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보아(BoA)에 이어서 이번에는
원더 걸스(Wonder Girls)와
2PM까지 뉴욕에 있는 MTV 공개홀을 활용해
MTV IGGY에서 제작되는 프로그램을 찍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그들의 모습이 뉴욕 거리 전광판에 비춰진것까지야 선전했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이걸 미국인들이 제대로 지켜 보기는 하고 있는 것인가 싶다는 의문이 든 것이다. 그래서, 관련 정보들을 뒤져서, 이
MTV IGGY라는 존재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파혜쳐 본 결과를 적어보고자 한다.
1. MTV IGGY는 TV 채널이 아니라 블로그식 뮤직 웹사이트, 그리고 프로그램 이름이다.
MTV IGGY의 주소는
http://www.mtviggy.com 이다. 일단 관련 촬영, 기사 취재 범위를 모두 다 미국에서 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일단 미국에서 운영하는 것은 맞아 보인다. 그러나, 아직
MTV IGGY는
MTV2, MTV3 등등 MTV의 서브 채널도 아니고, 그렇다고 (
그 다루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MTV의 아시아 지부가 주최가 된 채널은 더더욱 아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은 MTV의 메인 사이트에서 다른 수 많은 국제 채널, 서브 채널 디렉토리가 존재함에도, 아직 이 이름은 그 리스트에 없다. 결국 채널이 아니라, 웹 페이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럼 TV채널도 아닌데, 독립된 사이트를 꾸린 이유는 무엇일까?
MTV IGGY는 애초에 블로그의 포맷으로 만들어진 웹 사이트로서, 몇 명의
컨트리뷰터(Contributor - 마치 우리식이라면 오마이 뉴스의 시민기자 식으로 MTV가 임명한 사람들이다.)들에 의해 움직여진다. 여기에 올라오는 컨텐츠들은 MTV의 이름을 걸고는 있지만 아직 전체적으로 MTV의 지원을 받고 있다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가 그 점이다. 결국 그 컨트리뷰터들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구체적 소스가 전무한 상태에서 이 사이트에 올라온 정보들을 모두 MTV의 관심이 반영된 것이라 단정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물론 이 사이트를 통해서 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 30분짜리 프로그램은 호주의
MTV와, 영국의
MTV Base(10대-20대 초반을 겨냥한 팝-록-힙합-월드뮤직 전문 채널), 그리고 미국의
MTVU(미국 대학가를 겨냥한 채널로 독자 프로그램 편성이 많다.)에서 방영중이다. (
앞으로 일본, 한국에서도 올 여름 안에는 지역 채널 속에 이 프로그램이 편성될 것이다.) 결국 이걸 TV채널로 본 사람들이나 보아나 원더걸스의 존재를 살짝이나마 파악했을거란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이
MTV IGGY의 프로그램이 MTV 미국 본 채널 1,2,3에서 방영되었다는 얘기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IGGY on TV] Episode 8
2. MTV IGGY는 다분히 인터넷을 즐기는 세대,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을 위해 특성화된 공간이다.
사이트에 올라있는 TV방영용 동영상을 보면, 네티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문화와 음악 관련 소식들을 전한다. 그런데, 희안하게 사이트에 올라있는 태그에는 아시아 관련 음악, 문화 정보들이 도배되어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 우리는 이 사이트가 생기기 이전에 MTV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정책을 폈었는지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2005년과 2006년에 MTV는 다인종국가인 미국의 특성에 걸맞게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위한 독립된 음악 채널을 케이블에 추가했다. 바로 MTV Desi(동남아시아계 미국인들을 위한 채널), MTV Chi (중국계 미국인용 채널), MTV K(한국계 미국인용 채널)이 내리 만들어진것이다. 그러나, 이 채널들은 애초에 목표한 만큼의 수지타산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2007년 이후 다 방영이 중단되었다. 그러나, MTV 측에서는 더욱 다양한 시청자들을 자신들의 사정권에 묶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기에, 이번에는 비용이 다분히 적게 드는 인터넷 웹 사이트를 통해서 이를 실현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아시아 뮤지션들을 섭외를 하는 것일테고, 그 손길을 미국 법인을 세운 SM이나 JYP는 다른 아시아 연예 기획사들보다 빨리 덥석 잡은 것 뿐이라 생각한다. (근데, J-Pop 뮤지션들이 여기를 아직 별로 안 물고 있다. 우리는 굳이 저런 무대에 끼지 않아도 메이저 무대를 노릴 수 있다는 그들의 자신감인가?)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 사이트와 관련 프로그램에서 조명되었다고해서, 이것을 미국인 전체가 보고 주목하고 있을 거라는 착각(!)은 버리라는 것이다. 이 사이트의 성격상, 이 프로그램들을 보고 열광할 시청자층은 아시아계 미국인 10대, 그리고 대학생들 뿐이다. MTV는 사실 이 사이트의 성공여부를 근거로 다시 아시아 팝 채널을 만들까 말까를 재고 있다고 봐도 되는데, 그 시험 무대에 끼었다고 우리가 너무 흥분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3. 문제는 MTV IGGY가 아니라, 그걸 이용해먹는 기획사와, 그걸 정리없이 전하는 국내 언론이다.
사실 전 세계에 100개 가까운 채널을 보유한
비아콤(Viacom)에서 이런 사이트 굴리는 건 식은 죽 먹기다. 게다가 전문 기자까지 배치할 필요가 없고, 녹화 장소만 폼 나게 뉴욕 MTV공개홀만 이용하게 해주면 간단하게 끝나지 않는가.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나온것도 일단 그 시간에 찍고 있으니까, 그냥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봐야 한다. 섭외한 게스트에 대한 예의일 뿐이다.) 그리고, MTV의 이런 전략도 나름대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SM이나 JYP의 미국 법인도 이 사이트를 통해 홍보하겠다는 전략 자체를 나쁘다고 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좋은 방법이긴 하다. 틈새 시장의 공략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교포들과 아시아계만 모이는 단독 공연에만 돈 쏟아붓기 보다는 현명한 방법이다. 장기적으로 그들이 노리는 목표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사이트가 가진 아직 미미한 홍보력을 갖고 그 쪽에 홍보하는 것보다 오히려 우리나라에 홍보하고 싶어하는 의도를 두 기획사가 갖고 출연에 올인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 (회사 주식 올리고 싶어서?) 원더 걸스가 그 무대에 섰다고, 과연 미국의 젊은이들이, 굳이 줄여 아시아계 젊은이들이라 해도, 그들에게 호감을 보이고 환호한 것으로 봐야 할까?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실제 동남아 청춘들의 환호와 미국계 동남아인들의 환호가 꼭 같을거라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그걸 기획사의 보도자료 준 걸로 그냥 두서없이 보도하는 우리 인터넷언론과 스포츠 신문들이 더 문제일지도 모른다.
[원더걸스, MTV출연으로 타임스퀘어 전광판에!]라는 식으로 기사를 써놓으면, 과연
MTV IGGY와
MTV를 구별할 국민들은 과연 몇이나 있을 것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