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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n - Save Me San Francisco : Golden Gate Edition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10. 11. 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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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한국 소니뮤직에서 발매한 해당 앨범 국내반 해설지에 쓴 제 글입니다.

2000년대 아메리칸 록의 대표밴드 트레인(Train)의 2009년 복귀 앨범의 새로운 패키지,
흥겨운 6곡의 새 레코딩이 담긴 「Save Me San Francisco : Golden Gate Edition」

 
  2000년대를 넘어오면서 뮤직 비즈니스의 핵심은 어느덧 ‘피지컬 음반의 시대’에서 ‘다운로드의 시대’로 놀랄 만큼 빠르게 이행했다. 이제 아무리 한 장의 앨범을 열심히 구성해서 발표해도 그들의 진정한 팬들이 아닌, 유행하는 음악을 위주로 구매를 결정하는 평범한 음악 팬들은 아이튠즈(Itunes)나 아마존 MP3(Amazon MP3)에 들어가 본인들이 듣고 싶은 일부 곡들이나 며칠 전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감상한 최신 히트곡들만을 골라 다운로드를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사실 요새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은 앨범 판매만으로도 짭짤한 수익을 올렸던 선배 아티스트들에 비해 불만이 참 많다. 다들 싱글로 어떤 곡을 발표하는가와 상관없이 맘에 드는 곡을 선택하는 기준이 완전히 청취자 중심으로 바뀌어 버렸으니, 당연히 한 장의 앨범의 활동 수명은 단축되고, 결과적으로 앨범 판매 수익도 과거에 비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고 울상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시스템의 변화는 좋은 히트곡을 많이 만들어내는 아티스트들에게는 더욱 많은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는 기회이자, 오히려 한 앨범의 수명을 더욱 연장시켜주는 경우를 만들기도 한다. 팬들의 선호로 인해 마치 1960년대에는 비틀즈나 가능했을 것과 같은 여러 트랙들의 동시 Hot 100 차트 진출도 가능해졌고,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히트싱글의 경우에는 20주, 30주 이상 순위권 내에 머무는 것은 다반사가 된 것 또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앨범의 주인공인 아메리칸 록의 중견 밴드 트레인(Train) 역시 지난 1년간 그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밴드다. 

  몇 년간의 활동 중단기를 거친 후, 보컬리스트 패트릭 모나한(Patrick Monahan), 기타리스트 지미 스태포드(Jimmy Stafford), 드러머 스코트 언더우드(Scott Underwood)의 트리오 구성으로 2008년 활동을 재개한 뒤 처음 발표했던 2009년작 「Save Me San Francisco」는 사실 미국 내에서의 앨범 판매량으로만 보았을 때는 현재까지 골드 레코드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그들의 최고 히트작이었던 2집 「Drops of Jupiter」가 더블 플래티넘(2백만 장)을 돌파했던 것에 비하면 아직 모자라는 수치이긴 하지만, 이는 분명 현재와 같은 오프라인 음반 업계의 장기 불황 속에서 잠시 사라졌던 밴드의 복귀작으로는 준수한 성과다. 그리고 어쩌면 이 앨범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앨범이 낳은 두 곡의 싱글 - 첫 번째 싱글인 <Hey, Soul Sister>와 어덜트 Top 40 채널을 강타했던 두 번째 싱글 <If It's Love> - 의 배출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두 곡 모두 히트 여부와 상관없이 트레인 고유의 루츠적 아메리칸 록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우수한 트랙들이지만, 이를 히트곡으로 만들어 준 것은 바로 대중의 꾸준한 호응 때문이었다.

 

Train - Hey Soul Sister (Live At CBS TV)

  2009년 10월 17일자 빌보드 Hot 100 차트에서 98위로 처음 등장한 이 곡은 처음에는 느린 상승세를 보여주다가 해를 넘긴 올해 1월 30일자 차트에서 드디어 Top 10(7위)로 진입했다. (전주 순위는 23위였다.) 그 주에 이 곡의 디지털 세일즈가 81% 증가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그리고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 방송 중간에 방영된 삼성전자의 3D TV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이 곡이 사용된 것도 일반 음악 팬들이 이 노래를 더 기억하서 다운로드를 받게 만드는 데 한 몫을 했다. 결국 이 곡은 역대 그들이 발표했던 싱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인 3위를 마크했고, 10월 현재에도 52주째 싱글 차트 내에 머무르고 있다. 놀라운 것은 다분히 미국적 로큰롤의 범주에 해당하는 이 노래가 해외 시장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몰고 왔다는 점이었다. 네덜란드와 호주 차트에서 각각 7주, 4주 1위를 기록했고, 전 세계 10개국 이상에서 Top 5 내에 드는 성적을 거두었다. 결국 현재까지 2010년에 가장 많이 팔린 싱글로 기록되고 있는 중이다.  

  한편, 첫 싱글이 너무나도 롱런을 했기 때문에 두 번째 싱글 <If It's Love>은 10개월의 간극을 두고 발매되었지만, 오히려 그 덕에 트레인의 인기를 장기간 끌어가는 데 오히려 득이 되었다. 앞선 싱글이 상당히 루츠적인 요소가 강했다면, 이 트랙은 오히려 마치 매치박스 트웬티(Matchbox Twenty)의 음악이 연상될 정도로 하드하면서 그루브가 살아있는 록 트랙으로, 199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미국인들에게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FM 포맷인 어덜트 Top 40 채널에서 집중적인 리퀘스트를 받았다. 결국 <Hey, Soul Sister>와 마찬가지로 이 곡 역시 이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현재까지 총 4곡의 어덜트 Top 40 차트 1위곡을 가진 밴드로 매치박스 트웬티와 도트리(Daughtry)와 동률 2위를 이루게 되었다. (1위의 자리는 니켈백(Nickelback)이 차지하고 있다.) 결국 이렇게 두 곡의 싱글의 힘을 통해 「Save Me San Francisco」는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중에게 사랑받는 앨범이 되었고, 이제 세 번째 싱글 <Marry Me>의 미국 시장 발매와 함께 그들을 지지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의 선물로 ‘Golden Gate Edition’이라는 리패키지를 내놓게 된 것이다. 

 

Train - If It's Love (Acoustic Live At Radio Show)

크리스마스용 신곡, 미발표곡, 커버곡, 새 버전 등이 추가된 풍성한 리패키지

  이 리패키지의 이름이 ‘Golden Gate Edition’인 이유는 아마 앨범의 제목을 이해한다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최고의 명물인 골든게이트(Golden Gate) 브리지처럼, 기존에 발표된 이 앨범의 내용을 더욱 빛낼 수 있는 새로운 트랙들을 6곡이나 추가 수록했다는 의미로 파악하면 될 것이다. 일단 신곡 퍼레이드의 첫 자리를 차지한 곡은 다분히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싱글인 <Shake Up Christmas>로, 루츠 록적 성향의 트랙임에도 전자음을 포함시키고 어쿠스틱 기타의 경쾌함을 가미하면서 흥겨운 시즌 송의 기능에 충실하게 완성했다. 이어지는 미발표곡 <Half Moon Bay> 역시 어쿠스틱-일렉트릭 기타를 백업으로 드럼 비트의 그루브가 보컬리스트 패트릭의 섬세함과 파워를 겸비한 보컬과 잘 어우러지는 흥겨운 트랙이다. (살짝 블랙 크로우스(Black Crowes)의 초기 사운드가 연상되기도 한다.) 스트링과 건반으로만 이뤄진 서정적인 발라드 <The Finish Line>은 패트릭의 보컬의 호소력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으며, 리아나(Rihanna)의 2007년 히트곡이자 이미 마리 딕비(Marie Digby)의 커버로 어쿠스틱 커버의 매력을 느껴보았던 <Umbrella>는 트레인의 손에 넘어와서는 더욱 남성적인 활기가 추가된 어쿠스틱 록 버전으로 변신했다. 

  한편, 기존에 앨범에 담겨있었던 트랙 중 두 곡 - <Parachute>, <Marry Me> - 는 각각 ‘Alternative Version’, ‘First Dance Mix’라는 새 옷을 입고 추가로 수록되었다. 전자는 기존 앨범 버전보다 좀 더 건반과 어쿠스틱적인 요소가 강조되어 앞으로 네 번째 싱글로 활용해도 충분할 듯하고, 후자의 경우는 원래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흘러가던 곡에 잔잔한 드럼 비트, 그리고 스트링 섹션을 추가해 좀 더 풍성함을 느낄 수 있게 구성했다. 마지막으로 이 앨범을 이 패키지로 처음 만나는 분들에게는 앞서 길게 소개했던 두 히트 싱글 외에도 선배 서던 록 밴드들의 감성까지 느끼게 하는 첫 트랙이자 타이틀 트랙인 <Save Me San Francisco>와 <I Got You>, 건반 연주와 패트릭의 보컬이 선사하는 호소력이 <Drops of Jupiter>에 버금가는 발라드 <This Ain't Goodbye> 등을 추천해 드린다.  

  기존 루츠 록 사운드보다는 좀 더 하드 록 성향을 보여주면서도 미국식 사운드의 매력을 그대로 담아내는 이들의 매력은 3년간의 공백 기간에도 불구하고 복귀작「Save Me San Francisco」를 다시 대중적 히트작으로 만들어놓았다. 그리고 이번 리패키지를 통해서 더욱 풍성한 매력을 담은 앨범으로 거듭났다. 아직도 트레인의 매력에 빠져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이 앨범을 통해 진정한 2000년대 미국식 메인스트림-루츠 록의 매력이 무엇인지 느껴보시기 바란다.

2010. 10 글/ 김성환(Music Journalist - 뮤직매거진 ‘Hottracks’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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