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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i Hendrix - Hendrix in the West

Review 저장고/팝

by mikstipe 2011. 10. 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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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소니뮤직에서 발매된 해당 음반 국내반 해설지로 쓴 원고입니다.

일렉트릭 기타 연주 역사의 혁신을 이뤄냈던 기타 히어로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그의 카탈로그 프로젝트의 네 번째 시리즈의 일환으로 공개되는 1969-70년 라이브 실황 앨범
「Hendrix in the West」


 

1967년 트리오 밴드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Jimi Hendrix Experience)의 리더로 록 씬에 등장했던 지미 헨드릭스는 단 4년간 주류에서 활동하면서 단 3장의 정규 앨범 - 「Are You Experienced?」(1967), 「Axis: Bold As Love」(1968), 「Electric Ladyland」(1968)과 한 장의 라이브 앨범 「Band of Gypsys」(1970)을 남긴 채 1970년 9월 18일 술과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구토가 기도와 폐로 흘러들어가 결국 돌연사하고 말았다. 이처럼 27살이라는 너무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록 기타의 역사에 남긴 족적은 너무나 크다. 실제로 그는 그 이전 시대까지의 일렉트릭 연주자들이 단순히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앰프로 확장했던 수준을 보여준 것에 비해 피드 백((Feedback, 기타와 앰프 사이의 불협파음인 하울링(howling)을 화음처럼 들리게 만드는 연주 테크닉)과 같은 물리적 테크닉과 와와(wah-wah), 퍼즈(fuzz), 디스토션(Distortion) 등 당대에 새로 도입된 기타 페달을 활용한 음향 효과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자신만을 위한 특별한 페달까지 제작하면서 타 기타리스트들과 분명히 다른 소리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그 결과 그의 연주를 다양한 장르의 후배들이 받아들이면서 이후 1970년대의 록의 다양한 서브 장르로의 분화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특히 후대 블루스 록 뮤지션들과 펑키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록 장르 뮤지션들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심지어 재즈 록(Jazz Rock), R&B, 힙합 등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향이 뻗어있지 않은 곳이 없는 것을 보면, 왜 사후 40년이 넘도록 여전히 그를 록 팬들이 ‘영원한 기타 히어로’로 떠받드는 지 충분히 이해가 갈만 하다고 생각한다. 타의 신(神)으로 통하는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마저도 그가 사망한 날 하루 종일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로 당대의 동료 뮤지션들도 그를 아끼고 사랑했었다.

지미의 사후 앨범들, 그리고 2009년 출범한 ‘지미 헨드릭스 카탈로그 프로젝트’의 진행상황 

  지미 헨드릭스가 세상을 떠난 이후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그가 생전에 가졌던 수많은 연주 실황이나 미발표곡들은 꾸준히 공개되었다. 위키피디아(Wikipedia)나 디스코그스 닷 컴(Discogs.com) 같은 사이트를 통해 정리되어 있는 내용을 보면, 그의 사후 앨범들의 숫자는 1980년대 말까지 스튜디오 앨범, 라이브 앨범, 컴필레이션, 그리고 박스 세에 이르기까지 수십 종이 넘었다. 발매 레이블도 미국 측 레이블, 영국 측 레이블이 각각  유족들의 의지보다는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성급하게 발매한 음반들도 있었다. 다행히 1990년대 중반에 유족들이 그의 모든 음원에 대한 권리를 되찾고 설립한 Experience Hendrix LLC가 MCA레이블과 배급 계약을 맺고서 오리지널 정규 스튜디오 앨범 3장의 확장판과 함께 사망 전 그가 제작하고 있었던 미발표작 「First Rays of the New Rising Sun」(1997)을 완성해 내놓으며 공식적인 그의 카탈로그 정리 작업은 본격화 되었다.  
  그리고 지난 2009년 유족들이 소니뮤직과 새로운 배급 계약을 맺은 후부터 현재까지 총 4차례에 걸쳐서 ‘지미 헨드릭스 카탈로그 프로젝트(Jimi Hendrix Catalogue Project)는 진행되고 있다. 일단 1차로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의 3장의 정규 앨범 스페셜의 확장 버전과 여러 사후 앨범에 발표되었거나 미공개 되었던 스튜디오 레코딩만을 모은 두 번째 사후 스튜디오 앨범 「Valleys of Neptune」이 함께 공개되었다. 그리고 2차로 2010년에는 1970년대 이후 공
개되었던 라이브 앨범들인「BBC Session」과 「Live At Woodstock」의 완전한 풀버전, 그리고 블루스 컴필레이션 「Jimi Hendrix: Blues」, 희귀 크리스마스 EP였던 「Merry Christmas & A Happy New Year」, 그리고 미발표 트랙들이 몇 곡 포함된 새 박스 세트 「West Coast Seattle Boy」를 내놓았다. 
  또한 3차분으로 올해 초 2004년 한 번 발표된 바가 있는 그의 트리뷰트 앨범 「Power Of Soul: A Tribute to Jimi Hendrix」의 스페셜 에디션, 그리고 그의 사망 직전 녹음했던 미완성 데모들과 음반에 실리지 못했던 얼터너티브 테이크 등이 들어간 「South Saturn Delta」, 그리고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Fire>의 CD 싱글 버전,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던 필모어 이스트 실황 전체를 기록한 DVD 「Band of Gypsys : Live At Fillmore」가 발매되었다. 그리고 이번 9월 13일 발매되는 4차분에서는 1968년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총 6회에 걸쳐 가졌던 샌프랜시스코 윈터랜드 볼룸(Winterland Ballroom)에서의 실황의 하이라이트을 담은 4장의 CD형태의 박스 세트, 그리고 8LP+1CD형태의 LP버전 박스 세트, 그리고 1CD 하이라이트 버전까지 총 3종으로 공개되는「Winterland」(1987년 라이코디스크(Rycodisc) 레이블을 통해 발표된 「Live At Winterland」의 궁극의 확장판이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사망 직전에 마지막으로 가졌던 영국에서의 라이브 실황의 성격을 갖는 아일 오브 와이트 페스티벌(Isle of Wight Festival)에서 60만명의 관객들을 놓고 연주한 실황을 영상에 담은 「Blue Wild Angel: Jimi Hendrix At The Isle Of Wight」의 DVD, 그리고 지미 헨드릭스가 영국에서의 성공 이후 미국으로 금위환향한 후 미국 TV쇼에 처음으로 출연했던 영상을 담은 「Jimi Hendrix: The Dick Cavett Show」DVD가 공개된다. 그리고 이와 함께 공개되는 또 하나의 라이브 앨범이 바로 여러분의 손에 있는 1972년 발매된 라이브 컴필레이션의 2011년 확장판인 「Hendrix in the West」다. 

1969-1970년 실황의 하이라이트를 담은 1972년 사후 앨범의 2011년 확장판 


  이번 네 번째 지미 헨드릭스 카탈로그 시리즈의 일환으로 재발매된 이 앨범은 스튜디오 레코딩 사후 앨범과 라이브 실황 사후 앨범들을 다 합쳐 사후 5번째로 발매된 음반이었다. 1972년 발매 당시에는 영국에서는 폴리돌(Polydor) 레이블에서, 미국에서는 리프라이즈(Reprise) 레이블에서 각각 발매되었다. 이 라이브 앨범의 제목이 「Hendrix in the West」가 된 이유는 어찌 보면 간단명료하다. 이 음반에 수록된 모든 실황들이 미국과 영국에서 가진 공연을 녹음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1972년 발매 당시에는 LP라는 매체의 기록상의 한계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양 사이드에 각각 4곡씩, 총 8곡만 공개되었다. 그 앨범 속에선 영국 실황은 1969년 2월 24일 로열 앨버트 홀(Royal Albert Hall)에서 가진 공연과 그의 사망 거의 직전이라 할 수 있는 1970년 8월 30일 아일 오브 와이트 페스티벌 무대에서 가진 공연 음원에서 선정했고, 미국 실황은 1969년 5월 24일에 샌디애고 스포츠 아레나(San Diego Sports Arena)에서 가진 공연과 1970년 5월 30일 버클리 커뮤니티 씨어터(Berkeley Community Theatre)에서 가진 공연 음원에서 선정되었었다. 하지만 이번 2011년에 새롭게 발매되는 리마스터 에디션에서는 로열 앨버트 홀에서의 실황은 제외했다. (그래서 그 곳에서 가진 실황이었던 <Little Wing>과 <Voodoo Chile>이 이번 재발매 버전에서는 빠졌다. 아마도 2000년 발매된 박스 세트 「Jimi Hendrix Experience」에서 이 음원들이 미리 공개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며, 이후 발매 계획 중인 다른 라이브 실황 재발매반에서도 공개될 수 있는 음원이라 제외한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 함께 발매되는「Winterland」2011년 박스 세트에는 들어있지 못했던 <Little Wing>의 1968년 10월 12일 윈터랜드 실황, 그리고 샌디애고 스포츠 아레나에서의 미공개 라이브 음원들이 추가로 수록되었다. 
  앨범의 초반을 장식하는 아일 오브 와이트 페스티벌 무대에서의 공연 실황 2곡 - <The Queen>과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 은 그의 사망 전 마지막 공연이라는 의미에서도 가치가 있지만, 동시에
미국인 기타리스트였던 그가 영국 땅으로 건너와 최초로 대중에게 인정받았던 것에 대한 그 나름의 감사의 의미라고도 볼 수 있다. 전자는 우리가 퀸(Queen)의 연주로도 잘 알고 있는 영국 국가 <God Save The Queen>을 여러 기타 이펙트를 통해 자신의 스타일로 연주한 버전이고, 후자는 비틀즈(The Beatles)의 최고 걸작 앨범의 타이틀 트랙을 짧게 다른 곡과의 메들리로 연주한 것에서 발췌한 트랙이다.  이번에 함께 발매되는 「Winterland」라이브 실황에 담긴 버전과는 같은 날 다른 무대에서 연주된 <Little Wing>은 다른 라이브에 비해선 매우 짧은 버전이지만 그의 구슬픈 솔로 파트가 가슴을 울리는 것은 여전하다. 
  중반부를 차지하고 있는 실황들은 앞서 말했던 대로 샌디애고 스포츠 아레나에서 진행된 공연 음원들이다. 지미의 음악들 가운데 가장 스피디하고 이후 시대의 헤비메틀 사운드의 형식미에 큰 공헌을 한 트랙인 <Fire>, 그의 데뷔 앨범 「Are You Experienced?」의 수록곡이었던 트랙을 실험적인 기타 솔로 파트와 함께 7분여의 긴 연주로 늘여놓은 <I Don't Live Today>, 헤비 블루스 사운드의 명곡 중 하나로 꼽히는 <Spanish Castle Magic>을 미치 미첼의 세련된 드럼 솔로와 함께 10분 14초로 확장한 버전, <Little Wing>과 함께 지미의 슬로우 블루스 트랙들 가운데 가장 애절하면서도 끈끈한 연주를 보여주었던 <Red House>를 13분 12초까지 늘려놓은 버전, 「Electric Ladyland」앨범의 대표 트랙인 <Voodoo Child (Slight Return)>을 10분 40초로 확장한 앨범의 마지막 트랙까지 그의 라이브 연주가 앨범 버전들과 달리 화려한 즉흥 연주로 변화를 시도했는가를, 그리고 그런 연주 속에서 그가 얼마나 관객의 혼을 빼놓았을 지 파악하게 한다.
  미국 버클리 커뮤니티 센터에서 가진 라이브 음원인 8번~10번 트랙들은 그 역시 로큰롤 시대의 영향 속에서 성장했음을 확인시켜주는 커버 트랙들이 2곡 포함되어 있다. 척 베리(Chuck Berry)의 클래식 로큰롤 <Johnny B. Goode>은 대체로 원곡에 충실한 듯 진행되는 편이나 역시 솔로에서는 그의 특색이 살짝 묻어나며, 칼 퍼킨스(Carl Perkins)에 의해 1955년 처음 녹음되었고,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버전으로 대히트를 기록한 <Blue Suede Shoes>는 원곡의 경쾌한 로큰롤 분위기와는 확 달라진 블루스 록으로 재편곡되어 연주되었다. 한편, 스튜디오 버전으로는 2010년 발표된 사후 앨범 「Valleys of Neptune」에서 처음 공개된 <Lover Man>은 바로 이 앨범에 수록된 라이브 버전으로 대중이 먼저 들었던 트랙이다. 아직 태핑 주법이 도입되기도 전에 그에 못지않은 속도감을 보여준 그의 연주는 세월이 흘러들어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비록 살아생전에는 짧은 기간 동안 활동했음에도 그가 가진 방대한 카탈로그로 인해 앞으로도 ‘지미 헨드릭스 카탈로그 시리즈’는 당분간 지속되리라 생각한다. 이런 리이슈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그가 역사상 얼마나 위대한 록 기타리스트이며, 그의 연주가 사후 40년이 넘는 현재에도 얼마나 듣는 이의 영혼을 울릴 수 있는 힘을 가졌는가를 더욱 생생히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2011. 9. 글/ 김성환(Music Journalist - 핫트랙스 매거진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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