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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앨범 가이드 (6) - Survivor

80팝/80년대 팝앨범리뷰

by mikstipe 2006. 4. 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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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로큰롤로 80년대를 풍미한 밴드 서바이버(Survivor)의
음악적 연대기를 담아낸 최신 베스트 앨범「Ultimate Survivor」

80년대에 청춘을 보낸 이들은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더라도 그 시대를 추억하는데 있어 실베스타 스탤론(Sylvester Stallone)이 주연했던 권투 영화의 고전 ‘록키(Rocky)’를 모르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스포츠 영화로서는 드물게 5편까지 시리즈로 제작되었던 이 영화는 주연 배우인 스탤론을 무명 배우에서 일약 스타 배우로 탈바꿈 시켰고, 각 편마다 제작된 사운드트랙 속에 담긴 음악들은 훗날「The Rocky Story」라는 편집음반이 제작 될 정도로 이 시리즈의 백미와 같은 존재였다. 특히 그 중 메인 테마인 <Gonna Fly Now(빌 콘티)>와 함께 특히 팝 팬들에게 사랑 받았던 곡이 바로 3편의 주제곡이었던 <Eye Of The Tiger>였는데, 권투 선수의 의지를 담은 노랫말과 사각의 링의 분위기를 진지하게 담은 연주는 이 영화의 주제 의식과 훌륭한 궁합을 이뤄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로 이 곡을 작곡-연주했던 록 밴드 서바이버(Survivor)는 영화와 이 곡의 성공으로 일약 스타 밴드로 발돋움했고, 그 여세를 몰아 4편의 주제곡 <Burning Heart>를 맡는 영예도 얻었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서바이버라는 록 밴드를 실력보다는 영화의 힘을 빌어 운 좋게 성공을 얻은 팀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성공의 기회를 잘 활용했고, 오히려 이를 발판으로 크게 성장하여 ‘영화 삽입곡을 히트시킨 밴드’가 아닌 ‘성공한 80년대 록 밴드’로서 팝 역사에 기억되고 있다. 사실 이들이 80년대에 히트시킨 여러 싱글 히트곡들과 앨범의 품질은 결코 두 편의 영화 주제곡에 뒤지지 않았다. 또, 이들의 당시 성인 록(Adult Rock), 앨범 록(Album Rock) 신에서의 인기는 포리너(Foreigner), 저니(Journey), 스틱스(Styx)등 거물 밴드들에 못지 않은 수준이었음을 여러 차트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여러분이 손에 쥐고 있는 이 베스트 앨범은 단지 영화 히트곡을 통해 인기를 얻은 한 밴드의 기록이 아닌, 80년대 주류 록 신의 대표적인 밴드가 남긴 성공의 기록을 담은 것이라고 해야 그 평가가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Survivor의 성공 스토리, 그리고 화려했던 음악 여정에 대하여
서바이버는 1977년 겨울 Ides of March라는 밴드 출신의 기타리스트/키보디스트 짐 페테릭(Jim Peterik)과 기타리스트 프랭크 설리반(Frankie Sullivan)을 주축으로 결성되었고, 1대 보컬리스트 데이브 비클러(Dave Bickler)와 함께 트리오로서 78년 스코티 브라더스(Scotti Bros.)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데뷔 앨범을 제작했다. 여기에는 스튜디오 뮤지션 데니스 존슨(Dennis Johnson:베이스)와 게리 스미스(Gary Smith: 드럼)가 참여하여 80년에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이 완성되었는데, 싱글 <Somewhere In America>가 소폭의 히트를 거두는데 그쳤으나 골수 팬들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그 후 마크 드로배이(Mark Droubay:베이스)와 스테판 엘리스(Stephen Ellis:드럼)을 정식 멤버로 맞은 밴드는 81년에 2집「Premonition」을 발표, 싱글 <Poor Man's Son>과 <Summer Nights> 등을 히트시키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에게 성공의 여신은 더 큰 미소를 지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3집 준비중 이들의 음악을 주목했던 실베스터 스탤론의 추천으로 영화 [Rocky Ⅲ]의 주제곡을 담당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3집은 세계를 열광시킨 싱글 <Eye of The Tiger>를 타이틀로 하여 82년에 발표되었고, 이 곡이 미국 차트에서 7주간 정상을 차지하며 밴드에게 최초의 스타덤을 안겨주었다. (그 외에도 이 곡은 이들에게 그래미상, 오스카상 등을 휩쓸며 밴드의 8개월간의 투어를 성공작으로 만들었다.)
  83년에 밴드는 스튜디오로 돌아가 좀 더 하드한 성향의 앨범인 4집「Caught In The Game」을 작업했지만, 앨범 발표 직후 보컬리스트 데이브가 건강상의 이유로 팀을 탈퇴하면서 밴드 활동에 큰 지장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Cobra라는 밴드 출신의 보컬리스트 지미 재미슨(Jimi Jamison)을 2대 보컬로 영입하면서 위기를 극복했고, 결국 5집「Vital Signs」(84)와 함께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들의 앨범들 가운데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싱글이 많이 나온 이 작품은 <I Can't Hold Back>(13위), <High On You>(8위), <The Search Is Over>(4위) 등이 히트하며 밴드의 세계적인 인기를 더욱 높여 주었다.
  그 후 85년에 밴드는 다시 스탤론의 요구로 영화 [Rocky Ⅳ]의 주제곡 <Burning Heart>를 담당했고, 이 곡도 차트 2위를 기록, 사운드트랙을 멀티 플래티넘으로 끌어올리는 성공을 이뤄냈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밴드는 다시 스튜디오로 향해 6집「When Seconds Count」(87)을 제작했고, 이 앨범 역시 <How Much Love>, <Is This Love?> 등이 히트하면서 밴드의 전성기는 계속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3인조로 축소되어 88년 말 발표한 7집「Too Hot To Sleep」은 예상 밖의 저조한 상업적 성과를 거두었고, 밴드는 다음해 베스트 앨범을 내놓는 것으로 일단 활동을 접게 되었다.
  그러나 93년에 이들은 솔로 활동을 위해 밴드를 탈퇴한 짐을 대신하여 1대 보컬 데이브를 다시 영입, 신곡 <You Know Who You Are>, <Hungry Years>를 담은 업그레이드된 「Greatest Hits」앨범을 발표하고 전국 투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 후 90년대 후반 데이브가 탈퇴하고 다시 지미가 보컬로 복귀했으며, 짐 페테릭이 떠난 자리는 크리스 그로브(Chris Grove)가 채웠으며, 랜디 라일리(Randy Reiley)를 정식 베이시스트로 영입하여 현재 이들은 투어와 신곡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밴드 초기의 음원부터 전성기 시절을 포괄하는 완전한 베스트 앨범
  사실 서바이버는 90년대부터 여러 장의 베스트 앨범을 발표했고, 미국이 아닌 지역(특히, 일본 지역)에서도 이들의 베스트 앨범이 별도로 기획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을 시작으로 전세계에서 발매되는「Ultimate Survivor」는 무엇보다 과거의 베스트 앨범들에서는 자주 누락되었던 이들의 초기 앨범들의 수록곡들을 포함, 이들의 히트곡들이 연대기에 맞춰 고른 분포로 담겨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매력을 갖고 있다.
  서바이버의 음악은 얼핏 들으면 키보드의 비중이 중기부터 점점 강해져 간다는 점에서, 그리고 역대 보컬들의 창법이 일면 저니(Journey)의 보컬리스트 스티브 페리(Steve Perry)를 연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음악적 독창성에서는 감점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역으로 평가하자면 프랭크와 짐의 기타-키보드의 조화는 마치 닐 숀 / 조나단 케인(Neil Schon / Jonathan Cain - 저니의 기타 / 키보디스트)에 버금갈 만큼 탁월한 팀워크를 보여준다. 또한 대중적인 멜로디와 열정적인 연주를 조화할 줄 아는 이들의 작곡능력은 80년대 그 어떤 밴드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탁월하다. 특히 이러한 감각이 가장 살아난 곡들이「Vital Signs」앨범에 담긴 곡들인데, 영롱한 기타 아르페지오부터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곡의 흐름이 단연 80년대 우수 록 트랙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I Can't Hold Back>을 선두로 대중적 미디움 록 넘버 <High On You>, 서정적인 건반 연주와 감정 처리가 완벽한 지미의 원숙한 보컬이 매력적인 발라드 <The Search Is Over>와 이에 버금가는 숨은 걸작 <First Night>는 세월의 벽을 건너 듣는 이에게 80년대 성인 록의 매력이 무엇인가를 전해준다.  
  한편, 두 록키 시리즈의 주제곡인 <Eye Of The Tiger>와 ,<Burning Heart>는 영화가 표방했던 사각의 링 위의 비장함을 보컬과 연주로 극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그 매력이 유효하다. 또한 80년대 후반의 싱글들 - 편안한 리듬과 코러스 부분이 매력적인 <Is This Love>, 이들의 또 다른 걸작 록 발라드 <Man Against The World>, 이들 전성기의 대미를 장식했던 싱글 <Desperate Dreams> - 도 앨범을 빛내주는 걸작 트랙들이다. 마지막으로 정규 앨범에는 실린 적이 없었던 <Rockin Into The Night>, <Rebel Girl>과 이들의 초기 히트곡들은 지금 들으면 좀 단순하지만 이들의 순수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이다.
  화려한 성공의 커리어와 90년대의 굴곡을 거쳐 현재까지 팝 신의 ‘생존자’로 자신들을 지켜가고 있는 서바이버의 이번 베스트 앨범을 통해 우리는 80년대 주류 록의 멋진 추억을 되새기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열심히 투어중이라는 이들이 언젠가 다시 새로운 앨범과 음악으로 우리 곁에 돌아와 주기를 한 명의 팬의 입장으로 돌아가 기대해본다.
                                     

2004. 7.  글/ 김성환 (80s Pop Music Journ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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