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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발(Incheon Pentaport Rock Festival) 1-2일 관람기 (1)

Concert Reviews

by mikstipe 2007. 8. 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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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 실린 첫 날 사진은 모두 Hot Tracks 필자 블루스님께서 촬영하신 것임을 밝힙니다. 무단 퍼감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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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작년에 공연은 멋지게 관람했음에도 진흙탕에 빠진 내 샌들의 안좋은 기억 때문에 사실 예비군 끝나고 신은 적이 없었던 군대 워커를 다시 꺼냈다. (인천 사람이라면 다 알겠지만, 팬타포트 록 페스티발이 열리는 옛 송도 대우자동차 출하장 부지였던 그 허허벌판은 비만 오면 완전 진창이다.) '올해는 제대로 관람을 해야지!'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적어도 테스타먼트를 볼 수 있다는 둘째날(토요일)은 꼭 봐야지 하는 다짐을 하면서......

   행운이었는지, 하늘이 도왔는지, 공연 첫 날 하늘은 구름은 끼었어도 비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내 손에는 핫트랙스 편집장님께서 보내주신 '취재신청서'가 들려있었다. 언론 매체에게 취재와 사진 촬영을 위해 주최측에서 발급해주는 프레스 팔지를 찰 수 있는 증명서다. 원래 2시쯤 직장에서 나올 수 있었기에 3시부터는 공연을 볼 수 있으리라 여겼으나,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에 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바로 다음 달 기사를 위해 북아일랜드 출신의 하드 록 밴드 앤서(The Answer)를 인터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단 공연장 앞에 경찰의 양해를 구해 차를 세우고, 팔찌만 받아 차고 다시 근처에 있는 라마다호텔(옛 송도 비치 호텔)로 향했다.

   국내 발매사인 네센 측과 인사를 하고 나서 잠시 후, 로비로 밴드의 보컬리스트 코맥 니슨(Cormac Neesen)과 기타리스트 폴 마흔(Paul Mahon)이 내려왔다. 생각보다 젊어보이는 멤버들의 나이에 새삼 놀라며 비즈니스 룸에서 1시간 가까운 대화를 나눴다. (뭐, 대화라기 보다는 내가 영어로 준비해 간 질문을 하고, 그 대답을 녹음하고 받아 적느라 바빴당...--;) 두 친구들은 매우 성실히 답해주었고, 오늘 공연에 대해 매우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사실 아직 신예 밴드이기 때문에 영국에서는 작은 클럽 공연이 중심이고, 유럽 페스티발에서도 낮 시간 공연만을 해왔던 이들이 아무리 서브 무대라도 하루 공연의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한국이 매우 고마울 지도 모르겠다.

   앤서와의 인터뷰를 끝내고 주차장에 차를 몰래 세운 채로 워커로 갈아신고, 공연장까지 걸어갔다. 이미 공연장에는 GMV때부터 핫트랙스까지 외부 필자로 편집장님과 한 배를 타왔던 블루스님이 사진 취재를 하고 있었고, 내가 들어갔을 때, 사랑과 평화가 막 공연 준비를 하고 있었다. (블루스님 얘기를 들어보면 앞서 공연한 츠치야 안나, 무지 섹시했단다... 사진보니 정말 그렇더라..ㅋㅋ 그 분은 가버먼트 뮬(Gov't Mule: 올맨 브라더스 밴드의 멤버 두명이 만든 별개의 밴드)의 공연을 기대하며 이번 공연에 오셨는데, 역시 멋졌단다. 국내 밴드로는 스키조디아블로의 공연이 있었단다. 아래 블루스님이 찍으신 사진으로 그 현장감은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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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v't Mule(가버먼트 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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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uchiya Anna (츠치야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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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blo (디아블로)>

   5시쯤 한국 훵키 록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인 사랑과 평화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나머지 멤버들은 다 90년대 재결성 이후 들어온 멤버들이나,  그 때 다시 밴드로 복귀한 이철호씨는 4년 뒤 환갑이시라는데도 몸매 관리 그럭저럭 하셨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그의 무대 매너! '한국의 제임스 브라운' 이라는 왕년의 별명이 헛되지 않은 쇼맨쉽으로 좌중을 웃기고, 감동시켰다. 50대 아저씨가 뛰어다니는 무대에 열광하는 10대-20대 관중들의 멋진 호응은 과연 이제 우리도 록 음악에 세대란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시대가 서서히 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희망을 가져보았다. 모두들 <한동안 뜸했었지>, <장미>, <딱 꼬집어 얘기할 수 없어요>를 따라 부를 수 있다는 것, 사랑과 평화란 밴드와 이철호씨에게도 이번 무대는 자신들이 음악의 길을 고집해온 것에 대한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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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평화의 리드 보컬 이철호(올해 만 56세)>

   이 공연이 끝나고 푸드 코트 앞에 앉아 식사를 하고 계신 오이 스트리트 배 모 기자와 포니캐논 레이블의 담당자분, 케미컬 브라더스, OK GO 동시에 관리하느라 이번 기간동안 며칠 전 부터 땀빼셨던 EMI의 임향민씨, 그리고 국내 음악 잡지에서 그녀가 찍은 뮤지션/공연 사진이 개재되지 않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의 위상을 가지신 로빈 사진작가님까지, 한 꺼번에 인사하게 되었다. 마시고 싶음 차라리 미리 마셔두는 게 나을 듯해 맥주 한잔과 인도식 난, 치킨으로 허기를 떼우며 만난 음악 동지분들과 대화를 나눈 뒤, 블루스님과 나는 서브 스테이지로 향했다. 아까 인터뷰한 그룹 앤서의 공연을 보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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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

   사실 사람들은 이미 유튜브를 통해 어느 정도 이름이 팔린 OK Go에 더 많이 몰려있었기에, 그리고 두 밴드의 공연 시간이 그리 큰 차이가 없어서 서브 스테이지의 객석 공간은 매우 썰렁했다. 그래서 아예 맨 앞줄 바리케이트 앞에 섰다. 그 친구들이 날 공연중에 알아볼라나...?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공연이 시작되었을 때 객석엔 점점 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무대에 선 앤서... 북 아일랜드의 제2의 레드 제플린, 배드 컴퍼니(Bad Company)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코맥 니슨의 치렁치렁한 머리칼 날리기 신공과 무대 매너는 완전 로버트 플랜트의 재림이었다. 게다가 보컬은 원래 음반에선 폴 로저스(배드 컴퍼니의 리드 보컬)와 많이 닮았는데, 라이브에선 샤우팅이 많이 들어가 오히려 로버트 플랜트 전성기의 음색같았다. 다들 열광하다 못해 미쳐버린 관객들... 나중에는 그 지붕 씨워진 서브 스테이지에서 보기 힘든 관객 머리 위 서핑 장면까지 벌어졌다!! 이번 공연을 통해 많은 관객들이 이 밴드에 좋은 인상을 받은 것 같았고, 70년대 하드 록 리바이벌의 기운이 가장 호의를 얻을 나라는 역시 한국-일본일 것이란 내 예상이 또 한 번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한편, 공연이 끝나고 부리나케 반대편 공연장으로 뛰어가신 블루스님은 기어이 한국 팬들을 위해 집단 군무를 선보인 OK GO의 모습을 찍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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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GO - 춤추기 동영상 포함>

   이제 오늘 공연의 최대 하이라이트라고 하는 케미칼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 의 등장!! 무대에는 대형 스크린과 그들이 준비한 각종 장비들이 집결해 있었고, 5분간의 화려한 불꽃 놀이가 끝난 뒤, 멤버 두 사람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90분이라는 시간동안 정말 눈 떼기 힘든 화면과 레이저 쇼가 펼쳐졌고, 그 속에서 이들은 이게 기존 앨범에서 들었던 곡 맞아? 싶을 정도로 새 앨범 [We Are The Night]의 수록곡들은 무지막지 논스탑 리믹스로 객석을 춤추게 만들었다. 그 속에서 무아지경에 빠져 춤을 추는 젊은 여인네들... 근데 그 속에서 흐느적 춤을 추기엔 난 너무 늙은 것일까? 거기까지 따라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점잖게 사이드에 앉아 보다가, 후반부에 가선 피로가 몰려와서인지 조금 졸리기까지 했다. (기존에 알던 <Block Rockin' Beats>, <Hey Boy Hey Girl>같은 히트곡은 하나도 연주 되지 않았다. (김작가님 블로그에는 뒷 곡은 한 걸로 나오니, 너무 리믹스해서 어디가 어딘지 분간을 못했던가....쩝.) 그래서 그들의 노래를 마스타하지 못한 필자로서는 감상만으로 그 속에 빠져들긴 좀 힘들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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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mical Brothers (케미컬 브라더스)>

   메인 스테이지의 불이 꺼지고, 잠시 목을 축인 다음에 밤이면 그루브 세션으로 바뀌는  서브 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잘 모르는 DJ의 타임이 지나고, 밤 12시 30분, 일렉트로니카계에서는 어느 정도 명성을 가진 BT의 무대가 펼쳐졌다. 사실 언제나 그랬듯 춤에 자신없는 필자는 능력도 안되는데 게다가 이미 오후-저녁시간이 다 지나 피곤이 슬슬 몰려오는 상태에선 남들이 춤추는 걸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BT의 사진까지 찍고 일정을 마치시겠다는 블루스님께서 1시가 되기 전에 "이 친구 아예 하우스 DJ하려고 왔나보군.. 자기 곡은 하나도 안하고..."라 하며 숙소로 가겠다는 얘기에, 이 인천 드라이버 모시고 이미 예약잡은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엔 이미 밤 11시에 내려와 매표팀 철수로 인해 공연장에 못 들어오신 불쌍한  Wewe님(전 GMV기자)와 그 친구분들이 계셨고, 그 분들과 간단히 한 잔 하고 아내와 아이가 잠든 불꺼진 집에 귀환한 것이 새벽 3시... 윽... 토요일이래도 낼 출근인디, 어쩌남.....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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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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