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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과 세 아들 - 미인 콘서트 후기... (11/14, 11/16)

Concert Reviews

by mikstipe 2008. 11. 16.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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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적어도 16일 공연을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은 굴뚝 같았다. 일단 은퇴해서 다시는 무대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신중현 선생님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설레였지만, 그 아들들과 함께 연주하는 무대라 더욱 뜻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말 운좋게도 이 공연을 3일 모두 관람이 가능하게 되어서 (빌리 조엘 공연인 15일을 제외하고) 14일과 16일, 홍대 상당마당으로 향했다.

14일 서울 전자음악단의 공연은 사전에 이들의 음악을 전혀 들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갔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개인적으로는 신윤철에 대해선 그가 90년대 초반인가 발표했었던 솔로 앨범이 비틀즈 성향에 가까웠다는 것과, 싱글 <컴퓨터 세상>이 정말 멋졌다는 것 외엔 없었는데, 그 동안 그가 원더버드를 거쳐 동생 신석철과 함께 자신의 밴드를 이끌고 상당히 수준있는 사운드를 들려주는 밴드를 만들었단 이야기만 들었을 뿐. 현장에서 본 이들의 연주는 역시 '피는 못속인다'는 말이 맞게 여타 모던 록 밴드들과는 약간 다른 '클래식 록'의 스케일에 입각해 연주하는 모던 록의 매력을 선보였다. 주로 1집에 수록된 곡들과 2집에 실릴 예정인 곡들이 병행하여 연주되었는데, 중간에 연주했던 비틀즈의 <Come Together>, 그리고 무그 신시사이저의 효과를 내는 신시사이저가 적절히 활용된 사이키델릭-프로그레시브적 성향의 대곡들은 과연 이들을 모던 록 밴드라 부를 수 있는지 의아할 정도로 아버지 세대의 음악에 닿아있었다.

<서울 전자음악단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신윤철>

<베이시스트 김정욱과 드러머이자 신중현의 세 아들 중 막내인 신석철>


그런데, 이 날 공연 중간에 너무나 반가운 게스트 보컬이 한 명 등장했다. 바로 사진에서 보시는 대로 한영애가 무대위로 나타난 것이다. 그녀의 히트곡이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신윤철 작곡의 노래를 불렀고, 마지막으로 신중현 선생님의 곡이었던 <봄>을 멋드러지게 불러주었다. 점점 도인이 되어 가는듯한 그녀의 포스는 8-90년대 그녀의 그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신보는 언제 나오나요?"라는 윤철의 질문에 대답을 못하는 걸 보니, 아직 신보에 대한 희망은 요원한가 보다.


하루 건너 일요일 저녁인 11월 16일 6시, 그제와는 달리 공연장은 초만원이었다. 그것도 공연의 주체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40-50대가 홍대 KT&G 상상마당 라이브 홀의 간이 좌석들과 스탠딩 공간을 다수 채웠고, 그 속에 나를 포함한 2-30대들도 신중현 선생님의 연주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함께 섞여있었다. 일단, 이 날 공연은 총 3부로 걸쳐 진행되었는데, 1부는 시나위, 2부는 서울 전자음악단, 그리고 3부가 신중현 선생님과 세 아들들의 합동 무대였다. 1부인 시나위의 공연은 과거 우리가 알고 있었던 시나위와 많이 달라진 9집 앨범 수록곡들로 시작되어 후반부에 가서야 <은퇴선언>, <새가 되어가리>, <크게 라디오를 켜고>로 이어지는 구성을 보여줬는데, 현재 리드보컬을 맞고 있는 강한의 보컬은 김바다때와 마찬가지로 김종서 시대의 곡을 부를 때는 조금 어색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앞에 나서기보다는 차분하게 자기 몫에서 기타 연주에 전념(?)하는 신대철의 모습은 이제는 중우해보이기까지 했다. (공연 포스터용으로 찍은 사진에서 느껴지는 그의 이미지는 마치 살 붙은 '탤런트 신성우'의 느낌이랄까?)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 그도 이제 음악계에 뛰어든 지 20년이 훌쩍 넘었구나...>


6시에 시작한 공연이 두 팀의 오프닝(?)성격의 공연으로 8시가 다 되었을 즈음, 드디어 세번째 무대 세팅이 종료되면서 신중현 선생님이 세 아들들과 함께 무대위에 올라 섰다. (그의 연주를 위해 무대 스탭들은 특별 카펫까지 무대 위에 까는 예우(?)를 해 주기도.) 아버지가 기타를 잡고, 맏아들 대철이 베이스를, 둘째 윤철이 키보드를, 그리고 원래대로 막내 석철이 드럼을 연주하는 가운데, 연주는 마침내 시작되었다. 그런데 앞서 공연들과 달리 처음부터 관객들은 자동으로 알아서 일어나 흥겨워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어떤 아줌마들은 몸매와 상관없이 빤짝이 옷을 입고 무대 앞에서 춤을 추셨고, 그의 열혈 매니아로 추정되는 어느 50대 아저씨는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자신이 들고 온 LP판들을 양 손에 들고 그에게 경배(!)하는 의식을 보여주었다.  


<빗 속의 여인>, <바람> 등 그가 만든 대표적 노래들과 [김삿갓] 앨범 속에 담겼던 트랙들에도 관객들은 열광했지만, 그의 영원한 대표곡 <미인>을 자신은 베이스를 치고, 두 아들이 기타를 연주하는 방식으로 부르는 순간이 왔을 때는 모두가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록의 역사를 정의해버린 이 명곡의 힘이 왜 위대한 지를 다시금 확인할 순간이었다. 그리고 뒤이어진 (그가 80년대에 김완선에게 작곡해 준) <리듬속의 그 춤을>은 그의 손과 목소리에서 하드 록 버전으로 재 탄생했다. 그리고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불멸이 명곡 <아름다운 강산>.... 공연장 내 모든 관객들이 한 마음이 되어 따라 부르는 그 순간, 그는 다시금 한국 대중음악의 장인으로 추앙받았다. 20대부터 60대까지 모두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뮤지션이 과연 지금 그와 한 두 명 외에 누가 존재할까? 그 점에서도 이번 공연은 매우 뜻깊은 것이었다. 세 아들과 함께 무대에 서서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것이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보람되고 뿌듯하다고, 앞으로 이런 무대라면 다시 서고 싶다고 밝히신 선생님의 말씀이 부디 이승의 생 다하시기 전애 또 한 번 이뤄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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