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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앨범 가이드 (5) - Alan Parsons Project

80팝/80년대 팝앨범리뷰

by mikstipe 2006. 4. 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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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의미의 '프로그레시브 록' 을 구현했던 알란 파슨스(Alan Parsons)와
그 협력자들의 전성기 10년간의 기록, 「Ultimate The Alan Parsons Project」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 또는 '아트 록(Art Rock)'이라는 음악 장르는 그 음악적 지향이 애초부터 기존의 대중적인 팝/록 장르들과는 약간 달랐다. 60년대 중-후반 영국의 사이키델릭(Psychedelic) 신은 히피즘과 약물에 의존한 면이 짙었던 미국 사이키델릭 록이 사양길에 접어든 후에도 다양한 음악적 시도들로 록음악의 예술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프로그레시브 록, 즉 진보적이며 예술적 록을 추구한 트렌드가 생겨났다. 이 계열의 밴드들은 기존의 싱글 중심의 음반 구성에서 탈피하여 대곡 지향의 곡 구성, 클래식 음악작법에 근거를 둔 복잡한 곡 전개, 그리고 새로운 사운드 개발을 위한 다양한 음악적 실험 등을 펼쳤다. 그 후 70년대로 넘어와 예스(Yes), 제너시스(Genesis), 킹 크림슨(King Crimson) 등 이 장르의 대표적 밴드들이 상업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으면서 프로그레시브 록은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70년대 후반에 펑크 록의 등장과 디스코 시대가 오면서 대중들은 이런 복잡하고 예술지향적 사운드에 서서히 실증을 느껴버렸다. 그 결과 상업적 실패를 맞이한 거물급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은 대중적으로 변모한 앨범을 내놓거나 수많은 멤버들의 이합집산을 거치면서 그 '불황'을 타개하고자 애써보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기 이 음반의 주인공인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Alan Parsons Project)는 이러한 '불경기'의 시작인 76년에 등장해 놀랍게도 87년까지 10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고, 대중적으로도 꾸준한 성공을 거두었다.
  사실 밴드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몇 곡의 히트 싱글로 이들을 판단한다면 보편적인 소프트 팝/록 밴드로 오인하게 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이들은 데뷔 당시부터 90년대 이후 알란 파슨스 개인의 이름을 건 음반들까지 70년대 초반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보적인' 록의 의미를 실천해 낸 밴드였다. 물론 공상과학/문학적 주제의식을 컨셉을 가사와 음악에 담아 하나의 앨범을 만든 방식, 절묘한 믹싱과 기발한 효과음의 도입은 다른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과 공통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들은 다채롭지만 난해하지 않고 대중적인 곡 구성과 멜로디로 당시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고, 평론가들도 이들의 시도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특히 이들이 펼친 '진보적이면서도 대중적일 수 있는 록음악'이란 주제는 당시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이 80년대를 생존하기 위해 고민했던 화두(話頭)였기에, 이들의 음악은 그것에 대한 한 가지 모범적인 답안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소리의 마술사' 알란 파슨스와 그 프로젝트의 음악 여정
  1948년 영국 런던 태생인 알란 파슨스(Alan Parsons)가 본격적인 음악 신에 뛰어든 것은 60년대 말 런던의 애비 로드(Abbey Road) 스튜디오의 엔지니어로 활약한 때였다. 그는 비틀즈의 말기 작품의 녹음 작업에 참여하여 첫 경력을 쌓았고, 73년에 핑크 플로이드의 명반「Dark Side Of The Moon」의 총책임 엔지니어를 맡아 창조적인 사운드 메이커로서 인정받았다. 그 후 존 마일즈(John Miles), 알 스튜어트(Al Stewart) 등의 앨범에 참여했던 그는 같은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송라이터 에릭 울프슨(Eric Wolfson)과 의기투합, 프로젝트 밴드를 결성하게 되었다. 76년에 일단 그들은 에드가 알란 포우(Edgar Allan Poe)의 작품을 컨셉으로 만든 데뷔 앨범「Tales Of Mystery And Imagination」을 발표했는데, 이 앨범이 캐나다와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자 정규적으로 프로젝트를 유지하게 되었다.
  그 후 두 사람은 여러 객원 보컬들과 세션 연주자들을 앨범과 곡 방향에 맞게 배치하면서 (국내에선 과거 015B나 유희열의 Toy의 음반 제작방식을 생각하면 됨) 'Alan Parsons Project'의 이름으로 꾸준히 앨범을 제작했다. 기계문명의 급성장에 대한 경고를 담은「I Robot」(77)을 시작으로 과거에 대한 신비주의를 표현한「Pyramid」(78), 여성에 대한 테마를 담은「Eve」(79), 선택과 잠재의식을 다룬「Turn Of A Friendly Card」(81), 기계화에 지배당하고 통제 받는 개인을 묘사한 「Eye In The Sky」(83), 거대 사회 속의 의사소통의 부재를 담은「Ammonia Avenue」(84), 인간성의 말살을 묘사한「Vulture Culture」(85), 자신의 환경에 종속된 인간을 그린「Stereotomy」(85), 마지막으로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에게서 테마를 얻은「Gaudi」(87)까지 이들은 앨범마다 분명한 컨셉과 주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노련한 엔지니어링 감각에서 나온 알란의 진보적 사운드 메이킹과 다채로우며 동시에 간결한 스타일의 곡을 뽑아내는 에릭의 재능이 더해져 대중과 평단을 함께 만족시키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러나 90년에 두 사람이 함께 아이디어를 냈으나 결국 에릭의 뮤지컬 프로젝트 앨범으로 발표된「Freudiana」(프로이드라는 심리학의 거목을 컨셉으로 함)이후, 그가 뮤지컬에 몰두하면서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가면서 프로젝트는 해체되었다. 하지만 알란 파슨스는 93년「Try Anything Once」라는 진정한 솔로 프로젝트로 팝계에 돌아왔고, 그 후「On Air」(96), 「Time Machine」(99)를 통해 자신의 추구해온 음악적 방향을 꾸준히 이어갔다. 현재 그는 일렉트로니카를 도입한 새로운 스튜디오 앨범도 준비중이라고 한다.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전성기 10년간의 최고 히트곡들을 엄선한 베스트 앨범
  90년대 이후의 알란 파슨스의 앨범들도 물론 훌륭하지만, 대중에게나 평론가들에게나 76년부터 87년까지 에릭 울프슨과 함께 했던 시기의 작품들에 더 애착이 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에 발표되는 이들의 베스트 앨범도 이들의 80년대 중반까지의 작품들에서 18곡의 대표적 히트곡을 뽑아 제작되었다. 특히 이번 앨범이 과거에 이들이 2장으로 따로 발표한「The Best of Alan Parsons Project」(84/87)와 구별되는 점은 당시엔 소속사 문제로 담기지 못했던 이들의 데뷔앨범에서도 3곡이나 선곡되었다는 것이다. <A Dream Within A Dream>,<The Raven>, <(The System Of) Doctor Tarr And Professor Fether> 등 데뷔 앨범의 수록곡들은 음악적으로 정통 프로그레시브 록 분위기에 충실한 트랙들로 기존의 팝퓰러한 히트곡만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그들 음악의 정수를 느끼게 해 줄 작품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들의 연주곡들 - 다채로운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인상적인 <Lucifer>, 우주의 광활함을 멋지게 음악으로 묘사한 , 기타라는 악기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Sirius> - 는 화려한 즉흥연주를 배제한 탄탄한 구성이 매력적이다. 
  한편 우리에게 알려진 이들의 팝 차트 히트곡들 - <Eye In The Sky>, <Old And Wise>, <Time>, <Prime Time>, <Don't Answer Me> 등 - 은 에릭의 포근하고 서정적인 보컬과 클래시컬한 편곡, 그리고 대중 친화적인 멜로디로 시대를 넘어선 팝 감각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에릭이 아닌 다른 객원 보컬들 - 크리스 레인보우(Chris Rainbow : 카멜(Camel)의 <Long Goodbyes>로 우리가 아는 목소리다)의 보컬이 빛나는 <Days Are Numbered>와 레니 제카텍(Lenny Zakatek)이 부른 <Games People Play> 등도 이들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명곡들이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자칫 자아도취에 빠지기 쉬운 '음의 실험' 작업을 훌륭한 조력자들과 함께 대중적으로 멋지게 승화해냈던 알란 파슨스. 이제 30년을 넘긴 그의 음악 여정이 앞으로도 굳건하기를 바라며 이 베스트 앨범이 그들을 추억하는 세대와 그들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세대 모두에게 훌륭한 선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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