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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 Bareilles - Kaleidoscope Heart (소니 뮤직 해설지)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10. 10. 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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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글은 한국 소니뮤직에서 발매한 해당 앨범의 국내반에 담긴 제 해설지입니다.


<Love Song>으로 2000년대 말 여성 싱어송라이터 씬의 새로운 별로 떠오른 뮤지션,
사라 바렐리스(Sara Bareilles)가 들려주는 두 번째 멜로디의 향연,
「Kaleidoscope Heart」

# 벅스 뮤직 사라 바렐리스 해당 앨범 페이지 : http://music.bugs.co.kr/album/237969

  1990년대 릴리스 페어(Lilith Fair)라는 축제로 대표되었던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맹활약은 2000년대, 그리고 2010년대에 와서는 비록 과거와 같이 커다란 물결처럼 번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꾸준히 그 길을 따르는 후배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은 인디 씬과 메이저 씬 양측에서 등장했다. 그 중에도 2000년대 후반 사라 바렐리스(Sara Bareilles)의 성공은 2000년대 후반 미국 포크 록 여성 싱어송라이터 씬이 거둔 가장 큰 대중적 성과로 볼 수 있다.

  사실 1990년대 릴리스 페어 군단들의 큰 물결이 지나간 이후 등장하는 신예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은 대체로 두 가지 스타일을 견지하고 있다. 조운 바에즈(Joan Baez), 조니 미첼(Joni Mitchell) 등의 여성 포크 싱어송라이터들의 뿌리에서 출발해 세릴 크로우(Sheryl Crow), 주얼(Jewel) 등으로 이어졌던 기타 중심의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흐름이 있었다면, 사라 바렐리스는 캐롤 킹(Carole King)을 시작으로 이미지가 형성되어온 피아노 중심의 여성 싱어 송라이터의 계보를 잇는 존재로 볼 수 있다. 그녀의 음악 스타일 역시 마치 토리 에이모스(Tori Amos)의 음악 속에 담긴 단아한 부분, 노라 존스(Norah Jones)의 음악 속에서의 고풍스러움, 그리고 피오나 애플(Fiona Apple)이나 바네사 칼튼(Vanessa Carlton)의 음악 속의 건반이 만드는 리듬의 그루브가 결합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07년 말 발표된 그녀의 데뷔작 「Little Voice」가 히트작이 되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국인들의 기준으로) 살짝 더 대중적 친밀함을 표현할 수 있는 그녀의 멜로디 제조 능력 때문이다. 또한 현재까지 그녀의 대표곡으로 자리 잡고 있는 <Love Song>이 단적으로 보여주듯, 쉽게 성인 대중에게 어필할 멜로디와 페스티벌의 흥겨움에도 충분히 적응할 만한 그루브, 그리고 1990년대 이후 대중적 여성 싱어 송라이터의 미덕이 되어버린 일상과 사랑에 대한 사색적이지만 정치적이거나 지나치게 진지하지는 않은 가사의 온건함이 더해져 현재의 그녀의 대중적 인기를 확보한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미국 여성 싱어송라이터 씬의 새로운 기대주로 성장한 사라 바렐리스의 음악 여정


  1979년생으로 올해 우리 나이로 31살이 된 사라 바렐리스는 캘리포니아 유레카(Eureka) 태생으로, 카톨릭 가정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학교 합창단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에서 재능을 보였던 그녀는 학교에서 지역사회를 위해 공연한 뮤지컬에서도 활약했다. 그리고 졸업 후 UCLA대학 재학시절부터 아카펠라 그룹 어웨이큰 아 카펠라(Awaken A Capella)를 결성해 교내 대학생 음악 경연대회에서 2번이나 우승을 이끌어냈다.


  2002년에 대학교를 졸업한 후, 사라 바렐리스는 로스 앤젤레스의 호텔 바나 클럽들을 전전하면서 자신의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 기간 동안 두 개의 데모 테이프가 완성되었고, 이 곡들을 바탕으로 그녀는 2004년 타이니 베어(Tiny Bear)라는 인디레이블에서 첫 앨범 「Careful Confession」을 발표했다. 이 앨범에는 그녀가 인디 영화 ‘Girl Play’에서 직접 출연해 불렀던 <Undertow>와 그녀의 초기 대표 싱글 <Gravity>(이후「Little Voice」에도 다시 녹음되어 수록되었다) 등이 담겨 있었다. 이 음반이 인디 씬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그의 가능성을 본 에픽(Epic) 레이블의 A&R 담당자 피트 기베르가(Pete Giberga)는 2005년 그녀와 계약을 맺고 그간에 만든 곡들을 더욱 잘 다듬고 새 곡을 작업할 시간을 1년간 주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디 데뷔작에 수록된 6곡의 새 버전, 그리고 신곡 6곡을 합쳐 그녀의 메이저 데뷔작 「Little Voice」를 2007년 7월 발표했다.

  일단 아직 미국 전역에는 무명에 가까운 그녀는 일단 아쿼렁(Aqualung), 미카(Mika), 마룬 5, 파올로 누티니(Paolo Nutini)의 미국 내 투어의 오프닝을 담당하면서 자신을 알려나갔고, 미국 아이튠즈가 그녀의 싱글 <Love Song>을 1주일간 무료 다운로드 받는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본격적으로 인기는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45위로 빌보드 200 앨범 차트에 데뷔했던 이 작품은 서서히 인기가 상승하더니 2008년 벽두에 골드 레코드를 기록하면서 7위까지 올라왔으며, <Love Song> 역시 Hot 100 차트에서 4위, 어덜트 컨템포러리 차트 1위를 기록하면서 그녀의 이름은 마침내 세계 전역에 알려졌다. 2008년 10월에는 첫 라이브 패키지 「Between the Lines: Sara Bareilles Live at the Fillmore」가 공개되었으며, 두 번째 싱글 <Bottle It Up>과 <Gravity>의 새 버전을 홍보하는 지속적인 투어를 펼쳤다.   
 
사라 바렐레스 음악의 매력 포인트를 확실히 살린 2집 「Kaleidoscope Heart」  

  3년 만에 발표하는 그녀의 메이저 2집인 이번 앨범은 이미 작년 여름부터 작업에 돌입했고, 닐 애브론(Neal Avron)의 총 프로듀싱 아래 LA에 위치한 두 곳의 스튜디오에서 녹음과 믹싱이 이뤄졌다. 그런데 앨범 제목이 흥미롭다. ‘만화경 같은 마음’이라는 독특한 제목을 이번 앨범에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인터뷰에서 그녀는 “사실 전 앨범 수록곡들을 다 완성하기 몇 달 전부터 이 제목을 정했어요. ‘만화경’이란 단어가 주는 상상력이 전 맘에 들고, 제 마음 속을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표현이라 생각했어요. 만화경이란 혼란스러운 것을 당연히 그런 걸로 인식하도록 도와주는 도구잖아요. 적어도 보기 좋게는 만들어 주죠.”라고 설명을 했는데, 우리는 이 말에서 어느 정도 타이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성년으로의 첫 10년을 넘겨 30대를 맞이할 시기에 종종 느끼게 되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감정들, 특히 (사랑을 포함한) 인간관계와 주변 세상에 대한 감정들이 지난 앨범에 이어 이번 앨범 속에서도 여전히 그녀 음악의 주제다. 하지만 이를 어지러운 파편이 아닌, 매끈하고 깔끔한 하나의 음악적 틀 속에서 ‘아름다움’으로 표현하고 싶은 그녀의 의도를 담은 타이틀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전작에 비해 대중적인 멜로디 라인은 훨씬 명확하고, 편곡도 거창하게 하기보다 심플하게 가려는 의도를 보인다. 물론 앨범 발표 전에 먼저 공개된 <King of Anything>은 다분히 <Love Song>을 의식한 부분이 조금 보인다. 스트링과 혼 섹션까지 동원해 첫 싱글답게 대중의 귀를 단번에 사로잡아야 한다는 목표를 이 트랙에 부여했다는 생각도 든다. 과감히 피아노를 버린 록 트랙들 - 경쾌하게 달리는 포크 록/컨트리 록 트랙 <Let The Rain>, 어쿠스틱 기타와 하모니카의 매력이 잔잔하게 깔리며 그녀의 보컬을 감싸주는 <Basket Case>(그린 데이의 곡과는 동명 이곡임)은 전작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그녀의 새로운 매력을 부여한다.

 

Sara Bareilles - King of Anything (Live at Billboard)


  하지만 그 외의 대부분의 곡들은 건반을 기반으로 한 어덜트 팝-록의 기본 공식을 잘 따르며 오히려 멜로디를 강조하는데 집중한다. 오직 자신의 목소리 오버더빙을 통해 완성한 인트로 아카펠라 <Kaleidoscope Heart>에 이어지는 <Uncharted>는 기타 세션을 추가해 살짝 블루지함을 곁들였고, 그녀의 건반연주의 그루브가 초기 로큰롤 시대의 느낌을 끌어낸 <Gonna Get Over You>, 다분히 주류 팝 라디오의 지향까지 염두에 둔 어덜트 록 <Hold My Heart>, 벤 폴즈(Ben Folds)가 여성이었다면 만들었을 법한 대중적 로큰롤 <Say You're Sorry>, 그녀의 몸에 존 메이어(John Mayer)가 빙의한 듯블루지한 느낌과 클래식 소울의 감성까지 조화된 <Machine Gun>,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하모니카로 고전 포크의 감각을 입혀놓은 <The Light>, 재지한 그루브가 매력적인 <Not Alone> 등이 그런 트랙들이다. 무엇보다 국내 팬들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끌릴 곡은 마지막에 담긴 피아노 발라드 <Blue Bird>다. 가스펠 감성까지 담긴 이 곡을 듣고 있으면 그 보이스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다.

 

Extra Track 1:
Sara Bareilles
- Gotta Get Over You (Demo)


  사라 바렐리스는 이번 앨범으로 그녀의 매력이 결코 단발로 끝날 것이 결코 아님을 대중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더욱 원숙해졌음을 소리 그 자체로 증명하는 내용물로 보여주고 있다. <Love Song> 싱글 이외에 아직 그녀에 대해 자세히 몰랐었던 팝음악 팬들에게 이번 두 번째 앨범은 그녀에게 제대로 빠져들 수 있을 만한 괜찮은 앨범이라 생각한다.


 2010. 9 글/ 김성환 (Music Journalist – 뮤직매거진 ‘Hottracks’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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