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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전설의 해적판 LP들...

mikstipe 음악넋두리

by mikstipe 2008. 1. 16.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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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10대, 20대는 실물 자체를 보지 못했을 확률이 크겠지만, 80년대 초-중반에 팝송을 듣던 세대들은 거의 다 '빽판'LP의 추억을 하나 쯤은 갖고 있을 것 같다. 청계천과 황학동을 중심으로 판매되었던 이 불법 복제판들은 서슬 퍼런 유신 시대와 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 금지곡으로 묶여 절름발이가 된 라이센스 팝 음반을 사는 걸로 만족하지 못했던 청춘들에게 확실한 '대안'이 되어주었고, 그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나 구할 수 있는 경로 면에서나 수입 음반을 사기에는 여력이 안되는 이들에게 해외 신보와 명반들을 싼 값에 다양하게 구할 수 있게 해준 '매력 만점'아이템이었다. 물론 왼쪽 사진에서 보듯, 그 자켓의 조잡함(2도 단색)과 비닐봉투 재질의 속 커버라는 재앙을 감수하면서 한 선택이었지만 말이다. (이런 표지로 보는 [Sgt.Peppers...]의 느낌도 색다르긴 하지 않은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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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시 이름으로) 문화공보부(문화체육부?)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86년 말을 기점으로 2도 단색 빽판의 시대는 막을 내린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당시 라이센스 음반이 3000원을 시작으로 직배사 등장과 함께 최대 5000원까지 치솟을 때) 세운상가까지 발품을 팔면 2500원이면 구입이 가능했던 소위 '칼라 빽판(혹자는 '준라이센스'라고 불렀지만 어디서 허가를 받았단 말인가? ^^;;)이었다. 이 놈들은 처음에는 마치 라이센스 음반처럼 겉면 올 칼라에 비닐 코팅까지 된 버전으로 출시되다가(이걸로 당시 메탈리카(Metallica)[Master Of Puppets]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의 명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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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oper>가 수록된 [Peace Of Mind]를 구입했던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사진은 퀸(Queen)의 첫 공식 라이브 앨범인 [Live Killers]의 컬러 빽판이다.) 생산원가가 수지가 안맞는다고 생각했는지, 비닐 코팅도 없어진 '앞면만 칼라' 버전으로 계속 (대략 93년 말까지) 출시되었다. 그런데, 이 칼라 빽판의 경우는 일반 팝송은 라이센스가 전혀 없거나 희귀한 경우만 잠시 출몰했고, 레파토리도 다양하지 못했지만, 록-메탈-프로그레시브의 경우는 그래도 국내에 못나온 희귀한 음반들까지 다양하게 찍어내줬다. (뉴 트롤스(New Trolls)[Concerto Grosso Vol. 1], 독일 출신의 아방가르드 록 밴드 씨티(City)<Am Fenster>가 수록된 셀프타이틀 앨범 등도 빽판으로 먼저 시중에 깔렸었다.)
근데 지금까지 이런 얘기를 한 근본 이유는 92년-94년에는 이런 예상 가능한 루트를 뒤집는 희한한 '불법 복제 음반'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한소리 레코드''신라 레코드' 에서 제작한 [The World of....] 시리즈나 "수록순서가 뒤섞인 명반 시리즈" 등이 그것인데, 이런 시리즈들을 통해서 컬러 빽판으로도 복각용 원본 음반의 상태 관계로 '지직거림'을 감수해야 했던 라이센스 못된 명반들이 깨끗한 음질로 출시되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문화부의 사전 심의를 거쳐서 말이다. 그 가운데 몇 장 (이제 중고 LP몰에서도 'Collector's Item'이 되고 있는)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혹시 LP를 아직도 모은다면, 이 앨범들은 놓치면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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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ose - A Taste Of Neptune (한소리 제작) : 이 음반, 정말 사연 많은 음반이다. 영국 출신의 멤버들이 70년대 캐나다로 건너가 지역 폴리돌(Polydor) 레이블에서 처음 발표되었을 때는 일본 팬들의 열광적 지지 덕분인지 단색 빽판이 심심치 않게 돌았지만, 중고로 다시 풀려나오는 확률은 극히 적었다. (누가 [A Taste of Neptune]같이 좋은 곡이 담긴 음반을 안 듣고 내다 팔려고 하겠는가?) 게다가, 칼라 빽판 시대에 재판(!)이 나왔으나, 문제는 원본이 그 단색 빽판 밖에 없어서 할 수 없이 흰 배경에 제목들만 복사해 오려 붙이고, 그 단색 빽판을 복각해 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대학시절 어느 선배 집에서 그 빽판으로 감상했을 때, 정말 좌절이었다...) 그러다가 시완 레코드가 이 음반을 라이센스화 하겠다고 한창 노력하던 시절, 이 불법 음반이 출현했다. (역시 수록곡이 뒤바뀐 클라투(Klaatu)의 2집 [Hope]와 함께...) 음질은 확실히 깨끗했지만, 재킷과 수록곡의 엉킴이 문제여서 당시에는 구입하지 않았지만, 얼마전 중고 LP사이트에서 발견하고 시완표 CD가 있음에도 놓치기 싫어 구입했다. 이제 시완 레코드 복각CD도 전세계에서 서서히 희귀 품목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이 LP를 당신이 구할 수 있다면 그건 행운이다. (현재 이들의 음반은 이베이에 가도 구하기 쉽지 않다. 어제 가보니 3집 [Judgement Day]만 캐나다에 한 두장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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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llosseum - The World Of Collosseum (신라 레코드 제작) : 존 하이스만(드럼)이 리드했던 70년대 초반에 활동한 프로그레시브 계열 록 밴드 콜로세움은 당시에는 한 장도 국내에 정식 소개된 것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라이센스 된 음반은 없다.) 그래서 이 음반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놀랐을 것이다. 사실 이 음반은 그들의 2장의 대표작 [Valentine Suit][Those Who Are About To Die Salute You]의 합본CD에서 중요한 곡들만 음원을 발췌해 한 장의 음반으로 낸 확률이 큰데 (인터넷을 뒤지면 가운데 디자인과 동일한 합본 CD가 돈다) , 영팝스나 음악세계에서 소개되던 곡들이 다수 담겨있다. 지난 번에 알라딘 1000냥 LP세일에서 이 음반을 건져서 얼마나 기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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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an Fogelberg & Tim Weisberg - Twin Sons Of Different Mothers (킹 레코드) :
국내에서 유수 레이블에 해당하는 킹레코드(현재 신나라 레코드)에서 왜 이런 불법 음반을 만들었는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기야, 트리움비라트(Triumvirat)[For You]도 어디서 맘대로 구해와 편집 앨범에 실었으니까.) 엄연히 당시 직배사 소니뮤직에서 나왔어야 하는 음반이 이렇게 나온것도 신기한데다, (우측 사진의) 이 조잡한 뒷면을 보라! (하지만 해설은 너무나 친절히 달아놨다.) 물론 얼마 후 소니 측이 소량 저가 음반으로 정식 CD를 찍어내긴 했지만, 아직도 LP버전은 수입 중고 판으로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지곡 하나 없는 이 음반도 나름 매력적이다. 원본이 있으니까, 이 앨범은 그리 값이 펑펑 뛰지 않을테니까. 작년 12월 고인이 된 댄 포겔버그의 음성이 아닌 연주곡들을 듣고 있다보면 정말 마음이 차분해진다. 좀 더 팝 뮤지션화된 80년대 이전의 진정한 포크 팝 뮤지션으로서의 그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오늘의 BGM: Dan Fogelberg & Tim Weisberg
- Paris' Noctune / Guitar Etude No.3

그런데, LP의 시대가 끝나면서 또 한동안은 중국-대만에서 제작한 (원본가 거의 차이없는) 복제 CD들이 돌았던 것은 기억하는가? 아마 당신이 갖고 있는 익스트림(Extreme)[Pornograffiti]건즈 앤 로지스(Guns & Roses)[Use Your Illusion 1] CD가 자켓 인쇄 상태가 약간 이상함을 느낀다면 그건 십중팔구 복제 CD일 확률이 높다. 갖고 계신 분들은 함 확인해 보시기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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