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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id - The Magic Of 8 Ball (1994) [소리바다 1990년대 베스트 앨범 100 국내 2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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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stipe 2011. 11. 2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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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100Beat 편집진과 소리바다 측이 기획한 1990년대 베스트 앨범 100선 국내편 21위로 선정된 이 앨범에 대한 리뷰 원고입니다.


1990년대 이전까지 일부 팝 매니아들을 제외한다면 1980년대의 미국 주류 R&B/힙합의 흐름은 팝 차트의 상위권에 오른 크로스오버 트랙들 외에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었고, 한국 작곡가들에게도 큰 영향은 주지 못했다. 그러나 소위 보이즈 투 멘(Boyz Ⅱ Men)으로 상징되는 미국 주류 R&B의 세계적 인기 확산을 기점으로 해당 장르에 대한 한국 음악 팬들의 관심도 늘어났고,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등의 등장을 통해 흑인 음악의 리듬과 비트, 랩은 한국 대중음악의 창작 공식에 새로운 활용 재료가 되었다. 한국 내부에서도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이라는 1990년대 초반 흑인음악의 핵심을 빠르게 수용한 이현도가 이런 주류 가요 변화의 한 축을 담당했다면, 흑인 음악의 본토에서 그 음악적 영향을 체득하고 한국으로 들어와 그 사운드를 자신의 음악적 매개로 삼은 재미교포 뮤지션 정재윤이 또 하나의 축을 담당했다. 그로 인해 그와 친구들 – 보컬리스트 김조한, 랩퍼 이준 – 이 결성한 트리오 솔리드는 1990년대 한국형 R&B의 출발점에 섰다.

1990년대에 청춘을 보냈던 이들이라면 이 앨범의 대표적 싱글이자 솔리드의 대표곡인 ‘이 밤의 끝을 잡고’를 무심히 듣고 지나친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이 싱글을 처음 들었을 때 주류 팝 음악을 항상 열심히 듣던 이들에게는 표면적으로 보이즈 투 멘 타입의 팝적 감각이 녹은 R&B 보컬 팝의 연장선임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해외의 스타일의 적극적이자 조금은 노골적 활용이었다고 해도, 그 이전까지 이렇게 한국 대중의 정서에 거부감 없는 멜로디를 갖고도 해외 R&B 트렌드의 흐름과도 뒤떨어지지 않았던 발라드는 주류 가요에서 찾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이는 대중에게 세련된 ‘새 유행’으로 받아들여졌다. 결국 1993년 1집 [Solid Vol.1]을 통해 자신들의 사운드의 정체성을 보여줬으나 불행히도 상업적으로는 참패해야 했던 아픔을 이들은 이 앨범의 성공으로 충분히 보상받았다. 




Solid - 이 밤의 끝을 잡고 (Videoclip)

무엇보다도 수위조절(?)이 적용되었던 3집 [Light Camera Action!](1995)와 4집 [Solidate](1997)보다 이들의 2집을 이들 커리어의 대표작으로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편곡의 면에서도 해외 트렌드의 본질에서 그리 크게 이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데뷔작에 비해 멤버들의 목소리를 전면에 배치하면서 멜로디를 강조했지만 김조한의 보컬은 창법 면에서도 미국 R&B의 분위기를 가장 완벽하게 구현했다. 또한 이준의 랩 스킬 역시 당시 한국어로 랩 플로우가 어떻게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는가의 표본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정재윤의 비트 활용 감각까지 3박자를 완벽히 구현한 곡이 앨범의 또 다른 대표곡 ‘나만의 친구’였다. 비록 영어 랩이 중심이지만 역시 뉴 잭 스윙의 비트감이 적정선을 유지하는 ‘Why’나 거의 당대의 지 펑크(G-Funk)와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Hip Hop Nation’도 앨범의 빛나는 부분이다. 유로 하우스 비트가 활용되었지만 ‘슬럼프’나 ‘넌 누구니’에서 정재윤은 흑인 음악 본연의 그루브는 충실히 유지하려 노력했다. 또한 놓칠 수 없는 곡은 ‘아끼지 못했던 사랑’이다. ‘이 밤의 끝을 잡고’가 김형석의 작곡 참여를 통해 멜로디가 중심에 섰다면, 이 곡은 1990년대 가요 발라드 가운데 최초로 슬로우 잼(Slow Jam) 본연의 공식을 잘 수행해 낸 작품이다.




이제 이준과 정재윤의 근황은 그리 잘 들려오지 않으며, 김조한을 ‘나는 가수다’ 무대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되었을 정도로 솔리드는 추억 속에 있다. 하지만 이 음반으로 그들은 검은 색 리듬도 어떻게 ‘요리’하면 주류 가요 속에 이식할 수 있는지 그 답을 제시했고, 17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그리 촌스럽지 않은 매력을 간직하고 있다.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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