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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즈 원(As One) - 이별이 남기는 12가지 눈물 (5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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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stipe 2006. 12. 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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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즈 원(As One)의 이별 노래들은 소위 요즈음의 대세인 '소몰이 미디움 R&B' 와는 달리 슬픈 듯하지만, 처절하거나 우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별에 대한 솔직한 감성을 담으면서도 그 감정을 청자에게 억지로 강요하는 듯이 퍼붓거나 노래 부르는 가수조차 주체 못하고 힘에 겨워하는 인상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초창기 히트곡이자 가장 단조풍의 성향이 강했던 [너만은 모르길]이나 [괜찮아요]에서도 이런 점은 마찬가지이다.)
  사실 청자들 가운데 이별의 현실이나 그 추억 속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는 감정상태에 있는 이들에게는 처절하게 흐느끼거나 울부짖는 보이스,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가사로 표현된 가사의 센티멘탈리즘이 몰핀같은 진정제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감정에서 거리를 두고 있거나 그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이들에게는 그런 류의 이별 노래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조성모의 [To Heaven]이후 지금까지 한국의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들이 지겹도록 재생산해 온 '클라이맥스의 과잉'을 우리는 현재 주류 가요에서까지 되풀이해서 듣고 있지 않은가?
  애즈 원의 음악들이 사실 음악적으로 화려한 성과나 큰 화두를 던진 것들이 아니었음에도 몇 년간 꾸준히 일정 부류의 가요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어필했던 것은 바로 이런 '과잉을 경계하는 섬세함'을 놓치지 않고 지켜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바로 그들이 뮤지션으로서 가진 최고의 장점인 '개성을 가진 보이스' 에 상당부분 기인한다. 민(Min)과 크리스탈(Crystal)의 목소리는 그 동안 한국 주류 가요에서 인기를 한번도 놓쳐본 적 없는 '파워 보이스'형 여성 디바들(
R&B 성향이 파급된 90년대 중반 이후도 팝이나 가요나 우리나라에선 그런 목소리들만이 인기를 끌었다.)
의 보이스와는 차별화된 여리면서도 섬세한 느낌을 갖고 있다. (이런 류의 목소리를 가진 유일한 국내의 R&B 성향 여성 보컬은 제이(J)일 것이다. 소울 사이어티(Soulciety)의 보컬 아민(Amin)도 그럴 가능성이 보이지만, 거긴 발라드를 주무기로 삼을 사람은 아닐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보이스의 섬세함은 그들의 노래 속에서 고전적 클라이맥스 방식과는 다른 자신의 감정에 대한 객관화(또는 관조)로 듣는 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치유하고 힘을 얻을 수 있는 '편안한 격려' 지난 5년간 우리에게 꾸준히 선사해왔다.
  4집의 [위대한 유산]부터 이들은 데뷔 당시 그들에게 붙여진 'R&B'란 단어의 굴레를 확실하게 벗어던진 듯 보였다. 더욱 팝적인 필이 강조된 사운드는 그들을 '진지하게' 대했던 이들에게는 조금 아쉬움을 남겼지만, 대중에게는 더욱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즐거움이 되었기에 일단 그 전환은 절반은 성공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5번째 앨범이 선을 보였다. 사실 이번 앨범을 처음 들으면서 '"도데체 R&B는 어디로 사라진거야?"라는 약간의 불만도 가졌었다. (개인적으로 물론 신재홍과 함께하던 시절의 그들을 더 좋아하
는 게 바로 이런 부분에서의 아쉬움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앞에서 이야기 한 그 '장점'은 역대 이들의 어느 앨범보다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앨범 제목이 '이별이 남기는 12가지 눈물' 이라서 우울한 노래가 많을 줄 알았는데, 빠르고 밝은 보사노바 리듬을 담은 팝송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 거죠]의 흥겨움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이별 노래들을 들으며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 보다 입술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되니까 말이다.
  첫 싱글 [십이야]는 팝퓰러하게 풀어내고 오케스트레이션으로 대중적 입맛에 맞게 살을 붙인 애즈원 버전의 '블록버스터 발라드'다. 하지만, 예를 들어 박정현의 '꿈에'와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한다면 박정현 곡에서 뭉클해오는 센티멘탈리즘보다는 듣는 이에게 아늑하고 따듯하게 다가온다. (이 말은 박정현의 곡이 좋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슬픔을 다루는 관점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다.) [루이]는 편곡상에서는 기존 다른 여타 발라드와 큰 차별성은 없지만, 두 사람의 보컬이 차분하게 분위기를 잡아 상투적 발라드의 함정을 피해갔다.
  어쿠스틱 발라드인 [For Awhile]처럼 반주의 여백이 많은 곡에서 그들의 보이스는 더욱 호소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들은 숨쉬는 호흡에서 느껴지는 보이스의 빈 곳이 가창력의 부족으로 느껴지지 않으니, 그것도 하나의 재주일 것이다. 다음 싱글 예상곡이라 느껴지게 대중적인 [눈물을 묻는다][철없던 나를]은 이들 최대의 대중적 히트곡 [원하고 원망하죠]의 재탕 같은 것이 아쉽긴 하지만, 두 사람의 하모니의 정교함만큼은 맘에 드는 곡이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의 본류를 완전히 버렸다고 생각할 순 없다. 민이 직접 작곡한 [Waterfall]은 1집의 [Destiny's Desire]에서부터 이어온 애즈 원 특유의 서구식 슬로우 잼(Slow Jam) 속에서 마음껏 억제헤온 자신들의 '허니-버터 보이스' 를 펼쳐낸다. 그리고 마지막 업템포 트랙 [앞으로]는 매 앨범마다 실험적 스타일을 한 곡 정도씩 추구하는 이들의 스타일답게 아직까지 별로 이들의 음악에서는 시도한 적 없는 재지-힙합 비트와 좀 더 강해지려 노력하는 두 사람의 보컬이 의외의 조화를 낳는 트랙이다.
  4집과 5집을 통해 애즈 원은 대중과 친숙하게 접근하는 법에서는 이제 확실히 성공한 듯하다. 하지만,
이제 그들에게 남은 과제는 대중을 보이스로 사로잡았다면 이젠 대중에게 자신들이 표현하고 싶은 사운드를 적응하게 만드는 것에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에 이들이 수준급 작곡자들과 함께 선보였던 그 내공이 이번 프로듀서인 안성일의 지휘 아래에서는 조금 덜 발휘되는 감이 느껴지는 것이 그들의 꾸준한 팬이었던 필자의  관점에서는또 하나의 아쉬움이니까.... 이들이 이 고민을 스스로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단계가 된다면, 그 시점에는 이들은 한국 대중음악이 흑인 음악의 정서를 받아들여서 거둔 최고의 수확으로 후세에 기록될 수도 있을 것 같다.

( 음악 듣기: 십이야 / Waterfall /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 거라죠 / 앞으로 )

P.S. 스위스의 풍경은 참 아름답지만, 굳이 이번 [십이야]뮤직비디오를 드라마식으로 찍었어야 했을까? (홍종호, 당신마저!) 이젠 이런 뮤비 좀 그만!!!  
 


애즈 원(As One) - 십이야(十二夜) (Videoclip)


As One - 앞으로 (SBS FM '컬투쇼' 라디오 공개방송 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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