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에 청춘을 보낸 이들은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더라도 그 시대를 추억하는데 있어 실베스타 스탤론(Sylvester Stallone)이 주연했던 권투 영화의 고전 ‘록키(Rocky)’를 모르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스포츠 영화로서는 드물게 5편까지 시리즈로 제작되었던 이 영화는 주연 배우인 스탤론을 무명 배우에서 일약 스타 배우로 탈바꿈 시켰고, 각 편마다 제작된 사운드트랙 속에 담긴 음악들은 훗날「The Rocky Story」라는 편집음반이 제작 될 정도로 이 시리즈의 백미와 같은 존재였다. 특히 그 중 메인 테마인 <Gonna Fly Now(빌 콘티)>
바로 이 곡을 작곡-연주했던 록 밴드 서바이버(Survivor)는 영화와 이 곡의 성공으로 일약 스타 밴드로 발돋움했고, 그 여세를 몰아 4편의 주제곡 <Burning Heart>
Survivor의 성공 스토리, 그리고 화려했던 음악 여정에 대하여
서바이버는 1977년 겨울 Ides of March라는 밴드 출신의 기타리스트/키보디스트 짐 페테릭(Jim Peterik)과 기타리스트 프랭크 설리반(Frankie Sullivan)을 주축으로 결성되었고, 1대 보컬리스트 데이브 비클러(Dave Bickler)와 함께 트리오로서 78년 스코티 브라더스(Scotti Bros.)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데뷔 앨범을 제작했다. 여기에는 스튜디오 뮤지션 데니스 존슨(Dennis Johnson:베이스)와 게리 스미스(Gary Smith: 드럼)가 참여하여 80년에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이 완성되었는데, 싱글 <Somewhere In America>
그 후 마크 드로배이(Mark Droubay:베이스)와 스테판 엘리스(Stephen Ellis:드럼)을 정식 멤버로 맞은 밴드는 81년에 2집「Premonition」을 발표, 싱글 <Poor Man's Son>과 <Summer Nights>
83년에 밴드는 스튜디오로 돌아가 좀 더 하드한 성향의 앨범인 4집「Caught In The Game」을 작업했지만, 앨범 발표 직후 보컬리스트 데이브가 건강상의 이유로 팀을 탈퇴하면서 밴드 활동에 큰 지장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Cobra라는 밴드 출신의 보컬리스트 지미 재미슨(Jimi Jamison)을 2대 보컬로 영입하면서 위기를 극복했고, 결국 5집「Vital Signs」(84)와 함께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들의 앨범들 가운데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싱글이 많이 나온 이 작품은 <I Can't Hold Back>(13위), <High On You>(8위), <The Search Is Over>(4위) 등이 히트하며 밴드의 세계적인 인기를 더욱 높여 주었다.
그 후 85년에 밴드는 다시 스탤론의 요구로 영화 [Rocky Ⅳ]의 주제곡 <Burning Heart>
그러나 93년에 이들은 솔로 활동을 위해 밴드를 탈퇴한 짐을 대신하여 1대 보컬 데이브를 다시 영입, 신곡 <You Know Who You Are>, <Hungry Years>
밴드 초기의 음원부터 전성기 시절을 포괄하는 완전한 베스트 앨범
사실 서바이버는 90년대부터 여러 장의 베스트 앨범을 발표했고, 미국이 아닌 지역(특히, 일본 지역)에서도 이들의 베스트 앨범이 별도로 기획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을 시작으로 전세계에서 발매되는「Ultimate Survivor」는 무엇보다 과거의 베스트 앨범들에서는 자주 누락되었던 이들의 초기 앨범들의 수록곡들을 포함, 이들의 히트곡들이 연대기에 맞춰 고른 분포로 담겨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매력을 갖고 있다.
서바이버의 음악은 얼핏 들으면 키보드의 비중이 중기부터 점점 강해져 간다는 점에서, 그리고 역대 보컬들의 창법이 일면 저니(Journey)의 보컬리스트 스티브 페리(Steve Perry)를 연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음악적 독창성에서는 감점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역으로 평가하자면 프랭크와 짐의 기타-키보드의 조화는 마치 닐 숀 / 조나단 케인(Neil Schon / Jonathan Cain - 저니의 기타 / 키보디스트)에 버금갈 만큼 탁월한 팀워크를 보여준다. 또한 대중적인 멜로디와 열정적인 연주를 조화할 줄 아는 이들의 작곡능력은 80년대 그 어떤 밴드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탁월하다. 특히 이러한 감각이 가장 살아난 곡들이「Vital Signs」앨범에 담긴 곡들인데, 영롱한 기타 아르페지오부터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곡의 흐름이 단연 80년대 우수 록 트랙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I Can't Hold Back>을 선두로 대중적 미디움 록 넘버 <High On You>
한편, 두 록키 시리즈의 주제곡인 <Eye Of The Tiger>
화려한 성공의 커리어와 90년대의 굴곡을 거쳐 현재까지 팝 신의 ‘생존자’로 자신들을 지켜가고 있는 서바이버의 이번 베스트 앨범을 통해 우리는 80년대 주류 록의 멋진 추억을 되새기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열심히 투어중이라는 이들이 언젠가 다시 새로운 앨범과 음악으로 우리 곁에 돌아와 주기를 한 명의 팬의 입장으로 돌아가 기대해본다.
2004. 7. 글/ 김성환 (80s Pop Music Journa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