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여러가지 영상기법은 실제 현실처럼 보여야 한다는 영화 속 CG와는 달리 가상적 상황에 대해서도 엄청나게 관대하다는 속성 때문에 더욱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예전부터 여러 뮤직비디오를 통해 활용된
'사진 속에서 움직이는 인물'(전문용어를 몰라서...쩝...) 기법은 정지되어있어야 할 사진이라는 매개 속에서 그 속 인물이 움직이고, 찢어진 사진 파편 속에서 일부분만이 움직이는 효과를 통해 단절과 분열을, 그리고 그 파편들이 함께 모여 하나의 큰 영상을 만들 때의 '꼴라주' 기법같은 효과는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의미에서의 'Virtual Reality'를 선사한다.
그런 면에서 여기 18년의 간극을 둔 두 편의 뮤직비디오는 같은 기법을 썼다고는 하지만 그 감성이 매우 흡사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쉽사리 표절이라 말 할 수는 없다.) 바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인간의 소유 욕구가 적절히 표현되어있는 점이라고나 할까? 먼저 이 블로그를 통해서 한 번 소개한 적 있는 80년대의 대표적 솔로 신시사이저 뮤지션
하워드 존스(Howard Jones)의
[Prisoner]를 한 번 보자. 이 비디오에선 하워드를 소유하고자 하는 한 광 팬의 정신적 욕망을 오려낸 사진 속에서 표현해내고 있는데, 사진으로 오려져 새장에 갇힌 하워드의 모습과 오려낸 사진 자체의 모습이 스틸 모션처럼 움직이는 기법은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런 기법의 뮤직비디오가 거의 드물었다는 점에서는 이번에 발표된
에픽하이(Epik High)의
[Love Love Love]는 최근 국내 뮤비들 가운데 섹스 어필이나 드라마 스토리로 승부하지 않고 기법으로 승부한 드문 뮤직비디오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히 살 만 하다. 단,
(국내 팬들이 하워드의 뮤비를 본 기억이 거의 전무할 것이라는 게 다행이겠지만) 좀 더 해당 기법 속에서 다양한 적용 전술(!)을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약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