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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2-3일차 관람기....

Concert Reviews

by mikstipe 2010. 8. 1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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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마저 안 쓰고 왜 이제야 쓰냐고.. 게으르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다른 일 땜에 쓸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제 마저 쓴다. 기억에도 남겨놔야 하고, 칼을 뽑았으면 끝내놔야지.

1. 둘째날은 미리 밝혀둔 바이지만, 솔직히 별로 볼 팀이 없었다. 서울에서 거의 2시 반-3시에야 출발을 했고, 밤에 잘 숙소를 잡느라 이천 읍내를 먼저 들렀다 와서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가 다되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을 좀 봤는데, 사실 그들의 대표곡 3곡 말고는 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후 아는 분이 워낙 안흥찬씨와 친한 편이고, 그리고 그것 밖에 마땅히 볼 게 없어서 크래쉬쪽으로 옮겼다. 요새는 항상 앵콜곡이 되긴 하지만, 그들이 연주하는 <내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는 언제 들어도 좋다. 신해철의 버전보다.


2. 그리고 다시 언니네 이발관으로 넘어왔지만, 그 앞에서 맥주 1500을 마시고 이미 취해서, 콘솔부 뒤, 사람들이 없는 쪽에 돗자리를 깔고 지인 두분이 저녁거리 사오는 동안 언니네의 음악을 들으며 잤다. 지난 번 그랜드민트 때처럼 듣는 이들 당혹스럽지 않게 해서 다행스러웠다. (그들은 그 때 5집 전곡을 순서대로 연주했다.) 순서대로라면 뮤즈매스를 보러 가야 했겠지만, 펫샵 보이스 만큼은 정말 앞쪽에서 보고 싶어 그냥 그 곳에 죽치고 있었다.

3. 둘째 날의 헤드라이너 펫샵 보이스... 그들의 라이브 앨범 해설지를 내가 쓴것이 정말 뿌듯할 정도로 공연은 그 세트리스트에 일부분만 살짝 수정된 모습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진행될 지 알고 본다고 해서 재미없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닐 테넌트는 중후하게 늙었지만 그에도 변함없는 멋진 목소리로 노래를 해주었고 (양복 입고 나온 그의 모습에선 왠지 로비 윌리엄스보다 더 강한, 섹시한 포스가 풍겼다. 그 모습에 그가 게이임을 아쉬워하는 여성팬들이 얼마나 많았을까나?) 크리스 로우는 수많은 영상들에서 보듯 자신이 서 있는 디제잉 박스 앞에서 연주에 충실했지만, 그 역시 멋졌다. 정말 록 페스티벌에 최근 몇년간 와서 블랙 아이드 피스 때 이후 최고로 방방 뛰면서 공연을 즐겼던 것 같다. 잠시 내 나이를 잊을 수 있었던, 비록 눈물까지는 흐르지 않았어도 감격스러운 순간을 난 경험했다.



4. 애초에 예약해놓은 이천 읍내 숙소로 이동해 치킨과 보쌈을 야참으로 시켜 먹고 잤다. 작년에 구두 예약만 했다가 막상 가니 방이 다 차버려 놓친 그 모텔의 특실에서 남자 4명이 잤다. 시설이 매우 깨끗해서, 앞으로 이천을 갈 때는 자주 애용하게 될 것 같다. 모텔이 제공해준 무료 팥빙수도 감사!

5. 다음 날 지산 밸리 근처로 오다가 아는 분이 소개해서 간 보리밥집... 맛 짱, 메뉴 짱이었다. 가격도 그 정도면 적당했고... 그 맛 땜에 거기를 들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6. 다시 페스티벌 현장에 도착하니 2시... 사람들을 졸라서 타루를 보러 가자고 꼬셨다. (왜 타루냐는 핀잔도 있었지만, 이미 스키조를 놓친 우리 사진 담당자님은 결국 그녀를 무대 뒤에서 잘 찍어왔다.) 일본 연주자들이 세션해준 음반에서보다는 라이브 밴드의 사운드가 약간 떨어지는 감은 있었지만 타루는 과거 멜로디 시절에 비해서 더 귀여워지고 예뻐졌다. 홍대 여신...어쩌고는 다 개드립이라 해도, 그래도 그 가운데 생각이 제대로 박혀있다는 느낌이 그녀에게서 들었다.


7. 근데 공연 보는 동안 햇볕이 너무 뜨거워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 되었다. 그래서 양측 스테이지 중간 언덕 어딘가에 돋자리를 펴고, 또 한 숨 잤다. (이번엔 참 열심히도 자는군...) 멀리서 들려오는 하이터스(The Hiatus)의 노래를 들으며, 과연 엘르가든의 미래는 어찌 될 것 인가에 대해 궁금함을 더 갖게 되었다.

8. 데뷔 후 15년만에 한국에 처음 선 써드 아이 블라인드는 신나게 연주해주기는 했는데, 보컬 스티븐 젠킨스의 가창력은 음반에서보다는 안정되지 못한 감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그루비한 리듬감은 항상 탄탄했기에 공연은 무난하게 흘러갔다. 하이터스의 리드 보컬이 끝 곡에서는 함께 올라와 노래하기도 했다. 어쨌건 <Semi-Charmed Life>를 라이브로 들으며 따라 부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걸로 만족.


9. 쿨라 쉐이커의 공연은 사실 끝까지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지난 번 펜타에서의 첫 내한공연을 못본 아쉬움은 충분히 보상되었다. 역시 예상대로 신보의 곡들도 많이 소화했다. 2010년대에도 저렇게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끌어올 수 있는 그들의 배짱과 지조는 인정! 연주도 참 잘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분위기를 신나게 끌고 가는 '방방뜨는' 밴드가 아님을 안보신 분들은 명심하실것!


10. 여러분들이 가장 기대했던 공연 중 하나인 코린 베일리 래... 정말 배우자의 사망을 겪은 사람 맞나 싶게 무대 위에서만큼은 밝고 즐거운 표정과 목소리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정말 무대 세팅 맘에 안드는 세컨 스테이지였지만, 코린의 공연은 최고였다.  관객들이 다 같이 <Put Your Records On>의 후렴을 따라 불렀던 순간을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다. 비록 사람들이 야금야금 뮤즈를 보기 위해 빠져나가긴 했지만, 그것이 결코 공연장의 분위기를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11.  마지막 날의 마지막 무대... 뮤즈... 내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셈이라, 관객들의 '집단광기'를 싫어하시는 모 지인분과 나를 제외하고는 다들 앞으로 나갔다. 난 그냥 그 자리에서 보다가 중간에 비가 잠시 내려 뒤쪽 천막으로 피했다, 이리 저리 움직이며 봤다. 정말 '21세기의 아트록과 댄스록을 한데 버무린 밴드'가 된 이들의 연주는 트리오로서는 러쉬가 부럽지 않은 완벽한 사운드를 냈다. 주변 일부 관객들의 과도한 흥분은 내가 보기에도 꼭 좋아보이지는 않았지만, 같이 본 지인들 모두 (특히 여성동지들) 매튜가 더 멋있어졌다고 흥분했다. 그 옛날 듀란 듀란 이후 이렇게 여심을 사로잡는 록 밴드는 정말 오랜만인듯. 관조하면서 봤지만, 연주 잘하고 좋은 무대를 보여주는 밴드임은 분명했다.




12. 공연이 다 끝나고 주최측은 엄청난 불꽃을 하늘에 퍼붜주었다. 하지만 공연장 일부 구역 바닥에 누군가가 '엠넷 개XX들'이란 스프레이 낙서를 했다는 것도 주최측은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13. 결국 인천 귀환 월요일 오전 3시... 그러고 8시까지 출근... 결국 월요일은 맛이 간 하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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