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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on & Garfunkel - America: The Simon & Garfunkel Collection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08. 10. 3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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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지난 9월 발매된 SonyBMG 라이선스 앨범 해설지 전문입니다.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음악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12개의 대표곡이 담긴 2008년판 새 베스트 앨범 「America: The Simon & Garfunkel Collection」

  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 음악 팬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포크 (록) 사운드와 하모니를 선사했던 사이몬 앤 가펑클. 공식 활동하던 기간동안 남긴 5장의 정규 앨범과 듀오 해체 이후 70년대부터 발표된 여러 편집 앨범들, 그리고 81년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열린 공연을 포함해 지금까지 3번의 재결합 투어를 통해 그들은 대중음악 팬들의 가슴 속에 아름다운 소리의 향연을 펼쳐주었다.
  하지만 일반 팝 음악 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이들의 음악이 항상 대중적인 감미로움이 최고의 매력이라고 오판하면 안 된다. 물론 기본적으로 이들이 미국 트래디셔널 포크에서 뿌리를 두고 출발했고, 또한 그들의 음악 속에 어쿠스틱의 매력이 강하게 녹아있었기에 듣는 대중의 입장에서 더욱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듀오의 진정한 음악적 매력은 폴 사이먼(Paul Simon)이 써내려간 번뜩이는 위트와 철저히 시(詩)적 구성을 견지한 노랫말, 그와 함께 이를 멜로디로 풀어내는 그의 작곡 능력, 여기에 더해진 아트 가펑클(Art Garfunkel)의 나이를 초월한 미성 보컬의 힘이 삼위일체를 이뤘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완성도의 진가는 단지 싱글 히트 곡들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앨범 전체를 들으며 이해할 때 더 완전한 감흥을 얻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에 발표되는 이 베스트 앨범이 기존에 한국 팬들이 좋아하는 곡들을 모두 수록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트랙 숫자 면에서도 12곡이라는 적은 분량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활동 기간 속에서 어떤 음악을 진정으로 들려주고자 했던가를 확인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컴필레이션에서 빠진 경우가 많았던 국내 애청곡 [April Come She Will]도 담겨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이 해설지에서는 그들의 커리어에 대한 설명보다 수록곡 각각이 가진 배경과 노랫말의 의미를 이해시켜 드리는 쪽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12 Songs You Must Know to Understand Their Music

1. Bridge Over Troubled Water (1970년 1월 / 1위)
누구나 이들을 생각하면 떠올리는 대표적인 명곡으로, 마지막 정규작이었던 동명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이 곡은 1969년 아트 가펑클이 멕시코에서 영화 [Catch 22]를 촬영하고 있었던 시기에 폴 사이먼이 작곡했는데, 그가 혼자 부른 초기 데모를 아트는 좋아했었지만 폴은 애초에 아트의 솔로 보컬을 생각하고 작업했기 때문에 그에게 리드 보컬을 맡겼다. 그리고 원래 이곡은 데모에선 2절까지만 만들어졌으나, 프로듀서 로이 할리(Roy Halee)의 권유로 3절이 추가로 만들어졌고 스트링이 가미된 ‘스케일이 큰’ 버전이 되었다.



2. The Boxer (1969년 4월 / 7위)
역시「Bridge Over Troubled Water」앨범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이미 69년 투어에서 먼저 공개했고 싱글로도 제일 먼저 커트되었다. 이 곡의 가사를 ‘어느 무명 복서의 삶’으로 잘못 설명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 이 곡은 폴 사이먼 자신이 뉴욕에 처음 건너와 겪었던 힘겨운 기억을 자서전적으로 풀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후반부에 어느 권투선수의 모습을 제시한 것은 상대에게 맞고도 링 위를 지키는 그의 모습과 도시에서 떠나는 노래의 주인공을 대조한 것이다.) 후렴 부분의 뒤에 울려 퍼지는 강한 드럼과 같은 소리는 굵은 쇠사슬을 빈 옷장을 눕힌 콘크리트 바닥에 내려치는 소리를 녹음해 사용했다고 한다.

3. I Am A Rock (1966년 1월 / 3위)
프로듀서인 톰 윌슨(Tom Wilson)이 1집의 수록곡인 [The Sound Of Silence]에 일렉트릭 기타와 드럼 연주를 더빙해 미국 시장 최초 1위 싱글로 만들어낸 그 시점에 폴은 여전히 유럽 지역을 돌며 무명 아티스트로서 공연 중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그들의 음악이 대히트를 했다는 소식을 전해 받고 돌아온 그는 자신이 65년 발표했던 첫 솔로작「The Paul Simon Songbook」의 수록곡들을 재녹음하여 마침내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The Sound Of Silence」앨범으로 완성했다. 고독과 인간관계 속의 상처로 인해 고립되는 자신을 바위와 섬에 비유한 가사는 한 편의 시처럼 매력적이다.

4. America (1972년 9월 / 97위)
원래는 이들의 4집「Bookends」(1968)에 수록된 곡이었으나, 나중에 해체를 선언한 뒤 발표된 첫 공식 베스트앨범「Simon & Garfunkel's Greatest Hits」에 담겨 [For Emily, Whenever I May Find Her]의 라이브 버전과 함께 7인치 싱글로 커트되었다. (사실 이들보다 한 해 앞서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예스(Yes)가 리메이크한 버전이 46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곡 가사에서의 ‘America’는 실제 미국이라는 국가를 의미하기보다는 노래 속 화자가 가고자 하는 ‘자유의 이상향’에 가깝게 파악하는 것이 적합하다.

5. Leaves That Are Green (1966년 2월)
역시 앨범「The Sound Of Silence」에 담겼던 곡으로, 사실 차트 히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66년 히트했던 싱글 [Homeward Bound](5위)의 B사이드로 수록되었다. 전주에서 흐르는 오르간 연주가 특히 인상적인데, 그 외에도 탬버린과 그루비한 베이스 라인이 곡의 경쾌함을 지속시켜주고 있어 매력적이다. 시간과 세월의 무상함을 색이 변하는 나뭇잎에 표현한 가사는 폴의 청춘기의 감정을 대변한다.

6. Wednesday Morning 3. A.M. (1964년 10월)
첫 정규 앨범「Wednesday Morning 3 A.M.」의 타이틀곡으로, 앨범 B면의 마지막 트랙으로 담겼지만, 싱글로 발표되지 않았다. 강도 사건으로 도주하는 상황에서 사랑하는 여인과 마지막 밤을 보내고 떠나야 하는 한 남성의 슬픔이 담긴 노랫말이 밝은 어쿠스틱 연주와 두 사람의 보컬 하모니 때문에 역설적으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7. At The Zoo (1967년 3월 / 16위)
싱글로 먼저 발매된 뒤, 다음 해에 그들의 세 번째 앨범「Bookends」에 수록된 전형적인 포크 팝 트랙이다. 폴은 항상 그의 ‘제2의 고향’과 같은 뉴욕 시를 배경으로 다수의 곡을 만들었는데, 이 곡에서는 센트럴 파크 동물원에서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동물원 속 동물들을 통해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비판한 가사도 멋지지만, 초기 포크 록의 감성이 잘 살아있는 경쾌한 편곡도 일품이다.

8. Fakin' It (1967년 7월 / 23위)
역시 싱글 발표 후「Bookends」앨범에 담기게 되는 트랙으로 이들의 음악이 어쿠스틱 포크/포크 록의 한계를 넘어서는 다양한 스튜디오 녹음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자신의 한계를 자책(?)하는 가사를 역설적으로 경쾌하게 풀어내는 듀오의 하모니는 ‘역설법’의 묘미를 음악으로 전한다.

9. So Long, Frank Lloyd Wright (1970년 1월)
「Bridge Over Troubled Water」
LP의 A면 마지막 트랙으로 담겼던 어쿠스
틱 소품이다. 제목에 언급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20세기 최고의 건축가로 인정받았던 인물이지만, 이 곡에서는 사실 그를 찬양 한다기보다 오히려 조롱(?)하는 듯한 냉소가 가사 속에 맴돈다. 조용한 어쿠스틱 사운드와 플루트, 그리고 스트링의 조화가 멋진 트랙이다.

10. April Come She Will (1966년 1월)
한국의 음악 팬들이 4월이 되면 꼭 듣고 싶어 하는 이들의 애청곡이자, 어쿠스틱 기타 아르페지오의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확실히 선보이는 매력적 어쿠스틱 포크 트랙이다. (68년 [Scarborough Fair] 싱글의 B면에 담겨 발표되기도 했으며, 공연 무대에서도 종종 부르는 곡이다.) 사랑이 다가오고 떠나는 과정을 계절의 변화에 접목한 가사는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아트의 보컬이 ‘천사의 목소리’라는 별칭을 얻는데 일조한 서정성의 극을 보여준 곡.

11. Richard Cory (1996년 1월)
앨범「The Sound Of Silence」에 수록된 곡이었지만, 국내에서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트랙이지만, 미국의 시인 에드윈 알링턴 로빈슨(Edwin Arlington Robinson)의 동명의 시(詩)에서 영감을 얻어 해당 이야기를 폴의 시선(자신을 주인공의 공장에서 일하는 가난한 근로자로 묘사했음)으로 다시 풀어냈다. 물론 제목에 쓰인 주인공이 권총으로 자살한다는 시의 원래 내용은 유지했지만.

12. Scarborough Fair/Canticle (1968년 3월 / 11위)

 

영국에서 구전되는 고전민요 가사에 곡을 붙여 만들어낸 이들의 대표적 히트 싱글이다. 불가능한 일들을 이루려고 노력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얻는다는 믿음을 담은 이 가사 위에 폴의 63년 솔로곡 [The Side Of A Hill]의 가사를 반전의 메시지로 바꿔 두 사람이 각각의 가사를 겹쳐서 부르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영국식 트래디셔널 포크의 신비로움과 이들의 서정이 결합한 이 아름다운 트랙은 이들이 OST를 담당한 영화 ‘졸업(The Graduate)’을 통해 세계인들에게 사랑받았다.

물론 기존 베스트 앨범마다 빠짐없이 수록되었던 [Mrs. Robinson], [El Condor Pasa] 등이 빠졌다고 불평하실 음악 팬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컴필레이션의 진정한 의미는 이들이 남긴 노랫말의 의미를, 그리고 이들이 우리에게 진정 들려주고자 했었던 음악 세계의 근간을 이해하는 것에 있다. 그 점을 느끼게 된다면 당신에게 이 음반은 이들에 대해 피상적으로 가졌던 호감을 더욱 진지하게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Simon & Garfunkel의 60년대 활동 시기 정규 앨범들 자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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