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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 Bareilles - Once Upon Another Time [다음뮤직-100Beat 리뷰]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12. 6. 3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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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폴즈와 함께 나눈 성숙한 호흡
 
1990년대 릴리스 페어(Lilith Fair)라는 축제로 대표되었던 여성 싱어 송라이터들의 맹활약은 2000년대, 그리고 2010년대에 와서는 비록 과거와 같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래도 2000년대 후반 등장한 사라 바렐리스(Sara Bareilles)의 성공은 콜비 커레이(Colbie Caillat)과 함께 2000년대 후반 미국 포크 록 여성 싱어송라이터 신이 거둔 가장 큰 대중적, 그리고 음악적 성과였다. 그녀는 캐롤 킹(Carole King)을 시작으로 이미지가 형성되어온 피아노 중심의 여성 싱어 송라이터의 계보를 잇는 존재다. 그녀의 음악 스타일 역시 마치 토리 에이모스(Tori Amos)의 음악 속에 담긴 단아한 부분, 노라 존스(Norah Jones)의 음악 속에서의 고풍스러움, 그리고 피오나 애플(Fiona Apple)이나 바네사 칼튼(Vanessa Carlton)의 음악 속의 건반이 만드는 리듬 그루브가 결합된 인상을 준다.

1979년 캘리포니아 유레카(Eureka) 태생인 사라 바렐리스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학교 합창단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에서 재능을 보였다. 또한 UCLA대학에 재학하던 시절에는 아카펠라 그룹 어웨이큰 아 카펠라(Awaken A Capella)를 결성해 교내 대학생 음악 경연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을 이끌어냈다. 대학 졸업 후 사라는 로스 앤젤레스의 바나 클럽에서 연주를 했고, 그 기간 동안 완성한 두 개의 데모 테이프를 바탕으로 2004년 인디 레이블에서 첫 앨범 [Careful Confession]을 발표했다. 앨범에서 영화 OST였던 'Undertow'와 그녀의 대표 싱글 'Gravity'가 인디 신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가능성을 본 에픽(Epic) 레이블이 2005년 계약을 맺고 그간에 만든 곡들을 더욱 잘 다듬고 새 곡을 작업할 시간을 주었다. 그렇게 완성된 앨범이 바로 메이저 데뷔작 [Little Voice](2007)였다.

메이저 데뷔 앨범은 꽤 성공했다. 싱글 ‘Love Song’이 세계 22개국 음원 차트와 싱글 차트에서 1위 기록을 남겼다. 이어 후속 싱글 ‘Bottle It Up’의 반응 또한 뜨거워 결과적으로 미국 시장에서만 1백만 장 넘게 팔린 앨범이 되었다. 그 후 3년 뒤에 발표한 2집 [Kaleidoscope Heart](2010)는 앨범 자체로는 전작과 같은 많은 판매고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데뷔와 함께 앨범 차트 1위에 등극했고 ‘King of Anything’, ‘Uncharted’, ‘Gonna Get Over You’ 등의 싱글이 호응을 얻으며 준수한 성공을 이어갔다. 해외에서도 데뷔 때보다 더 원숙해진 그녀의 음악성이 잘 표현된 음반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 소개하는 5곡짜리 EP 신보 [Once Upon Another Time]의 탄생은 지난 해의 경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녀가 작년 미국 NBC TV의 아카펠라 경연대회 프로그램 ‘Sing-Off’ 시즌 3의 심사위원으로 선발되었던 것과 관계가 있다.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만난 그녀의 데뷔 시절 우상, 선배 싱어송라이터 벤 폴즈(Ben Folds)와 함께 신곡을 작업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었다. 두 사람 모두 건반 연주를 중시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포크 록과 루츠를 음악적 모티브로 로큰롤에 담는 지향점도 비슷하다. 이미 그녀는 초창기에 벤 폴즈의 투어에서 오프닝을 맡았던 경력이 있기에, 두 사람은 빠르게 의기투합하여 2011년 9월부터 내시빌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마치 라이브 레코딩처럼 작업을 진행했다. 비록 그들에게 주어진 건 낡은 4트랙 레코더와 제한된 장비였지만, 두 사람은 그것을 한계가 아닌 자연스러운 음악의 일부로 승화했다.

거의 아카펠라에 가까운 방식으로 만들어진 첫 트랙 ‘Once Upon Another Time’은 철저히 중반까지 그녀의 목소리가 곡을 지배하며 후반부의 코러스가 합세하는 파트에서는 가스펠 같은 경건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녀가 자신의 음악을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 멋진 시도다. 두 번째 곡이자 올해 미국의 레코드 스토어 데이를 맞아 7인치 45회전 싱글로도 특별히 발매된 ‘Stay’에서는 스트링 세션을 통해 고풍스런 빈티지 스탠다드 팝의 감성을 끌어낸다.
역시 스트링의 지원 속에서 그간의 그녀의 곡들보다 조금 어둡게 흘러가는 ‘Lie to Me’는 이번 작업을 통해 그녀의 내면에 있는 ‘펑크 록의 태도’를 끄집어냈다는 그녀의 말처럼 비트와 보컬의 오묘한 결합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전부터 보이긴 했지만 그녀의 음악 속에 존재하는 클래식 소울의 감성이 벤 폴즈의 편곡 스타일과 만나 더욱 강화된 ‘Sweet As Soul’, 오직 건반과 그녀의 섬세한 목소리의 매력으로 감상적으로 차분하게 진행하는 발라드 ‘Bright Lights And Cityscapes’은 음반의 끝을 아름답게 마무리한다.


전체적으로 앨범을 듣고 난 느낌은 지난 두 장의 앨범에서 조금 ‘톰보이’ 같던 그녀가 앨범 커버의 모습처럼 ‘성숙한 여성’의 섬세함을 더 크게 뿜어내는 음악으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이전 앨범보다 비록 덜 대중적이란 느낌은 주겠지만, 그녀의 음악이 계속 성숙해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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