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배슬기는 나에겐 한국의 패리스힐튼(Paris Hilton)일까?

mikstipe 음악넋두리

by mikstipe 2006. 11. 28. 06:50

본문

  일단 이 글을 읽으시고  '제목 때문에 낚였다'고 원망하시는 분들께는 사전에 죄송하다는 말씀은 미리 드리고 시작하겠다. 어짜피 [음악 넋두리]는 음악 리뷰의 성격을 띠기도 하지만, 동시에 음악과 관련된 내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하는 자리로 일부러 만들어 논 카테고리니까...

  사실 'X맨'을 별로 눈여겨 보지 않는 필자이지만, 점점 재미없어지는 '일밤'이나 질려가는 '여걸식스'에 비한다면 그래도 그 시간대에 케이블 채널에서 볼 게 아무것도 없는데도 TV앞에서 몸을 일으키기 싫어지는 귀차니즘이 일 때 이 쪽으로 채널이 넘어가게 된다. 그 뜨문 보게 되던 상황에서 사람들의 입과 인터넷에서 퍼져가는 소문의 주인공들의 실제 모습을 보게 되는데, 배슬기라는 이 '여자 연예인'도 인터넷에서 하도 떠들어댄 '복고댄스'라는게 도데체 뭔지 한 번 보자는 의미에서 눈여겨 보게 되었다. 그게 그렇게 뜰 춤은 아니었는데, 다른 낭자들이 웨이브-비욘세식 털기춤에 열중할 때, 그래도 이모, 고모들의 나이트 클럽 모습을 기억해 둔 것이 도움이 되었던 걸까?

  사실 2005-6년 최악의 여성 그룹 가운데 하나로 꼽아야 할 [The 빨강] 1기(앞으로 이 이름으로 또 2기가 만들어진다나 뭐라나..쩝...)의 메인 보컬 역할을 하는 모습은 나중에 TV가요 쇼 프로그램에서 보았다. 즉, 배슬기가수 배슬기로 눈에 띄었다기 보다 'X맨'의 배슬기, 아니면 '복고 댄스'의 배슬기로 사람들에게 인식된 것이다. 그래도 라이브를 한답시고 나왔는데, 나머지 탤런트 출신
2명보다는 그나마 가수를 하겠다는 의식은 있었는지 그나마 들어줄 수 있는 목소리는 배슬기의 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접한 곡이 첫 번째 싱글 앨범 속의 박지윤의 리메이크 '난 사랑에 빠졌죠' 였다. 곡 자체가 좋기 때문이겠지만, 그냥 듣기는 무난했다. 원래 박지윤의 보컬 자체가 여린 톤이기 때문에 배슬기의 보컬로도 충분히 커버는 가능했던 것 같았다. 개성이 부족한 리메이크라는 것이 역시 한계였지만...

  그 후 [강한 여자]란 어설픈 힙합 댄스곡이 자신의 기존 이미지와는 안 맞는다는 것을 재빠르게 눈치챘는지 바로 두 번째 싱글을 [말괄량이]로 돌려버리고 계속 얼굴 내밀기 시도중이다. 1인 4역을 한 아래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아시겠지만, 배슬기가 TV매체를 통해 보여주려고 애쓰는 이미지는 자칭 '깜찍, 발랄'이다. (물론 이에 거부감을 가지시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 그리고 곡의 편곡은 그런 이미지를 살리는 데 딱 좋게 가벼우면서도 산뜻하다. 즉, 작곡 자체의 퀄리티는 그럭저럭 있는 댄스 팝 싱글이란 얘기다. (동의하기 싫으심 말구,..) 그런데, 아마도 신세대풍 사고를 반영했다고 작사가 스스로 생각할 노랫말은 좀 깬다. "내 어디가 좋아... 내 몸매가 좋아, 긴 머리가 좋아, 우리 솔직해볼까...내 다리가 좋아, 내 엉덩이가 좋아, 솔직하지 못한 건 싫어..." 아니, 이건 영락없는 '작업녀' 멘트 아닌가? 이러한 언밸런스는
마치 이 곡을 들으며 태평양 건너 패리스 힐튼 아가씨가 연출하는 언밸런스의 상황을 머릿 속에 자꾸 환기시킨다. 물론 그 쪽의 경우는 상황히 좀 반대다. 가사나 노래는 적절히 멀쩡하고 어느 정도 적정선을 지키지만, 그녀의 이미지는 정 반대 길로 가는 것을 즐기는 타입이니까. 그리고 (지난번에 패리스에 대한 글에서도 말했지만) 연예인의 개인 캐럭터가 그냥 그저그럼에도 곡 자체가 맘에 들 수 있는 또 다른 사례로 내게 기억되고 있으니까...

  처음부터 배우와 가수를 다 시키겠다고 나서는 추세가 너무 심한 요새 기획사들의 연예인 발굴 풍토에서 배슬기는 이를 대표하는 연예인 중의 한 명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는 아직 어느 단계로도 확실히 자신을 각인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가 아직도 X맨-복고댄스의 배슬기로만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그녀 자신에게 앞으로 절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수명이 짧아도 빨리 돈 벌고 싶으면 연기자로 정착하고, 정말 노래가 좋아서 나중에 '가수 배슬기'로 남고 싶다면 노래연습 좀 더하고 컨셉 좀 제대로 잡고 나오길 바란다. 아님 이 [말괄량이] 노래에서 보여준 것처럼 '내숭-작업녀' 를 자신이 가공할 이미지로 삼던가. (사실 처음에 누가 엄정화가 15년동안 가수를 할 거라 생각했었던가?) 데뷔 앨범에서 자기가 작사를 절반이나 했다면, 연예인의 생명을 지켜주는 지혜는 기획사가 가르쳐주지 않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배슬기 - 말괄량이 (Videoclip)



Bonus Track : 이루 - 까만 안경 (Live) (배슬기 Featuring)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