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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yl Hall & John Oates - H2O (1983) (Daum 뮤직-100Beat 리뷰)

80팝/80년대 팝앨범리뷰

by mikstipe 2011. 11. 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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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와 산소의 화학적 결합처럼
 
  현재 전 세계 어디에서든 흑인이 아닌 사람들이 알앤비나 소울을 자신의 음악을 표현할 장르로 삼는다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러나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흑인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이 사운드를 백인들이 그대로 시도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주목할 사건이었다. 결국 라이쳐스 브라더스(Righteous Brothers), 래스컬즈(Rascals), 박스 탑스(the Box Tops), 미치 라이더(Mitch Ryder) 등의 선구적 뮤지션들의 활약으로 그러한 시도는 흑-백 모두에게 인정 받는 하나의 서브 트렌드로 변모하였다. 이를 가리켜 우리는 푸른 눈을 가진 이들(백인)의 소울 음악, 즉 블루 아이드 소울(Blue Eyed Soul)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흐름을 70년대와 80년대 중-후반까지 이어가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했던 듀오가 이 앨범의 주인공 대릴 홀과 존 오츠(Daryl Hall & John Oates)다. 지난 1984년 미국 음반협회(RIAA)로부터 역사상 가장 (음반판매량으로) 성공한 팝 듀오로 공인 받은 이 듀오는 당대의 흐름에 맞게 소울의 기본 틀에 백인으로서 표현할 수 있는 다른 트렌드 - 하드 록(Hard Rock)이나 뉴 웨이브(New Wave) - 들을 적절히 융합했고, 이것으로 인해 흑-백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대중성과 음악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펜실바니아 포츠타운 출신인 대릴 홀과 뉴욕 출신의 존 오츠는 대학시절인 1967년에 처음 만나 서로 흑인 음악에 대한 애정이 같음을 확인한 후 함께 음악활동을 하기로 다짐했고, 그 결의는 2년 후 두 사람이 필라델피아에서 다시 만나 실천에 옮겨졌다. 일단 2집 [Abandoned Luncheonette](1973)과 'She's Gone'으로 자신들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조금 인식시켜준 이들은 75년에 나온 4번째 셀프 타이틀 앨범에서 싱글 'Sara Smile'이 처음 Top 10 히트를 거두며 대중에게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진정한 스타덤은 1980년대 벽두에 들어선 시점에 발표한 앨범 [Voices]에서 시작되었다. 라이처스 브라더스의 고전 ‘You've Lost That Lovin' Feeling’, 폴 영(Paul Young)에 의해 리메이크되는 ‘Every Time You Go’가 수록된 이 앨범을 통해 이들은 전세계적 인기 듀오로 거듭났다. [Private Eyes] (1981), [Big Bam Boom](1984) 등 4장의 앨범에서 연이어 1위 싱글을 내놓으며 1980년대 중반 대릴 홀이 솔로로 나서며 휴식기를 가지기 전까지 그 열풍은 이어졌다.

많은 이들이 그들의 최고작으로 [Voices]를 꼽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 리뷰를 통해 이 앨범을 소개하는 이유는 그들이 다른 블루아이드 소울 그룹들과 차별화된 가장 큰 특징인 ‘록과 트렌드의 반영’을 이 앨범이 가장 잘 담아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트렌드’란 80년대 초반을 강타한 어덜트 록/신스팝 등을 말한다.) 대히트 싱글 ‘Maneater’의 리듬감은 분명 60년대 필리 소울에 있지만, 대릴 홀의 보컬은 소울풀한 느낌을 과거에 비해 줄이고 건조함을 늘인 것이 특징이다. 소울 보컬 하모니는 받쳐주고 있지만 과감하게 소울 리듬보다 록 비트에 의지한 ‘Art of Heartbreak’, 아예 더욱 뉴웨이브 분위기에 기댄 록 트랙 ‘Family Man’이 앨범의 그런 특징을 잘 설명한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을 자칭 ‘Rock & Soul’이라 일컬었듯, 신시사이저 연주로 블루 아이드 소울 편곡의 매력을 극대화하고 대릴의 절창이 빛나는 앨범의 베스트트랙 ‘One on One’과 건반 연주와 중반부의 기타 솔로가 매력적인 소울 록 발라드 ‘Open All Night’ 등은 왜 이들이 블루 아이드 소울의 진정한 계승자였는가를 새삼 확인시켜준다.


비록 이제 두 사람은 과거의 영광은 뒤로한 채 공연 활동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들이 1980년대 초반에 남긴 5-6장의 음반들은 다른 당대의 아티스트들이 넘볼 수 없었던 고유의 독특한 사운드로 팝 역사 속에 남아있다. [H2O]란 앨범 타이틀처럼 두 사람의 음악적 결합은 수소와 산소의 화학적 결합, 그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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