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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eme Live in Seoul .... 2008.12.13

Concert Reviews

by mikstipe 2008. 12. 14.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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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익스트림(Extreme)이 온전한 밴드의 모습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비록 누노는 자신의 밴드나 프로젝트를 이끌고 2번 먼저 한국을 방문했었으나, 그와 함께 드라마가즈(Dramagods)에서 활동했던 드러머 케빈 파궤이레두(Kevin Pigueiredo)를 새 멤버로 맞은 것을 빼고는 원년멤버 그대로 이들이 최초로 한국 땅에서 공연을 갖게 된다는 소식은 일찌기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전광판 광고로 지겹게 홍보되었고, 이후 10월 1일부터 2개월에 걸쳐 실시된 예매도 멜론 악스(Melon-Ax)의 2층석이 이미 매진될 정도로 호조를 보였기에, 과연 공연장에 어느 정도 관객들이 모일지 심히 궁금했다. 예상대로 공연장 앞은 주차장에 못들어가고 헤매는 차량들이 줄을 이을 정도로 장사진이었고, 지난번 MSG(마이클 쉥커 그룹)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스탠딩석까지 사람들이 콘솔 앞 범위까지 꽉 들어찼다. 놀라운 것은 그 가운데 20대 초-중반의 팬들도 은근히 많았다는 점이다. 결국 이들이 중학생 때 정도에 익스트림에 빠졌다는 얘기가 될텐데... 생각보다 이들의 한국 팬층의 연령대가 넒음을 확인시켜주었다고나 할까. 



Extreme - Mutha (Don't Wanna Go to School)

  맨 앞까지는 같이 온 사람들의 간식 구매로 인해 비집고 가지 못하고, 우측 한 가운데에서 공연을 볼 결심을 하고 서있었는데, 시작시간보다 10분도 딜레이되지 않고 공연이 시작되면서 첫 곡 <Decadance Dance>의 전주가 흘러나오는 순간, 관객들은 처음부터 완전히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0여년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탄탄한 팔 근육을 자랑하며 첫 곡부터 무대를 방방 뛰어다니는 게리 세론(Gary Cherone)의 액션과 원곡의 연주를 능수능란하게 풀어내는 누노 베텐커트(Nuno Bettencourt)의 화려한 연주로 공연장의 관객들은 완전히 광란의 반응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3곡이 끝나고 누노는 웃통을 벗어제치고 연주를 하기 시작했으니, 여성 팬들 많이 흥분했으리라...^^;)


  일단 공연의 전반부는 그들의 히트곡들과 신보 [Saudades De Rock]의 수록곡들이 골고루 배열되어서 이 공연이 아무리 한국 팬들에겐 처음 보는 무대라 해도 자신들의 신보 홍보 투어임을 적절히 확인시켜주었다. 과연 신보를 구입하고 공연장에 온 팬들이 얼마나 될 지는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신보의 전반부 수록곡들은 과거 전성기에 그리 모자라지 않는 활력과 그루브를 가진 곡들이라 생각했었기에, <Comfortably Dumb>이나 <Star>는 그들의 기존 히트곡 속에 들어가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공연을 보고 나서 이들의 신보를 살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 같다는 예상도 잠시 해봤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즐거웠던 것은 1집의 히트곡들 - <Kid Ego>, <Little Girl> 등을 메들리로 쭉 풀어내 준 이들의 센스였는데, 이들의 공식 데뷔곡이었던 영화 '빌 & 테드의 엑셀런트 어드벤쳐(Bill & Ted's Excellent Adventure)'의 삽입곡 (물
론 CD버전 1집엔 들어있다. 그러나 LP엔 없었다.) <Play With Me>
까지 함께 풀어내면서 이들의 초기 히트곡들을 AFKN에서 보며 '흠, 괜찮은 밴드군' 했었던 개인적 추억도 다시금 되새기게 해주었다.

  중반부로 접어들어 게리가 잠시 무대 뒤로 들어간 사이, 누노와 나머지 멤버들은 어쿠스틱 세팅으로 전환한 뒤에, 4집 [Waiting For The Punchline]에 담겨있었던 어쿠스틱 기타 중심의 연주곡 <Midnight Express>를 화려하게 뽑아냈다. 그리고 게리의 등장과 베이스, 드럼의 퇴장... 그것은 공연장에 있는 누구라도 다음 곡을 쉽게 알아채게 했다. 바로 <More Than Words>. 이 순간에는 노래의 절반 이상은 실질적으로 관객이 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국민적인 히트곡이었으니 오죽했겠느냐만, 그래도 관객들의 완벽한 '떼창'에 밴드 멤버들도 감동한 분위기였다.

  후반부에서는 3집의 수록곡 <Cupid's Dead>와 신보에 담긴 록커빌리 풍의 트랙 <Take Us Alive>로 다시 제대로 흥을 띄운 뒤, 누노 솔로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2집 수록 솔로 연주 <Flight Of The Wounded Bumble Bee>가 그의 기타 속주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원래 앨범에선 이 뒤에 <He Man Woman Hater>가 이어져야 맞겠지만, 어제 공연에서는 <Get The Funk Out>으로 바로 넘
어갔다. 처음부터도 이미 공연장의 흥은 절정가까이 다다랐지만, 본편의 마지막 트랙임을 직감했는지, 관객들은 확실한 절정의 호응으로 그들의 화려한 무대에 응답했다. 그리고 무대로 멤버들이 사라진 뒤에 몇 분간 끊기지 않고 이어진 앵콜의 환호...

  다시 무대에 올라온 밴드는 3집의 후반부 대표곡 <Am I Ever Gonna Change?><Hole Hearted>로 관객의 환호에 보답했다. 그렇지만, 2곡의 앵콜로 만족할 수 없는 관객들은 계속 자신들의 애청곡의 제목을 외쳐댔고, 그 속에서 잠시 '작전회의'를 무대위에서 가진 이들은 2곡의 앵콜곡을 더 쏴주었다. 3집의 첫곡 <Warheads>가 울려퍼졌고, 그리고 개인적으로 1집에서 가장 좋아했던 <Mutha (Don't Wanna Go to School Today)>를 마지막 트랙으로 들을 수 있었음에 기쁨에 넘쳐 나도 목놓아 후렴구를 따라불렀다.

  거의 2시간에 가까운 팬들의 열광적 호응에 멤버들은 모두 진심어린 끝 인사로 'We'll come back very soon"라고 말했다. 마치 지난 펜타포트에서 한국 팬들의 열광에 감동해 다음에 꼭 오겠다고 약속했던 (그리고 오늘 공연장 앞에 내년 3월 1일 공연 예매 공지 포스터가 붙은) 트래비스(Travis)처럼, 이들의 말도 앞으로 아시아 투어에서 절대로 한국을 빼놓지 않겠다는 약속처럼 들렸다. 비록 게리의 보컬의 초반부에는 좀 힘겨워하는 모습이 보였고, 전체적 사운드 보드 어레인지가 후반부로 갈 수록 자꾸 고음 위주로 뭉개지는 부분은 조금 아쉬었지만, 이번 그들의 첫 내한공연은 세월을 뛰어넘어 90년대 공연 비디오에서 보던 이들의 열정을 그대로 무대위에 재현해준 올해 베스트 5에 들고도 남을 열정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최상의 무대매너를 보여주는 록 밴드와 그에 맞춰 최상급의 호응으로 화답한 관객이 함께 만들어낸 12월의 열기는 그간의 스트레스를 일순간에 날려버릴 만큼 화끈했기에, 돌아서는 발걸음도 너무나 가벼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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