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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ZM에서의 오토튠 논쟁을 보면서... 내 개인적 생각은...

mikstipe 음악넋두리

by mikstipe 2009. 8. 1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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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며칠 만에 IZM사이트에 가서 새 글을 읽다가 한동윤 필자의 글 [오토매틱으로 음악계를 병들게할 그대는 오토튠]을 읽었다. 사실 이 글의 원본은 거기서도 밝혔듯 이제 폐간된 프라우드의 마지막호에 실렸던 글이었고, 이즘에 실린 글은 이를 현재 분위기에 맞게, 또 가요계의 문제까지 함께 건드리면서 수정한 글이다. (원본 읽기)

사실 읽으면서 특히 브아걸(Brown Eyed Girls) 팬들이 성질 좀 내겠다...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즘의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이 글과 그간의 이즘 리뷰에 대한 독자들의 불만(?)및 저항이 여럿 보였다. 그 중에 하나, 이 글 한 번 읽고 얘기 계속하자.

(이즘 독자의 글 : 오토튠을 미워하는 이즘에 대한 세 가지 우려)

그래도 감정 덜 섞이고, 나름의 논리를 갖고 쓴 글이라 이 글을 대표적으로 올렸다. 사실 이 논쟁은 누가 100% 옳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대중 음악 속의 오토튠(Auto-Tune)의 다수 사용 트렌드에 대하여 현재로서는 호감과 비호감이 극명하게 갈리는 상태이니까. 그런데, 이게 평론가와 음악 팬들 사이의 감정싸움처럼 비쳐지는 모습은 왠지 보기가 그렇다. 그래서 결국 내가 쓰는 이 글도 음악 관련 글쓰기를 하는 한 사람의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번 서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사항들을 써보고자 한다.

1. 평론가들을 위한 작은 변명
  실제로 내 주변에서 음악 글 쓰기 일을 하시는 분들 대다수가 오토튠의 범람에 대해 매우 우려를 하고 있고, 일부는 이제 오토튠 담긴 댄스-힙합-일렉트로니카 뮤직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키시는 분들도 있다. 이것의 근거는 사실 한동윤씨의 글에서도 어느 정도 언급되었기 때문에 재차 여기에 쓸 일은 없을 듯하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아무리 음악을 컴퓨터로 100% 작업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해도, 보컬에는 인간의 목소리의 개성이 들어가 이를 구별해 주는 것일텐데, 이제 그것마저도 기계 음의 일부로 전락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음을 음악 팬들은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특히, 연주자들의 세션비를 아끼기 위해 그냥 미디로 100%를 다 찍어내서 곡 만드는 일부 국내 프로듀서들의 태도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거기다 오토튠까지 퍽퍽 써대면, 도데체 음악에서 인간의 영역은 몇 %인가? 그리고 그걸로 라이브로 들어보면 가창력의 기본도 안되는 보이스까지 다 커버해 주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한국 주류 가요의 트렌드가 어느 한 쪽으로 쏠리면 우르르 글로 가는 못된 습성이 있어서, 이상하게도 한국에서 그 여파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즉, 평론가들의 지적의 핵심은 오토튠이 담긴 곡들이 결국 그 곡이 그 곡처럼 평이해 질 수 있는 약점을 갖고 있다는 것에 있다. 즉, 음악의 수준을 하향 평준화 시킬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평론가들이 설사 당신의 비위를 건드렸더라도, 그들은 대중 음악 시장의 균형있는 방향성 형성에 대해서도 항상 고민하는 이들이라는 걸 이해하고 그들 지적의 핵심을 수렴해 주길 바란다.

2. 하지만, 평론가들도 오버 안 했음 좋겠다.
  비록 내 주변의 음악 지인 분들에 생각을 이해하긴 하지만, 그분들의 반응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좀 오버하는 걸' 하는 느낌도 살짝 받았다. 특히, 이번 한동윤씨의 글에서는 일부분 '지나치게 앞서갔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해외 음악 시장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오토튠의 남용에 대해 별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게 필요없는 장르 분야에서는 어차피 별로 쓰일 일이 없을 테니까. 기타 치고 밴드 방식으로 노래하는 록 밴드가 (설사 호기심과 곡의 재미를 위해선 쓸 지 몰라도) 오토튠으로 보컬을 쓴 앨범을 만들 확률은 0%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토튠이 실제 유행으로 부각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쯤부터니까 아직 유행의 흐름이 끝나기에는 시간 여유가 많다. 한국같이 쏠림이 심화되는 나라에서도 이제 '후크 송도 끝물이야'라고 음악 팬들이 얘기하고 아이돌 그룹의 신곡을 평가할 수 있는 시대가 왔는데, 어차피 1-2년 안에 오토튠을 깔아서 재미보는 추세는 옥석이 정리될 것이고, 결국 그 중에서 곡이 좋아서 '잘 뽑혔다'는 곡만 팝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80년대에 그렇게 신시사이저 팝 음악이 득세 할 때, 이제 '리얼 타임 연주는 신시사이저에 밀리니... 말세다'고 하는 평론가들도 많았으나, 지금도 셰계에서는 꾸준히 베이스를 치고, 기타를 치고, 드럼을 치고, 샤우팅을 외치는 음악인들이 새로 나오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개인적으로 '오토튠의 음악계를 망쳤다...'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단지, '오토튠이 범벅이 된 노래들 중에 음악성이 별로인 곡들이 종종 나온다."라고 수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다. 



Kanye West - Heartless (Videoclip)

3. 개인적 감상의 영역에서의 나의 오토튠(Auto-Tune)에 대한 평가
  사실 처음에는 오토 튠이 쓰인 곡을 들으면서도 보코더(Vocoder)토크 박스(Talk Box)의 신시사이저를 통한 변주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다, 외지를 통해 이에 대한 자세한 실체를 알고 난 후, 자세한 정보는 습득되었다. 그 후 긍정적 의견, 부정적 의견을 모두 접해보았으나, 현재까지 오토튠에 대한 내 개인적 평가는 다음과 같다.

"오토튠을 썼냐 안 썼냐가 음악 평가의 우선 순위가 아니라, 그렇게 써서 그 곡에 긍정적 효과를 줬느냐, 그냥 의미없는 치장에 불과하냐가 음악 평가의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 

80년대 신스팝에 대한 애정이 넘치며, 아이돌 댄스 뮤직이건, 일렉트로니카건 신시사이저 전자음을 그리 싫어하지는 않으나, 멜로디가 없는 반복적 비트의 장시간 반복에는 졸음을 호소하는(난 펜타포트 케미컬 브라더스 공연때 앉아서 듣다가 그만 졸았다...--;) 내 개인적 취향으로 볼 때, 오토튠은 주구장창 한 곡 내내 사용하면 듣는 이를 슬슬 짜증나게 할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적절히 한 곡 속에서 쓰고-빼고 하는 사용은 그것이 곡의 완성도를 위해 사용한 프로듀서의 장치라면 꼭 척결해야 한다고 데모 하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 취향의 감상에 근거하여 한 번 구별하자면, 티 페인(T-Pain)이 만드는 다수의 곡에서의 오토튠은 솔직히 아주 매력적이진 않고 슬슬 질리려고 한다. 하지만 카니에 웨스트(Kanye West)<Heartless>같은 곡은 똑같이 오토튠을 썼음에도 그 오토튠 후렴구를 열심히 따라부르고 싶게 만들 만큼의 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현재 가요 신곡 중에서는 브아걸의 신곡 <Abracadabra>가 그 논란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곡? 개인적으로는 이번 여름 주류 가요 신곡 중에 상당히 맘에 드는 싱글이다. 남들이 클럽 일렉트로니카 사운드 간다고, 그대로 따라간 게 그룹의 초기 정체성과 완전 괴리되었다는 부분의 문제는 될 지언정(하긴, <어쩌다>부터 이미 이들은 그건 버린 지 오래다), 편곡은 두말할 나위없이 깔끔하다. 이 곡에서의 보컬의 오토튠은 브아걸 멤버들의 기본 보이스 성량을 잘 알기에, 곡의 분위기를 맞추기 위한 활용이지, 그들의 보컬이 딸려서 보완용으로 썼다고 생각할 여지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같이 밀고 있는 <Candy Man>에서는 전혀 오토튠 없이 가고 있지 않은가?) 단, 이 곡에서 오토튠이 잘 먹혔다 그래서, 클럽 일렉트로니카 풍 트랙에는 너도나도 오토튠으로 가는 방식만 좀 자제해줬음 좋겠다. 현재 가요 프로듀서님들하!~

따라서, '과유불급'의 경지에 까지 이르는 상황까지 가지 않는다면, 이제부터는 오토튠을 썼냐 안 썼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걸 얼마나 제대로, 적재 적소에 알맞게 썼느냐에 점수를 주는 것이 평론가들이나 음악 팬들 모두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이것도 개인적 의견이다.)

 

Brown Eyed Girls - Abracadabra (Videocl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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