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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ia Keys - The Element of Freedom (Deluxe Edition)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09. 12. 3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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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소니뮤직에서 발매한 본 앨범의 라이선스반 해설지 내용입니다.

2000년대 R&B를 대표하는 블랙 팝 디바 겸 싱어 송라이터 알리시아 키스(Alicia Keys),
고유한 그녀 음악의 매력과 변화를 향한 의지를 결합한 새 앨범
「The Element of Freedom」


  데뷔 앨범 「Songs In A Minor」(2001)과 데뷔 싱글 <Fallin’>을 통해 평론가들의 극찬과 환호를 동시에 얻어내며 스타덤에 오른 알리시아 키스는 2집 「The Diary of Alicia Keys」(2003)와 「Unplugged」(2005)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네오 소울의 등장 이후 지속된 고전적 소울의 복고주의의 매력을 가장 대중적으로 잘 풀어낸 음악성으로 계속 흑인 음악 씬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리고 1, 2집과는 사뭇 다르게 어번 힙합의 비트를 가미해 변화를 꾀했던 3집 「As I Am」(2007)역시 그녀가 쌓은 명성을 충실히 이어갔던 ‘성공작’이었다. 평론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고, 싱글 <No One>은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차지했고, 비록 1집과 2집의 그 엄청난 판매고에는 따라가지 못했다 하더라도 세계적으로 600만장이라는 충분히 위력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그리고 그 투어의 일환으로 한국 팬들은 그녀의 첫 번째 내한공연을 통해 그녀의 열정의 무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직 음악적인 부분에만 집중했을 때, 지난 앨범은 알리시아 키스의 음악을 데뷔 시절부터 좋아했었던 팬들의 의견이 약간은 서로 갈렸던 작품이기도 했다. 어떤 팬들은  <No One>에서 드러났던 강한 어쿠스틱 힙합 비트에 찬사와 환호를 보냈었지만, 일부 팬들의 경우 그녀가 트렌드를 의식한 것이 아닌지, 그녀가 자신이 데뷔하면서 인정받았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인 ‘감성적인 섬세함’이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쉽게 말하면 새로운 시도 속에서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였다.

  그래서 이번 앨범 발매를 앞두고 그녀가 언론에 던진 새 앨범 「The Element of Freedom」에 대한 그녀의 설명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새 앨범은 다양성을 가진 작품이지만 그 곳에는 ‘균형’이 있어요. 한 쪽에는 강한 부분도 있겠지만, 다른 한 면에는 쉽게 깨질 것만 같은 여린 부분도 있거든요. 친밀하고 섬세함을 갖고 있다는 거죠.” 결국 그녀의 1, 2집의 음악을 더 좋아했던 팬들에게나, 또는 3집에서의 알리시아 키스의 변화를 더 좋게 생각하는 팬들에게나 모두 만족을 줄 수 있는 접점을 찾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녀가 발견했다는 접점이란 과연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그녀는 그 해답을 바로 앨범의 제목에 들어있는 ‘자유(Freedom)’이라는 단어에서 찾은 것 같다. "이 음악들은 감정적이고 여리게 들릴 수 있겠지만, 그 안에 일종의 ‘자유’가 있어요. 전 그것을 설명하는 데 이 단어보다 더 나은 단어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모든 노래들이 다른 텍스쳐와 사운드를 활용하고 있지만, 그 밑바닥에는 ‘자유로움’이라고 하는 전체적 흐름이 있어요. 그것이 제 인생에서 현재 내가 있는 위치를 설명하는 주제일 겁니다."
 
  그리고 그녀는 새 앨범을 제작하면서 진정한 '음악적 자유'를 위해 스스로 겪어야 할 변화의 과정을 기꺼이 감수했다. "지난 앨범은 제게는 매우 어려웠습니다. 제가 음악 비즈니스 속에 있으면서 상대하는 사람들 중에 진정으로 내 편이 아니라 그들의 의도와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과 상대하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 시기였어요. 이에 맞서 내 자신을 찾는 과정에서 무리도 하게 됐고 긍정적인 성격이었음에도 그 때 상황은 모든 게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전 이제 잠시 멈춰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도달해야 할 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죠. 결국 변화해 가는 과정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건 아님을 알았어요. 내가 행복과 자유를 느낄 수 있도록 내가 변화해야 할 부분들이 있음을 알았고, 그 변화를 받아들였습니다." 결국 지난 앨범이 자신의 음악적 자유와 변화를 위한 과정의 불완전한 산물이었다면, 이제 이번 앨범에서는 그 변화가 완성과 정착되었음을 우리는 그녀의 말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녀가 추구한 음악적 자유, 그리고 그녀의 기존 음악적 장점이 조화를 이룬 4번째 정규 앨범

  전작의 프로듀서들이었던 케리 브라더스(Kerry "Krucial" Brothers)를 여전히 파트너로 삼아, 어떤 사전 계획도 없이 뉴욕 롱 아일랜드에 있는 오븐 스튜디오(Oven Studio)에 들어가 (휘트니 휴스턴의 새 앨범에 참여해 <Million Dollar Baby>를 만들고 함께 노래한 것, 그리고 제이 지의 앨범 「Blueprint 3」에 그녀가 작곡 파트너와 피쳐링으로 참여해 No.1 싱글로 올려놓은 <Empire State of Mind>를 제외하고) 천천히 작업에만 몰두했다. 자신이 첫 앨범을 작업하기 위해 스튜디오에 들어가던 그 때의 기분처럼, 누구에게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가 아닌,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상태를 담기 위해 아무런 사전 작업 없이 그 곳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들을 듣고, 세션을 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리듬과 곡조들을 바탕으로 이번 앨범에 수록된 음악들을 하나씩 만들어 갔다. 

  그 결과, 앞서 언급했던 대로 이 앨범은 1-2집의 매력과 3집의 매력 사이의 균형이 앨범 전체에서 잘 이루어졌음을 확인하게 된다. 비트에 살짝 밀린 듯했던 피아노의 역할도 (곡마다 편차는 있지만) 어느 정도 제자리를 찾은 것, 그리고 멜로디 메이킹에서 보여주는 일종의 차분한 섬세함이 1-2집의 그녀를 닮았다면, ‘클래식 소울’이라는 고정된 틀에 얽히지 않는 각 트랙의 ‘자유분방함’은 3집과 빼닮은 부분이다. 그러나 그 자유는 결코 ‘방종’으로 치닫지 않는다. 특히, 그녀의 목소리는 3집에 비해서 확실히 ‘힘을 뺀 여유’를 느끼게 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자체에 신경을 쓰다가 살짝 놓쳤던 그녀 특유의 여유로운 매력이 잘 살아있다는 의미다.

  지난 9월에 미리 인터넷에 공개되었던 첫 싱글 <Doesn't Mean Anything>은 어쩌면 이번 앨범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트랙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명히 <No One>에서 느꼈던 어쿠스틱 드럼 비트가 상존하는데, 그 곡처럼 알리시아는 힘을 내어 자신의 변화를 팬들에게 강조하려 들지 않는다. 그것이 이 곡을 3집의 곡들과 다른 매력을 갖게 만드는 요인이다. 최근 공개된 싱글 <Try Sleeping With A Broken Heart> 역시 마치 80년대 팝송을 듣는 듯한 건반 사운드를 배경으로 역시 드럼 루프의 힘이 강조되지만, 멜로디의 매력은 오히려 강조되어있다. 

  이와 같이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업비트를 가진 트랙에서나, 차분한 느낌의 소프트 R&B 트랙에서나 그녀가 그간의 노력을 통해 획득한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먼저 <Wait ‘Til They See My Smile>에서 춤추는 그녀의 건반 연주와 편안한 보컬의 호소력, 살짝 트렌디함도 살렸지만 여전히 기조는 알리시아 키스 스타일의 소울인 <Untinkable (I'm Ready)>, 동시대의 인기 경쟁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력상으로 분명히 선배급인 R&B 디바 비욘세(Beyonce)와 함께 펼치는 매력적인 콤비네이션인 <Put It In A Love Song>, 그녀가 항상 존경해 왔던  프린스(Prince) 타입의 리듬과 비트를 구현해낸 <This Bed>, 앞서 언급했던 제이 지 앨범 속의 히트곡 <Empire State of Mind>의 속편 <Empire State of Mind (Part 2)>의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곡 전개의 매력은 앨범의 밝은 부분들을 대표한다.

  한편, 여전히 그녀가 내세우는 업비트가 살짝 불만스러울 분들, 특히 <If I Ain't Got You>와 같은 매력을 원하는 팬들을 위해서는 몇 곡의 아름다운 어쿠스틱 분위기의 발라드 트랙들이 준비되어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그녀의 감성적인 어쿠스틱 피아노 연주가 중심이 되어 깔끔한 매력을 선사하는 <That's How Strong My Love Is>는 그녀의 팬들이라면 바로 매료될 만한 앨범의 베스트 트랙이다. 조금 비트가 있긴 하지만 그녀 특유의 멜랑콜리가 잘 구현된 <Like The Sea>와 <Distance And Time> 역시 앨범 편곡의 핵심은 그녀의 피아노가 전하는 잔잔함에서 찾을 수 있기에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이 스페셜 에디션의 경우에는 2곡의 보너스 트랙 – 후렴 부분의 행진곡 풍의 비트가 곡의 특별한 텐션을 주는 <Through It All>, 여백을 치고 들어가는 기타 연주의 멜랑콜리와 중반부에 격렬해지는 스트링 섹션, 그리고 그녀의 유연한 감정 표현이 잘 융합된 발라드 <Pray For Forgiveness> - 과 그녀가 스튜디오 안에서 피아노 연주를 바탕으로 한 어쿠스틱 연주로 편안하게 들려주는 이번 앨범의 수록곡 - <Doesn't Mean Anything>,  <Try Sleeping With A Broken Heart>, <Empire State of Mind (Part 2)> - 과 <No One>의 라이브 영상, 그리고 <Doesn't Mean Anything>의 뮤직비디오가 수록되어있다.

  뮤지션으로서 음악적 자유를 찾고 진정 원하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뮤지션의 당연한 염원이겠지만, 그 자유를 이뤘다고 해서 얄궂은 대중은 그 아티스트의 결과물에 무조건적인 환호를 보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진심은 통한다’는 말이 있듯, 이번 앨범에서는 그녀의 변화와 자유에 대한 의지가 분명 그녀의 진심임을 음악 그 자체를 통해 우리에게 확인시켜준다. 그 속에 정말 ‘알리시아 키스다운 무엇’이 들어있기에, 이번엔 분명 모두가 그녀의 진심에 공감하리라 100% 확신한다.


2009. 11 글/ 김성환 (Music Journalist – 뮤직매거진 ‘Hottracks’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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