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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y Joel Live in Seoul ... 2008.11.15

Concert Reviews

by mikstipe 2008. 11. 1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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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조엘에 대한 개인적 추억은 매우 각별하다. 싱글 <Uptown Girl>을 통해 그의 존재를 처음 알았고, 그의 앨범 [An Innocent Man]을 개인 돈으로 처음 라이선스 테입을 구입했으며, 그 후 지금까지 꾸준히 좋아하는 남성 보컬리스트로 기억해오고 있기에, 그가 내한공연을 한다는 소식에 설렜다. 그리고 마침내, 원래 3일 연속으로 봐야 제대로 보는 시리즈 공연의 허리를 끊어먹고, 과감히 토요일은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으로 향하기로 결심했다.

인천에서 비싼 돈 들여서 외곽순환 고속도로를 타면 1시간이면 오던 올림픽 공원이 그 날 따라 왜이리 막히던지... 그리고 공연장 입구는 더 막혔다. 결국 도착해 차 세우고 아내와 함께 공연장에 입장한 것이 7시 40분...--;; 이미 그 날의 세트리스트는 3곡이 지나간 뒤였다. (결국 <My Life><Honesty>는 듣지 못했다. 흑...) 공연장 2층의 낮은 위치 좌석이었기에 보는데 큰 무리는 없었으며, 공연장의 사운드는 특별히 심한 울림 없이 안정된 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비록 공연의 초반부를 조금 놓쳤다고 하더라도,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New York State of Mind>가 흘러나오면서 공연장의 분위기는 점점 더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의 고향이 뉴욕 부르클린이라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얘기지만, 이 곡을 부를 때, 그는 진정으로 뉴요커다운 풍취를 우리에게 선사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날 공연에서 가장 큰 인상을 준 (그리고 최근 30주년 기념 음반이 국내에서도 발매된) 앨범 [The Stranger]의 타이틀 트랙 <The Stranger>는 첫 휘파람 소리부터 끝 휘파람 소리까지 하나도 틀림없이 재현하면서 무대에서 선보인 곡들 가운데 최고로 낭만적인 순간을 제공했다. (바로 전 일정인 홍콩에서의 세트리스트와 가장 다른 부분이었다.)
 
 

Billy Joel - Honesty (Live)

공연을 진행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피아노 앞에 앉아서 노래부를 수 밖에 없음에도 발라드 트랙들을 빼면 '로큰롤'의 필을 절대 잃지 않는다는 점이 항상 엘튼 존(Elton John)과 그를 영-미를 대표하는 양대 '피아노 맨'으로 만든 근본 이유다. 그렇기에 이 날 공연에서 그는 국내 팬들의 애청 발라드 외에도 <Allentown>, <Movin' Out>, <It's Still Rock And Roll to Me> 등 그의 정체성의 상징과도 같은 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 곡들을 모두 들려주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의 80년대 최대 히트 앨범 [An Innocent Man]에서는 (그가 여유롭게 핑거 스냅 사운드를 넣어주며 부른) 타이틀 트랙과 <Keeping The Faith>외에는 한 곡도 연주되지 않았다. 즉, 이 앨범의 대표적 3부작 - <Tell Her About It>, <Uptown Girl>, <The Longest Time> - 는 들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 추측이 가능하겠으나, 아마도 별도의 코러스 멤버들을 전혀 대동하지 않고 연주 멤버들이 보컬을 받쳐주는 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소화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객석에 앉은 상태에서 아내가 찍은 무대 위 모습)

하여간, 점점 고조되는 흥겨움 속에서 플로어 층의 관객들은 (전체 좌석제였음에도) 하나 둘 씩 자리에서 일어나, 앞에 가이드 라인 앞 공간으로 모여들었다. 공연은 자연스레 앞부분만 스탠딩 공연으로 돌변한 것이다. 그렇게 상황이 진행되자 경호 업체 측에서는 강제로 경고함으로써 그 관객들을 들여보내기 시작했는데, 이 모습을 지켜보던 빌리 조엘은 히트곡 <River of Dreams>를 하던 도중에 갑자기 연주를 중단해 버렸다. 그는 "What's Going On? (무슨일이야?)"하고 외치더니,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던 관객들을 손짓으로 다시 앞으로 불러들였다. 사실 이 부분에서 나는 가장 감동을 받았다. 정말 관객과 함께한다는 것이 뭔지 아는 30년 경력 백전 노장만의 여유로움과 멋진 매너 아닐까?

이렇게 90분에 가까운 본편이 끝나고, 스탠딩 관객들과의 악수까지 하고 잠시 자리를 떴을 때, 3분간 객석은 앵콜을 외치는 함성으로 가득찼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나온 그와 밴드는 <Only the Good Die Young>으로 그 함성에 보답한 뒤, 모두가 기다리는 엔딩곡 <Piano Man>을 이어서 연주했다. 공연장 화면에는 친절하게 영문 가사가 자막으로 제공되었고, 공연장은 완벽한 '노래방'이 되었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의 근래 공연 가운데 최다 관객이 꽉꽉 들어찬 관중들이 다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를 따라 부르는 그 장관이란...... 나도 다시금 그 노랫말을 곱씹으며 감동에 젖었다. 언제봐도 멋진 노랫말이지만, 그의 뮤지션으로서의 정신을 상징하는 그의 자서전적 노래이기에 대미를 장식할 수 밖에 없었던 선택이었다.

비록 공연이 끝나고 올림픽 공원에서 빠져나가는 데만 50분이 걸리는 최악의 상황을 겪었음에도, 올때 예습용으로 가져온 그의 베스트 앨범을 다시 쭉 돌려들으니, 공연이 준 감흥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았다. 정말 너무나 오랜 세월 기다려 한국 땅에서 만난 빌리 조엘이었지만, 그 기다림이 충분히 의미있게 가슴에 남는 그런 무대여서 기쁜 공연이었다.

<Set List>
Angry Young Man
My Life
Honesty
Zanzibar
New York State Of Mind
Allentown
The Stranger
Just The Way You Are
Movin' Out (Anthony's Song)
An Innocent Man
Keeping The Faith
Don't Ask Me Why
The River of Dreams
Highway to Hell
(그가 기타를 치고, 로다이 출신
객원 보컬이 불렀음)

We Didn't Start The Fire
It's Still Rock and Roll to Me
You May Be Right

(Encore) Only The Good Die Young
Piano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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