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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마이도스(Mythos) 폐업세일중...

mikstipe 음악넋두리

by mikstipe 2006. 8. 3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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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으로 말한다면, "한국에서 프로그레시브 록 음악이란 뉴 트롤스(New Trolls)의 [Adagio]에머슨 레이크 앤 팔머(Emerson, Lake & Palmer)[Cest' La vie] 등 몇몇 인기 싱글을 제회하고 모두가 매니아용 음악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그리 이상하지는 않다. (어쩌면 현재 미-영국의 신세대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도 프로그레시브 록 음악의 매니아라고는 자청하기 매우 힘들다. 솔직히 아직도 예스(Yes) 등 일부 그룹의 20분짜리 트랙 한 곡을 들으려면 머리가 깨어질 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라디오에서 흐르는 기존 록 음악들이 전형화되고 천편일률적으로 느껴질때 이런 부류의 음악을 들으면 마치 컴퓨터에 윈도우를 새로 막 깔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무리 펑크 세대에게 현학적이다 예술지상주의란 소리를 들었을 지라도 우리는 그 중에서 우리 귀에 아름답게 들리는 음악들만 기억하면 되니까...

이런 서두를 꺼낸 것은 지난 일요일 앞서 언급한 홍대 롤링홀 공연을 마치고, 홍대 주차장 길을 따라 홍대 역쪽으로 내려가다가 우연히 마이도스(Mythos, 성시완씨의 시완레코드가 개설한 프로그레시브 음반 전문 오프라인 매장) 건물 앞을 지나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계 유리에는 '페업세일'이란 종이가 다량 붙어있었고, 이전부터 시완레코드가 어렵다는건 알고는 있었으나, 유일한 오프라인 매장까지 접어야 할 때가 되었나하는 안타까움에, 그리고 비싸서 못 사던 프로그레시브 수입반도 혹시 구할 수 있을까하는 기대에 가계 안으로 들어섰다. 아르바이트생 점원은 구경온 외국인들과 대화중이었고, 난 진열대를 뒤지다, 인터넷에서 디지팩 수입반 들어온걸 보긴 했지만 3만원 넘는 가격에 망설였던 이탈리안 프로그레시브 밴드 오산나(Osanna)
[Milano Calibro 9] 음반과 성시완의 힘으로 전세계에 시완레코드 버전으로 출시된 영국 포크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스파이로자이라(Spyrogyra)의 미발표 초기곡 모음집 [Burn The Bridges]를 손에 집어들었다.

그럼 이제 영영 오프매장은 접느냐는 내 질문에, 성시완씨가 다른 장소가 있다면 다시 열고 싶지만, 매장월세를 낼 재정여력이 없다는 현실에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물론 온라인 시완레코드는 계속 유지된다.) 하긴, 다른 오프매장도 문을 닫는 마당에 여기가 버티면 그게 더 이상할지도... 일본 도쿄에 갔을 때 디스크 유니온(Disk Union)매장이 신주쿠 지역에만 장르별로 분점이 있는 것을 보고 왔던 나로서는 이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성시완씨의 그간의 음반 발굴, 발매작업이 일부에게는 '유복한 집안 출신의 왕년의 별난 DJ가 펼친 무모한 도전'이라고 폄하될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서 한국에서 프로그레시브/아트 록 매니아 층이 어느 정도 공고해졌었음을 감안한다면, 시완레코드에게는 아직 존재의 이유가 남아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이다.

혹시 이 포스트를 읽고 '나도 가봐야지' 하는 분들이 게시면 9월 중순까지 꼭 가보시기 바란다. 평균 7-8000원정도 싼 가격에 음반 구입이 가능할테니.  한국에서 음반을 선택할 수 있는 다양성이 갈 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현실을 다시금 개탄하면서 마이도스의 홍대 퇴장에 쓸쓸한 박수를 보낸다.


Osanna - Canzona (from their Album [Milano Calibro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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