월 21일 밴드 공식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기고 31년간의 역사를 마감했다. 모두의 예상을 깬 조용한(?) 퇴장이다. 어떤 거물 밴드들처럼 굿바이 앨범 발표 후 굿바이 월드투어만 1-2년 하는 팀과는 차원이 다르지 않은가. 그런데, 그들은 1980년대 미국 록 평론가들이 여전히 명반으로 꼽는 데뷔작 [Murmur]를 내놓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요란함이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의 상업적 최고 전성기라 할 수 있는 [Out Of Time], [Automatic For The People] 시기에도 그들은 언론에 자신들을 과시함은 전혀 없이 그냥 묵묵히 앨범을 내고, 투어를 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비록 드러머 빌 베리(Bill Berry)의 탈퇴 이후 상당 기간 고전을 겪었음에도) 31년간 그들이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음악을 하며 앨범이 흥행을 하건, 그렇지 않건 최선을 다해 록 팬들과 소통했다. 그렇기에 'Losing My Religion', 'Shiny Happy People', 'Everybody Hurts' 등 그들이 남긴 중기 이후의 히트곡들은 그저 이 위대하지만 한 번도 위대함을 과시하지 않았던 록 밴드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 밴드가 록의 역사에서 갖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점점 하드함과 테크니컬함, 글램적 화려함이 록의 전부인 줄 알았던 1980년대에 크의 1차 폭발이 가졌던 의미를 계승하여 1990년대 미국 얼터너티브 록의 토대를 1980년대 칼리지 록이라는 기틀로 다졌다는 것에 둘 수 있다. 마이클 스타이프(Michael Stipe)가 만드는 지적인 가사와 카리스마를 갖춘 보컬, 피터 벅(Peter Buck)의 개성만점의 기타 사운드, 포크와 개러지 록의 절묘한 조화 속에 전통과 모던함을 겸비한 알이엠의 음악은 우리가 빌보드 차트로 그들을 알기 훨씬 전부터 미국 대학생들의 열광적인 호응과 평론가들의 호평을 동시에 얻었다(그래서 그들의 1980년대 앨범들은 여전히 롤링스톤(Rolling Stone) 매거진이나 피치포크(Pitchfork) 등에서 조사한 이 시대의 명반 리스트에 다수 끼어있다).


지금 소개하는 이 앨범은 1988년 이들이 워너 브라더스 레이블로 이적하자마자 이들의 1980년대를 함께한 I.R.S. 레이블 시절의 대표곡 12곡을 콤팩트하게 뽑아 만든 이들의 최초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비록 이후에도 EMI 레이블은 90년대 초반에 발표한 [The Best Of R.E.M.]을 비롯해 몇 가지 초기 컴필레이션을 발표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만큼 그들의 대표곡들을 아주 간결하게 들으면서도 그들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앨범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데뷔앨범 [Murmur]에 담겼던 'Radio Free Europe'이 들려주는 포스트 펑크적 분위기에서부터 'Talk About The Passion'과 '(Don't Go Back To) Rockville'에서 보여주는 포크-컨트리적 서정성이 이들의 초기 사운드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또 이들을 본격적으로 메인스트림에 진입하게 한 싱글 'The One I Love'와 이들의 숨은 베스트 트랙인 'Fall On Me'에서 보여준 군더더기 없는 연주 속에 담긴 우수는 마이클의 보컬의 매력을 최고로 끌어올린 트랙들이다. 한편, 마지막 트랙인 'It's The End OF The World As We Know It'은 이들이 항상 행동으로도 보여주었던 세상에 대한 비판적 지성을 풍자적으로 잘 결합한 가사와 흥겨운 리듬을 통해 역설적으로 묘사한다.


대부분의 국내 알이엠의 팬들은 1990년대가 접어든 이후에야 그들의 전성기 앨범들로 그들에게 빠져든 경우들이 많다. 물론 진정한 알이엠의 골수 팬이라면 이미 이 음악들을 마스터했겠지만, 그들의 한창 때의 모습만을 기억하는 팬들이나, 학습으로만 그들의 뛰어남을 배운 록 팬들에게 이 앨범은 10년 전부터 그 뿌리는 이미 굳게 땅 속에 뻗어 있었음을 확인하는 증거가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록의 한 시대를 빛낸 한 밴드에게 경의를 표한다. 굿바이 알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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