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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rant - Dirty Rotten Filthy Stinking Rich (1989) [Daum 뮤직-100Beat 리뷰]

80팝/80년대 팝앨범리뷰

by mikstipe 2011. 11. 1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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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제가 다음뮤직-100Beat 원고로 작성한 글입니다.


헤어 메탈 시대의 마지막 전성기를 대표했던 대중친화적 사운드의 결정체
 
  본 조비(Bon Jovi)가 제대로 된 스타덤을 얻은 1986년을 기점으로 그들처럼 주류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싶어하는 헤비메탈 밴드들(일명 '헤어 메탈(Hair Metal), 글램 메탈(Glam Metal)' 밴드라 불리기도 했다)은 좀 더 라디오친화적인 깔끔한 멜로디라인과 보컬 하모니의 활용, 매끈한 사운드 프로듀싱, 그리고 자신들의 외모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미지 메이킹으로 소위 80년대 초반 'L.A. 메탈'의 기본 스타일을 계승하면서도 록 차트를 넘어서 팝 차트에서까지 막강한 인기도를 확보해나갔다. 포이즌(Poison), 신데렐라(Cinderella) 등이 그 흐름을 대표하며 차트에서 순항했고, 이 분야의 원조(?) 머틀리 크루(Motley Crue)는 그들의 초기에 보였던 이미지 메이킹의 과격함을 누그러뜨렸으며, 이어서 화이트스네이크(Whitesnake) 등의 경우에서 보듯 선배 메탈 밴드들 역시 주류에서의 인기도 확보를 위해 어느 정도 그 이미지의 속성을 활용한 사례도 많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늦둥이(?)로 1989년 메이저 레이블 콜럼비아(Columbia)를 통해 데뷔한 헤비메탈 그룹 워런트(Warrant)는 일부 골수 헤비메탈 마니아들에게는 한 때 지나친 대중지향적 사운드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적어도 당시의 메탈계의 트렌드를 음악 그 자체로 확실히 대표했다는 점에서는 1980년대 록 씬을 논하며 고찰할 필요는 있는 팀이라 생각한다. 1984년 기타리스트 에릭 터너(Erik Turner)와 베이시스트 제리 딕슨(Jerry Dixon)을 주축으로 결성된 워런트는 1986년 보컬리스트 제니 레인(Janie Lane), 또 한 명의 기타리스트 조이 알렌(Joey Allen)이 새로 가입하고 드러머 스티븐 스위트(Steven Sweet)가 가입하면서 확실한 라인업이 정착되었다. 그리고 데모 테이프가 페이슬리 파크(프린스가 설립한 레이블), A&M에서 퇴짜를 맞았음에도 결국 1988년 대형 메이저 레이블에 소속되는 행운을 얻었다. 그리고 1988년 발표했던 본 앨범, 그리고 1990년 말 발표한 2집이자 타이틀 트랙과 'I Saw Red', 'Uncle Tom's Cabin' 등을 연이어 히트시켰던 [Cherry Pie]를 모두 2백만 장 이상 판매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그런지 록 시대에 내놓은 헤비하면서 진지해진 3집 [Dog Eat Dog](1992)가 상업적 실패를 거두면서 대중의 시선에서 서서히 잊혀졌고, 그 후 해체와 재결합, 멤버 교체 등을 거쳐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현재는 보컬을 제외하고 모두 원년 라인업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밴드의 '얼굴'이자 송라이터 역할도 했던 보컬리스트 제니는 2008년 그룹을 다시 탈퇴했고, 올해 8월 11일, 캘리포니아의 어느 호텔방에서 알코올 중독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그들의 데뷔작인 본 앨범 [Dirty Rotten Filthy Stinking Rich]는 1980년대 후반 헤어 메탈, 글램 메탈이 어디까지 대중친화적으로 매끈하게 다듬어졌는가를 확인하는 데 완벽한 표본이 되어줄 음반이다. 헤비메탈의 금속성은 유지되었지만 너무 말끔하게 다듬어진 사운드 어레인지, 그리고 꽃미남 보컬 제니의 기교는 많지 않지만 고음과 저음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가창력, 그리고 멤버들의 안정된 연주력은 '메탈'을 넘어 10곡의 깔끔한 'Popular Song'을 완성해냈다. 가장 헤비한 편인 타이틀 트랙 'D.R.F.S.R.'과 싱글 지향적인 록 앤섬 'Down Boys', 흥겹고 신나는 멜로디 라인으로 빛나는 'Big Talk'와 같은 업템포의 곡들부터 당대 A/C 계열 팝송들보다도 더 깔끔하고 훌륭한 멜로디를 지닌 'Heaven'과 'Sometimes She Cries' 같은 파워 발라드까지 대중적 친밀도에나 음악적 완성도 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매력을 전하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사실 이 음반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 듣게 된 것은 두 달이나 지나 너무 늦게 제니 레인의 부고를 접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인천에 있었던 전설의 음악감상실 '심지'에서 본 조비와 함께 그들의 음악은 리퀘스트 면에서는 최고를 달렸던 그들이지만, 이제는 과연 얼마나 그들의 존재를 기억하며 현재의 30대-40대는 살고 있을까? 1980년대의 메탈 히어로들이 한 명씩 이렇게 떠나가는 소식을 들으며 다시금 그 때를 추억하는 건 그것이 아무리 신파적이라 해도 인지상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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